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패권론’은 말짱 헛소리다. - 중국공산당 성립 90주년을 축하하며 (中) 중국의 미래와 관련하여 극단의 두 시각이 있다. 하나는 중국이 미국을 대신하여 세계 제일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은 곧 붕괴되고 말 것이라는 주장이다. 어느 쪽이든 위태롭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시각이다. 지난 칼럼에서 후자를 잠깐 언급했으니 오늘은 전자를 살펴보자. 중국이 패권국가로서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중화부흥론’, 반대로 중국의 성장이 자유민주의 세계 질서를 흐려놓을 것이라는 ‘중국위협론’이다. 중국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동일한 전망을 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입장과 태도는 크게 다르다. 특히 중화부흥론자들은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는 미국 패권의 시대와는 다를 것”이라는 달콤한 장밋빛 환상까지 읊어댄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것부터 따져보자. ‘ 패권’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국제사회에서의 패권은 정치력과 군사력을 기본으로 한다. 엄밀하게 따져 군사력이 우선이고, 그에 수반하여 정치력을 갖추게 된다. 이런 점에 비추어 미국을 따를만한 국가는 세상에 없다. 알다시피 미국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의 국방비 지출과 군사력을 다 합치더라도 미국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중국이 한 50년쯤 지나면 오늘날 미국 수준 정도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때까지 미국은 가만히 앉아만 있을까?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이 최근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말한 것처럼 “그 격차는 아주 크며, 세대적 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미래는 더더욱 난감하다. 미국의 리더십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지만 어찌되었건 미국은 제법 안정적으로 국내문제에 대한 ‘자기앞가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대장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중국은 어떠한가? 내부적으로 풀어야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당연한 현상처럼 착각하고 있지만, 중국이 WTO 체제에 편입된 것도 이제 갓 10년에 불과 하고, 금융, 교육, 통신, 의료 등 아직도 개방이 안 된 시장 또한 여럿이다. 외국인이 중국 내에 집을 살 수 있게 된 것도 10년 전부터야 가능했고, 불과 15년 전에는 외국인이 중국 경내에서 인민폐 현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조차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내국인이 신분증을 휴대하지 않고 이동하다가 불신검문에 걸리면 다짜 고짜 수용소에 끌려가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게 고작 8년전 이야기다. 2003년 그 유명했던 쑨즈강(孙志刚) 사건을 벌써 잊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국을 미국과 더불어 G2라고 불러주고 있지만 실제 종합적인 국력으로 따져보자면 중국은 G8에도 끼워주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엄청난 양적인 규모와 전략적 필요성 때문에 그냥 그렇게 대우해 주는 것뿐이다. 이 꽃봉오리가 과연 제대로 피어날 수 있을지, 혹시 밑동이 썩어있는 것은 아닌지, 자라나다 무게를 못이겨 거꾸러지는 것은 아닐지, 정말로 아무도 모른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도 그렇고,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해 있고 문화역사적으로 가까우며 경제적으로도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을 ‘존중’해주는 것이고, 중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내 일처럼 아 끼고 사랑해주는 것이다. 그 점을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은근히 중화주의, 혹은 애국주의를 통치이데올로기의 하나로 만지작거리는 배경도 어느 정도는 짐작이 된다. 산업화의 과정에는 국민의 역량을 하나로 묶는 ‘사상적 에너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13억 명이 넘는 56개 민족을 하나로 이끌고, 근대국가의 역사상 존재해본 적이 없는 대륙 단위의 거대국가를 경영해나가야 하는 중국공산당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현실과 이상을 혼동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특히 외부에서 적을 찾는 민족주의는 곧장 중국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것이다. 중국공산당 성립 90주년을 맞아 출렁이는 홍색 깃발의 물결을 보면서 걱정스럽게 건네는 우정 어린 충고다. 굴기(屈起)고 뭐고 하는 것도 전적으로 정치적 수사에만 그쳐야 한다. 중국공산당 지도부와 8천만 당원 모두가 그것을 직시해야 한다. 앞으로 최소한 10년 동안은, 아니 30년, 40년 동안은 내치(內治)에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야 살짝 ‘굴기’를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은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말건, 밖에서 누가 뭐라고 말을 하건 말건, 우쭐할 필요도 없고 주눅들 필요도 없이 의연히 ‘중국의 길’을 가야 한다. 부국(富国)의 아버지 덩샤오핑(邓小平)의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당부를 잊지 말자. 앞으로도 100년 동안은 변함없이, 도광양회(韬光养晦)의 자세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장성하는 중국이 ‘위협’이 되지 않으려면 내부의 노력이 우선이겠지만 외부의 이해와 협조 또한 절실하다. 혹자는 중국의 지지부진한 정치개혁과 후진적 인권실태를 목청 높여 규탄하지만, 필자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해본다, 공산당과 같이 대륙 전체를 포괄하면서도 어느 정도 시스템이 견고한 정치집단이 없었더라면 중국에 오늘날과 같은 발전이 과연 가능할 수 있었을까? 이런 거대한 대륙국가를 이 정도나마 이끌어왔던 중국공산당에 진심으로 후한 점수를 주어야 마땅하고, 대체로 다독이고 설득하는 자세로 그들을 대하는 것이 옳다. 오랜 중화의 역사와 전통, 자신이 가진 체격의 크기, 근대 역사의 치욕 때문에 중국이라는 공동체는 자존심이 강하다. 직설적인 비난이나 대안없는 비판은 오히려 그들을 반발하게 만든다. 학교에서 가장 덩치 큰 학생이 말썽부리지 않고 무탈하게 졸업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는 다정한 담임교사처럼, 그렇게 중국을 이끌자. ( bitdori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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