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중국과 친해지기

中 초고속인터넷 타고 제2의 한류 르네상스

주님의 착한 종 2010. 5. 3. 13:27

 

 

 

▲ 중국 대표 동영상사이트인 유쿠닷컴의 한국드라마 사이트

 

베이징 지하철에서 '1박2일'을

베이징 지하철을 타면 핸드폰으로 한국 방송프로그램인 '1박2일'을 보는 젊은 시민들이 종종 눈에 띈다.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 영상물을 보고 있는 베이징 시민의 다수가 한국 드라마, 영화 등 한국의 대중문화 영상물을 보고 있다.

중국에서 만나는 20,30대의 젊은 사람들은 열이면 열, 한국인인 나와 함께 '한국드라마'를 주제로 삼고 싶어한다.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 나를 당혹스럽게 할 정도로 한국 드라마와 연예계 정보를 꾀고 있다.

최근 상영 중인 드라마를 중국인들은 다음 날이면 중국어로 보고 있다. 회사에서 몰래 다운로드를 받아서 출퇴근 시간에 핸드폰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아직 중국에서는 DMB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핸드폰에 저장해서 본다.

제1호 한류스타 안재욱이 주연한 '별은 내가슴에'(1997년), 중국중앙텔레비전 방송국인 CCTV를 통해 최초로 방영된 '사랑이 뭐길래'(1991년) 등은 중국에서 한류의 시작을 알린 드라마들이다.

'별은 내가슴'은 홍콩 방송국인 펑황TV가 방영했는데, 펑황TV를 시청하는 중국 대륙 시청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으면서 안재욱은 중화권 한류스타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사랑이 뭘길래'는 한국 서민 가정상을 중국 안방에 소개해 중국 시청자들로 하여금 한국인의 인간미와 중국 가정과의 유사성을 발견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 후, 영화 '엽기적인 그녀', 드라마 '가을동화', '겨울연가', '대장금' 등은 중국 전역에서 인기리에 시청됐으며 한국에서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 등 방송물은 중국에서도 시청률이 높았다. 한국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아지자, 중국 각 방송국은 황금시간대에 한국드라마를 방영했으며, 급기야 방송 쿼터제를 도입해 제한을 해야 할 정도였다.

한류 콘텐트의 중국 보급 과정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정규 방송국을 통해서 보급됐다. 공중파를 타고 방영된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이 중국 시청자의 관심을 끌자,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의 DVD복제품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포르노 영상물보다 한국 영상물이 더 광범위하게 보급되었으며, 남녀노소 할 것없이 다양한 계층의 관심을 끌어왔다.

초고속인터넷망 탄 한류 콘텐트

공중파, 복제 DVD로 보급되던 한국영상물은 중국에서 초고속인터넷망이 구축되고 인터넷을 통해 영상 콘텐트가 보급되자 초고속인터넷망을 타고 전지역으로 실시간 보급되고 있다.

DVD복제품이 중국의 지방 소도시까지 보급되기까지는 한 달 이상이 걸렸다면,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급되고 있다. 한국에서 미국드라마에 자막을 넣어서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듯이, 중국에서도 한국 드라마에 자막을 입혀서 24시간 내에 인터넷에 올려지고 있다.

한국드라마가 보급되는 주요 사이트는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쿠닷컴, 투더우닷컴, 오픈TV닷컴 등 대형 사이트들이다. 중국 현지의 한국인, 동포들도 이들 사이트를 통해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영상사이트에서 한국 것만 모아서 연결한 사이트들도 생겨날 정도이다.

이와 같은 인터넷을 통한 한류 콘텐트의 보급으로 인터넷에서 한류스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즉, 중국의 문화콘텐트 유통 시스템의 변화가 한류 콘텐트 유통 시스템도 바뀌었으며, 과거에 비해 한류의 전파속도와 영향력을 훨씬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몇해 전 한국의 모 대기업이 한국 영상 콘텐츠로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오래 전에 방영됐던 영상콘텐트의 중국어 버전을 준비해서 보급하려고 했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중국 시청자들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다 봤고 현재 상영 중인 것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국내에서는 국내 방송을 목적으로 영상 콘텐트를 만들고 국내에서 우선 상영한 후에 아시아 나라로 보급하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의 한국 드라마 애청자들은 한국 방영과 동시에 중국어로 보고 있다.

아시아인들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 중국인을 비롯한 수많은 아시아인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는 환경변화를 감지하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국내에서는 이와 같은 환경변화를 감지하지 못해 수익창출, 국가브랜드 제고, 한국 문화의 국제화 등을 위한 호재로 삼지 못하고 있다.

중국 대형영상사이트는 한국 드라마가 '잘 팔리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국 드라마 영상 콘텐트에 광고를 삽입해서 광고 수익을 내고 있다. 물론 저작권에 대한 문제는 있다. 하지만 저작권 문제만 따지는 소극적인 대응보다는 이와 같은 환경을 활용하는 한 수 위의 대응책이 필요하다.

아시아의 대중문화 주도, 한국의 국가브랜드 제고, 한국 여행과 상품 홍보 등 정부, 기업, 방송 기획사가 협력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령, 한국 성형을 비롯한 의료서비스를 국제화 하기 위해서 한국 성형병원을 주제로 삼은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고, 드라마 아이리스와 같이 드라마 속에 한국의 상품을 부각해서 홍보할 수 있다. 한국 기업 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명 기업을 끌어들여 드라마 제작 자체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드라마, 영화, 뮤직비디오 등 영상 콘텐트를 통해서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인들이 한국을 이렇게 주목했던 시절이 또 있었을까? 한류는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아시아인들이 만들어 준 것이다.

우리는 오늘의 아시아인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한국 드라마 즐겨 본다고 '우쭐' 대며 거만하게 굴 것이 아니라 아시아 대중 문화를 주도하는 나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아시아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한류 문화의 르네상스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우리는 나라와 기업의 이익에 부합하는 적극적인 모색과 대안으로 오늘의 호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