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상하이 엑스포사무국에 따르면 상하이 엑스포를 찾은 사람은 6개월간 7000만여 명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이번 행사가 중국 경제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줬다고 자신하지만 중 국 국내외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극복할 과제 역시 산적해 있다고 지적한다.
☞ ① 수출보다 내수 주력
양적 성장 끝내고 질적 성장으로‐‘지속적 성장’유지·강화 위한 포석
■수립에 3년 걸려…"세계 최대 규모의 정책 연구"
중국 언론에 따르면 12차 5개년 계획은 11차 5개년 계획이 반환점을 돌 무렵인 2008년 하반기부터 수립되기 시작했다. 이 업무는 중국 국무원(내각) 산하 경제정책기구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총괄하고 있다. 그 첫 단계는 11차 5개년 계획에 대한 평가. NDRC는 이 무렵 국무원 산하의 싱크탱크인 국무원발전연구센터(国務院發展硏究中心)와 칭화(淸華)대, 세계은행 베이징 사무소 등 세 곳에 11차 5개년 계획에 대한 평가를 의뢰했다.
NDRC는 2008년 말 세계은행, 칭화대 등에서 받은 평가 결과와 국가통계국이 실시한 여론 조사를 바탕으로 중국 경제·사회의 20가지 핫(hot) 이슈를 뽑아 정치·경제 전문가 그룹에 자문을 의뢰했다. 11·12차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한 칭화대 경제학과 후안강(胡鞍鋼) 교수는 중국 베이징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연구·컨설팅 활동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며 "계획 수립부터 공표까지 10단계 이상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렇게 준비를 거친 계획안이 처음 일반에 공개된 것이 지난달 열린 공산당 17차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반쯤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참석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CEWC)에서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담은 최종본이 작성되고, 내년 1~2월 다시 각계의 의견을 취합한다. 새 계획은 최종적으로는 내년 3월 열리는, 우리나라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의결·확정된다.
■12·5계획의 3대 키워드
지금까지 나온 12차 5개년 계획은 크게 3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는 내수 확대를 통한 발전 전략이다. 이 목표는 지난 11차 5개년 계획에도 포함돼 있었지만, 이번에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한층 강해졌다.
11차 계획이 수립될 당시 50%를 넘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계속 감소해 지난해 48%로 떨어졌다. 최근 3년간 매년 평균 250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도 중국으로서는 부담스럽다. 이미 미국·유럽연합(EU)의 통상 압력이 거세지고 있고, 위안화에 대한 절상 압력도 커질 대로 커진 상태다.
삼성경제연구소 최명해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발표문에는 양적 성장 개념인 '경제성장'은 2차례 언급된 반면, 질적 성장을 의미하는 '경제발전'은 13차례 언급됐다"며 "투자·수출 주도의 발전에서 내수 확대를 통해 경제발전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강화한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둘째는 민간 소득 증대다. 1995년 이후 중국 경제는 7배 이상 성장했지만, 세금을 제외하고 사람들이 실제 쓸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은 도시지역은 4배, 농촌지역에서는 3배 느는 데 그쳤다. 자연히 "개혁개방의 최대 수해자는 근로자가 아니라 정부"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후진타오 주석이 천명한 '포용적 성장' 원칙(키워드)에 따라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경제성장률에 뒤처진 소득 증가율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세 번째는 에너지 절감이다. 중국은 11차 5개년 계획에서 GDP 단위 에너지 소모량을 5년 이내에 20% 줄이겠다고 천명했지만, 실제로는 목표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12차 5개년 계획에서 에너지 절약·신재생 에너지·신에너지 자동차 등을 7대 전략사업으로 선정해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또 철강·기계 등 에너지가 많이 드는 중공업 분야는 기업 간 인수·합병을 촉진해 시설을 현대화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② 늘어나는 민간소득
'개방 최대 수혜자는 정부' 비판 의식 근로자 지갑 채워주는 데 정책 집중
■"한국 對 중국 수출 둔화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내년 12차 5개년 계획이 시행되면 중국 경제의 발전 속도가 과거 연 10%대에서 7~8%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의 엔진이었던 수출 대신 아직은 불안정한 내수 육성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GDP가 1% 줄면 한국의 대(對)중 수출은 2%, GDP는 0.3% 내외가 줄어든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분배를 강조해 근로자들의 지갑이 두툼해지면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국내 기업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등 중국 정부가 집중 육성하는 분야의 전망이 밝다. 전병서 경희대 겸임교수는 "중국은 12차 5개년 계획에서 2015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는 휴대폰 배터리 60억개 분량의 2차전지(충전해 다시 쓸 수 있는 전지) 시장이 열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물론 '파이(pie)'가 커졌다고 해서 기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LG경제연구원 이철용 연구위원은 "자국산 우선 구매(Buy China)와 갖가지 진입장벽의 보호를 받는 중국 현지(local) 기업들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12차 5개년 계획이 본격화하면 우리 경제의 12%를 차지하는 대 중국 수출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중국 수출품의 70% 정도가 부품·반(半)제품 같은 중간재 형태다. 이 중간재는 지금까지 값싼 중국 노동력을 이용해 가공 공정을 거쳐 제3국으로 나갔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민부(民富) 정책에 따라 중국 근로자의 임금상승이 본격화되면 이런 임가공 무역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하지만 하이테크 원천기술을 가진 기업의 경우 중국의 산업 고도화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
☞③ 新사업 육성
‘그린 에너지’등 7대 전략사업 선정 철강·기계 등 중공업은 M&A 촉진
■중국 사회, 번신(飜身)할 수 있을까?
중국 경제가 또 한번 번신(飜身·몸을 뒤집다는 뜻으로 중국 사회의 큰 변화를 나타내는 말) 할 수 있을까? 결론이 어떻게 나든 12차 5개년 계획은 그 분수령이 될 것이다. 12차 5개년 계획에 대한 중국 정부의 말에는 11차 때보다 깊은 조바심이 반영돼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는 21일자에 이런 글을 실었다.
"중국의 발전은 중대한 시점에 도달했다. 샤오캉(小康)사회(키워드)를 달성하기로 한 목표 시점까지 이제 불과 10년 남았다… 복잡한 외부 환경으로 인해 다양한 도전이 다가오고 있고, 불균형·불평등·지속 불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으며 이 문제는 점점 더 피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포용적 성장 경제 발전의 성과가 국가뿐만 아니라 지역과 인민에게 미쳐 조화로운 경제 발전을 이룬다는 원칙. 후진타오 주석이 9월 처음 언급했다.
샤오캉(小康)사회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개념으로 중산층이 늘어나 대부분의 국민이 일상생활에 걱정이 없으며 여유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중국 지도부는 2020년까지 샤오캉사회를 열겠다고 공언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