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을 준비하며/중국무역·사업 경험기

차이나플레이션(China+Inflation)으로 韓 국내물가도

주님의 착한 종 2011. 2. 24. 11:10

 

중국내 인건비 등 치솟아 수출가격 급등… 국내 경제 직격탄
생활용품에서 농작물까지… 최근 2배까지 오른 것도
업체들 "납품가 싸움 힘들어"
중국 수출 물가 오르면 3개월내 국내 물가도 올라

중국
웨이하이(威海)에서 소형 가죽케이스와 지갑 등을 생산해 내다 파는 KC피혁의 백봉철(68) 사장은 올 초부터 한국 수입업체들과 납품 가격 인상 폭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인건비 상승으로 생산 원가가 급상승한 탓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임금 인상이 없었지만, 지난해에는 인건비가 30% 가까이 올랐다. 올해 웨이하이 지방정부는 최저 임금을 26%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7월부터는 근로자에 대한 5대 사회보험 가입도 의무화돼 기업 부담이 늘어난다. 백 사장은 "200명이던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며 구조조정을 했지만 더 이상 비용을 줄이기 힘들다"면서 "제품별로 5~15% 올리는 선에서 한국 수입업체와 협상이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중국의 임금 상승 여파로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22일 서울의 한 백화점 완구 매장에 가격 인상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 중국의 임금 상승 여파로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22일 서울의 한 백화점 완구 매장에 가격 인상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직격탄 맞는 한국 수입업체들

중국은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싼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전 세계 '골디락스(Goldilocks·저물가 속 경기 호황)'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오히려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국가가 됐다. '차이나플레이션(China와 Inflation을 합친 말로 중국발 물가상승이란 뜻)'이란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이다.

차이나플레이션은 중국산 제품에 많이 의존하는 한국에 커다란 위협이다. 우리나라의 수입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6.9%로 전체 수입 대상 국가 중 가장 높다. 특히 생활용품, 섬유류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50%를 넘으며, 농산물도 15%를 넘는다.

중국에서 15년째 아귀를 수입해 국내 식당에 공급하고 있는 원방수산은 "작년 10월 1㎏에 5000원이던 아귀 값이 지금은 9000원으로 올랐다"며 "중국 인건비가 오르고 선박용 기름 값이 뛰면서 수출 가격이 인상된 것 같다"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거래처에 가격 인상분 가운데 일부를 얹어 팔고 있지만, 모두 떠넘길 수 없어 마진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원단을 수입해 섬유제품을 만드는 대한방직은 판매 가격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유영중 판매관리부장은 "1년 전에 야드당 50~60센트였던 중국산 원단 가격이 지금은 1달러20센트로 올라 1년 만에 2배가 됐다"며 "지금은 재고 물량이 있어 원단 인상분의 80%만 반영해 팔고 있지만 재고가 떨어지면 수입 원단 인상분을 판매 가격에 모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화학제품을 들여와 국내에 내다 파는 태영인더스트리는 최근 중국 수출업체에 대해 "가격 인상 폭이 지나치다"며 여러 차례 항의했다. 수입 메탄올 가격이 작년 말 t당 300달러 수준이던 것이 요즘 400달러로 30% 올랐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 업체에 조정을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면서 "아직은 국내 판매 가격에 전가시키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수출 물가 상승은 1~3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삼성경제연구소 정진영 수석연구원) 최근 한국 정부의 전방위적 물가 대책에도 불구, 향후 물가를 안심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베이징시(市) 최저 임금 21% 올려

중국의 노동력 공급은 끝이 없어 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구인난에 빠진 중국의 중소기업인들은 "노동자들이 신(神)이 된 시대"라고 아우성친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 전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연쇄 파업은 중국의 임금 상승세에 기름을 끼얹었다.

제조업체들이 밀집한 광둥(廣東)성은 다음 달 최저 임금을 18% 올릴 계획이다. 베이징시는 지난달 21% 올렸고, 상하이시는 4월부터 10% 인상한다. 중국이 최근 발표한 제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 조화로운 노사관계 확립과 소득 제고, 분배 조정을 더욱 강조함에 따라 기업의 인건비 압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위안화 절상도 중국산 수출 제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위안화는 2009년 0.1% 절상(환율 하락)에 그쳤지만 작년에는 3% 절상됐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미국 달러로 거래되는 수출 가격이 그만큼 올라간다. 중국에 진출한 A대기업 관계자는 "원가에서 인건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기업은 인건비보다 위안화 절상이 더 부담스럽다"면서 "미주·유럽에 공급하는 제품 가격을 조금씩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간 전자상거래 업체인 '글로벌 소스(Global Sources)'가 작년 12월 중국 내 가전·의류·금속 등 수출업체 232곳을 조사한 결과, 조사업체의 74%가 지난해 수출 가격을 인상했다. 조사 대상 업체들은 수출기업이 몰려 있는 저장(浙江)·광둥(廣東)·푸젠(福建)성 소재 기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