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 금융시장이 마비되면서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졌을 때, 많은 이들은 ‘과욕’을 탓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수십년은 족히 걸려야 갚을 수 있는 주택을 사들이며 모기지의 노예가 됐다. 월가(街) 투자은행들은 주택시장의 허술함을 알면서도 더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모기지로 위험한 도박을 했다.
주택시장 거품이 붕괴하면서 미 소비자들은 당장 막대한 빚더미에 앉게 됐고, 금융위기 3년째 접어드는 지금도 미국의 주택경기는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의 지방정부들의 과욕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빠른 성장과 도시화를 위해 지방정부들이 막무가내로 개발을 추진하다보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부채를 짊어지게 된 것이다.
◆ 중국은 인프라 건설 폭식 중
중국 허베이성의 성도(省都) 우한시(市)는 전철, 공항, 금융특구와 초고층 업무지구 건설에 한창이다. 무려 1200억달러(약 126조원)가 들어가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다.
중국에서 9번째로 큰 도시인 우한시는 베이징이나 상하이처럼 인프라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도시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우한시뿐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수많은 중국 지방정부들이 우한시처럼 인프라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이처럼 도로, 전철과 초고층 건물 등을 건설하는 데 드는 자금 때문에 지방정부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우한시는 이미 국영은행들로부터 수백억 달러를 차입한 상태로, 올 한해만 220억달러를 인프라 프로젝트에 쏟을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우한시 세수 규모의 다섯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지방정부들의 부채 규모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시의 예산이 아니라, 독립적인 투자기관을 통해 장부 외(外)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한도시건설투자개발(Wuhan Urban Construction Investment and Development이하 ‘우한UCID’)이 바로 그런 존재다.
후난성 중난대의 장동 교수는 “우한시에서 쓰이는 인프라 프로젝트 자금 가운데 우한시의 공식 예산으로 충당하는 부분은 5%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나머지 95%는 대부분 장부 외 자금에서 온다”고 말했다.
◆ 지방정부 부채, 경고의 목소리 높아가
지방정부들의 인프라 열풍으로 빚이 늘어나자, 부채 수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중국의 감독원 역할을 하는 국가심계서(NAO)는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가 약 10조위안(약 1600조원)으로 집계됐다며 높은 부채 수준을 지적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5일 낸 보고서에서 지방정부의 부채는 중국 감사원이 추산한 10조위안보다 약 3조위안 이상 더 많다면서, 부채 해소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은행권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NY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를 2조2000억달러(약 14조위안)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3조달러(약 19조위안)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정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서 결국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대부분 대출이 부동산을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더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존스홉킨스대의 피터 보틀리에 교수는 “인프라 투자 속도가 너무 빠르다. 앞으로 부실채권이 얼마나 나오고, 인프라 건설이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UBS는 앞으로 몇 년안에 지방정부들이 4600억달러에 달하는 채무를 안고 디폴트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지방정부들이 막대한 빚을 내가면서 인프라 건설에 열을 올리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다.
중앙정부는 대출 규제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지만, 지방정부들이 장부 외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일일이 차단할 길을 없다. 중국은 우한UCID와 같은 투자기관이 약 1만개 존재하는 걸로 추측하고 있다.
우한UCID는 이미 140억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다. 우한UCID의 쑨정룽 대변인은 “회사 부채 규모는 상당히 크다”면서 “UCID는 부채가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빚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방정부들의 ‘성장 과욕’이 과도한 부채로 이어져
‘성장’중심의 관료 문화가 지방정부들의 무리한 도시개발을 부추겼다.
2009년 금융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중국 중앙정부는 각 지방정부에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도록 부추겼다. 이와 함께 부동산 건설업자들에게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풀어주면서 투자를 촉진했다. 그 결과 건설경기는 빠른 속도로 회복해, 과열의 단계에 이르렀다.
지금도 중국 지방정부의 관료들은 관할 지역의 경제 성장률이 좋을수록 성과금을 받거나 높은 인사고과를 받는다.
중국 정책과학연구원의 후진화 연구원은 “2008년 이전에는 이런 현상을 잘 볼 수 없었는데, 이제는 모든 도시가 앞다퉈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중앙재경대의 정강화 교수는 “지방정부는 GDP를 올리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초 우한시 시장에서 공산당 지역 비서관으로 승진한 루안 청화는 “Mr.삽”으로 불렸다. 그는 지난 2월 “우한시가 크게 성공하고 시민들의 행복을 이뤄주기 위해서 반드시 교각과 전철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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