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중국 경제에 주목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저 중국 경제를 연구하거나 적어도 중국에 관심 있는 사람만이 중국 경제를 주시할 뿐이었다. 어쩌면 중국 경제가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90년대 말 동아시아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 경제 규모는 우리나라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지속적인 고도 경제성장의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과 수년 만에 중국 경제규모는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4위를 기록하더니 올해 2∼3분기에는 일본을 넘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도달할 경우 중국은 ‘중등 선진국’으로서 새로운 면모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언제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도달할 것인가. 지난 10년간 중국 경제규모는 4∼5년 간격으로 2배씩 증가함으로써 4배 이상 확대됐다. 중국은 최근 10년간 8∼13%의 고도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8%
이상의 성장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런 고성장을 유지할 경우 2015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3600달러의 2배에 해당하는 7200달러에 달하고 2018년에는 1만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물론 중국
위안화가 빠르게 절상될 경우 그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지난 2005년 7월 21일 중국이 환율제도를
고정환율제도에서 관리변동환율제도로 전환함으로써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8.27위안에서 6.8위안 미만으로 떨어지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무역 흑자가 확대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위안화 평가
절상 요구가 가중되고 있고 지속적으로 자본이 유입됨에 따라 향후 위안화는 추가로 절상될 전망이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수준에 도달할 경우 중국 경제는 양적·질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1인당 국민소득이 현저히 낮으며, 소비시장 규모도 절대적으로 작다. 그러나 구매력 기준으로 평가할 경우 현 중국의 소비시장 규모는 미국의 70%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따라서 향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설 경우 미국의 구매력 수준을 넘어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이전에 1만달러 가능
둘째, 중국의 부유층이 급성장하면서 부유층을 상대로 한 명품시장과 부유층 맞춤형 서비스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21세기 들어 세계 소비시장의 두드러진 변화는 명품시장의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에서 부유층이 급성장함에 따라 중국 명품시장이 확대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프리미엄시장이 커지면서 글로벌기업들은 중국의 시장을 세분화(Segmentation)해 프리미엄시장에 적합한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과 중국 국내금융기관에서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부유층(개인금융자산 100만달러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뱅킹(Private Banking)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셋째, 중국 경제가 투자 중심 성장에서 소비와 투자의 동반성장으로 변화될 전망이다. 최근 수년간
중국 경제에서 투자가 점하는 비중은 50%를 넘어서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투자증가율 역시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소비증가율은 2004년 후에야 10%를 넘어섰으며,
그 후에도 2008년을 제외하면 15% 정도 증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넷째, 투자가 단순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벗어나 첨단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중심으로 변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단순 노동집약적 제조업의 가격경쟁력이 상당히 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중국을 단순 가공기지로 이용할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다. 이는 중국 국내기업뿐 아니라 외국인투자자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내용이다. 반면 첨단산업 및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해당 부분의 투자는 급증할 것이다.
다섯째, 중국의 경제구조는 무역의존도가 상당히 약화되고 내수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제고될
것이다. 중국은 2001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무역량이 급증하면서 무역의존도가 크게
상승했다. 특히 중국의 무역 흑자규모는 2005년 10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2007년에는 2622억달러, 2008년에는 2955억달러에 달함으로써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무역 흑자가 1961억달러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올해 다시 급증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동시에 무역 흑자가 대폭 확대됨으로써 교역국과의 무역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무역마찰을 피하기 위해 수출 중심의 성장정책을 내수와 수출의 동반성장정책으로 수정할 것을 밝힌
바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국제부흥개발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 표결권에서 확고한 2위를
점하고, 중국 금융기관은 세계적인 금융기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올해 중국은 국제부흥개발은행과 IMF 표결권에서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로 상승했으나 향후 수년 내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또한 중국
국유상업은행이 국외로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성장하고 중국국제금융유한공사(CICC), 공상동아금융지주회사, 중국은행지주회사 등 중국의 투자은행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장할 것이다. 올해 농업은행이 상하이와 홍콩 증권시장에 상장함으로써 세계적인 은행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국제금융기구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중국에 비해 상당한 우위를 점할 전망이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에서 개별 투자은행이나 은행을 고려할 경우 중국 금융기관이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물질적인 풍요만을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중국은 사회주의국가이면서도 사회주의 본래 이념과 달리 빈부 격차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 됐다. 중국의 빈부 격차 문제는 단순히 부유층과 빈곤층의 문제뿐 아니라 동부와 중서부, 도시와 농촌 등 다방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후진타오 정부는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해 동부 중심의 발전정책에서 벗어나 중서부 발전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또한 도시 중심의 발전정책에서 벗어나 농촌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최근 경제성장률을 보면 동부보다는 중서부, 도시보다는 농촌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 간 빈부격차 해소가 다소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과 달리 부유층과 빈곤층의 양극화는 좀처럼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최근 근로자들의 임금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로 인해 양극화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저명 경제학자들도
부유층과 빈곤층 간의 양극화 문제는 경제성장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라고 한다.
양극화 심화가 사회 갈등 심화로 이어질 것인지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인들은 한국인에 비해
타인의 부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 즉 타인이 잘사는 것은 타인의 일이지 나와는 무관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인은 대체로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데만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물질적으로 풍요해지면서 중국인은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정치적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정치적 억압에서 벗어나 정치적 자유를 확대하고자 하는 요구가 점차 증가할 경우 현행 정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칼럼니스트:[구기보 숭실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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