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자동차로 1시간여 떨어진 높은 산 정상의 겐팅하이랜드,
서울의 워커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거대하게 만들어진 도박 타운,
홍콩에 바짝 붙어 있는 마카오의 호텔 카지노….
이곳을 다니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 중에서도 중국인은 뚜렷한 다수를 차지한다.
삼삼오오 짝을 이루거나, 아니면 혼자서
각종 게임판을 심각하게 응시하는 중국인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중국 서남부 윈난(雲南)과 접경을 이루고 있는 미얀마와 태국·캄보디아 등
지역의 외진 도박장을 찾는 최다 고객 역시 중국인이다.
철저하게 가려진 은둔의 공산 왕조 국가인 북한에도 중국인 도박객의 발길은 잦다.
북한이 나진·선봉이라는 특별구역에 만들어 놓은 도박장의 단골손님 역시 중국인이다.
이곳은 북한과 이웃인 중국의 동북지방 관리들이 자주 찾아 말썽이 됐다.
하루 이틀 휴가를 낸 뒤 북한 국경을 넘어와 공금을 탕진하거나, 빌린 돈을 모두 잃고 돌아간다.
그래도 다시 시간만 나면 이들은 금세 북한의 도박장을 찾는다.
중국인이 발길을 끊으면 세계 도박 시장에는 엄청난 불황이 찾아온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중국인은 도박계에서 ‘왕 고객’이다.
일확천금의 노림수가 도박객의 꿈이지만,
중국인들은 반드시 돈이 좋아 도박을 벌이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게임이 좋아서 즐기는 듯한 인상이다.
중국인에게는 ‘게임이 곧 생활의 일부’라는 인상을 받는다.
‘게임의 중국’을 설명하는 도구는 많다.
곰곰이 따져 보면 세계적인 게임 기구는 중국에서 많이 만들어졌다.
동양에서 유행하는 바둑(이제는 세계적인 게임 기구로 변했다),
아직도 노인네들이 손을 떼지 않는 장기,
인류가 만들어 낸 최고의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마작(麻雀)이 모두 ‘메이드 인 차이나’다.
우선,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게 바둑이다.
흑과 백의 돌을 잡고 벌이는 싸움은 곧 인생의 축소판이요,
판 위의 한 줄을 사이에 두고 전략과 전술이 엇갈려 크고 작은 싸움을 벌이는 게임의 전형이다.
장기도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는 동양인의 게임 기구다.
한(漢) 고조 유방(劉邦)과 초 패왕 항우(項羽)가 진시황이 사망한 뒤 벌였던 패권 경쟁을
상정해 만들어졌다.
말(馬)과 수레(車), 포(砲) 등이 등장해 공격과 후퇴, 직접 공격과 우회, 기만과 매복 전술 등을
구사한다.
중국 게임의 백미(白眉)는 마작이다.
대개 청(淸)대 들어서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마작은 중국인들의 국민적 게임이다.
각자에게 돌려진 패로 성을 구축한 뒤 상대 의중을 읽으면서 이를 주고받는 형식이다.
상대방이 나를 속이기 전에 먼저 속이고, 상대가 노리는 수를 먼저 읽고 그에 대응해야 이길 수 있다.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남녀노소 모두 즐기는 게임이다.
이런 모든 게임의 소프트웨어는 모략(謀略)이다.
모략은 결국 게임의 뿌리인 셈이다.
어둠 속에 나를 숨기고 상대를 밝은 곳에 몰아야 한다.
남이 구사하는 전술을 이해하고 그에 적절한 대응책을 내놔야 나를 보전하고,
나아가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일단 ‘나(己)’와 ‘남(彼)’의 구분을 정확히 해야 한다.
“나를 먼저 알고 남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면 싸움마다 이긴다(知彼知己, 百戰百勝)”고
하지 않았던가. 모략의 원칙이다.
승부를 두고 나와 남 사이에 오가는 전술과 전략, 그 바탕을 이루는 온갖 사고행위가
게임이라는 형식으로 표출된다.
바둑과 장기, 마작 등의 게임이 중국이란 곳에서 집대성되고 전 세계로 퍼지는 과정은
중국인의 생활이 게임과 모략에 얼마나 친연성을 보이고 있는지를 대변해 준다.
“적이 공격해 오면 우리는 물러나고, 적이 도망치면 가서 친다(敵進我退, 敵退我進)”고 했던
마오쩌둥(毛澤東)의 게릴라 전법,
‘어두운 곳에서 힘을 키우며 내 실력을 함부로 내세우지 않는다’는 뜻으로
덩샤오핑(鄧小平)이 중국의 대외전략 코드로 내세운 ‘도광양회 (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어둠을
키운다)’의 사고는 모두 이 게임과 모략에 닿아 있는 전략과 전술이다.
중국에서 모략은 사전으로까지 엮어져 나온다.
중국의 과거 역사에서 등장했던 온갖 모략을 사전이라는 형식의 책으로까지 펴내는 정도라면,
우리는 예서 중국인의 사고와 행위가 이 모략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특수 관계에 있을 것이라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게다가 세계의 도박판을 주름잡는 존재가 중국인이라는 점,
바둑과 마작 등 모략의 세계가 그대로 담겨 있는 게임이 중국인 생활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인을 이해하는 코드로 이 모략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모략은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영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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