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의 일이었을까요?
기억이 나질 않네요.. 글쎄......
IMF 사태로 힘들었던 가을 어느 날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무슨 일 때문에 택시를 탔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도 일 때문에 택시를 탔겠지요.
저는 출퇴근 시간 외에는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시내에서는 주로 전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라서..
아무튼 택시를 탔습니다..
차창 너머로 팔짱을 끼고 걷는 연인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아이들..
재잘대고 웃으며 지나가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뒤뚱뒤뚱 걷는 작은 아이..
그런 것들이 윈도우란 작은 스크린을 통해 지나쳐 갔습니다.
짧은 영화의 조각들처럼............
모든 것들이 행복해 보입니다.
끼익~!
기사 아저씨가 급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그러고는 차를 인도 쪽으로 대더군요.
그러더니 교통 경찰 한 명이 택시로 다가왔습니다.
의경이었을 거에요.
경찰 : "면허증 좀 보여주시죠..."
기사 양반이 무얼 잘못한 모양입니다.
교통법규를 위반했겠지요.
아마 그때 알고 있었더라도
지금쯤은 기억의 저편에서 망각이란 식충이가 잡아먹었겠죠. 뭐...
기사 아저씨가 차에서 내리더니 경찰에게 조릅니다.
기사 : "한 번만 봐주게......IMF라 벌이도 쉬언찮아..."
경찰 : "안됩니다..면허증 보여주십쇼..."
기사 아저씨는 봐달라며 경찰의 팔을 잡으며 사정하더군요.
완고한 경찰은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그런데 늙으스레한 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경찰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기사 : "한번만 봐주게.... 정말.. 벌이가 쉬언찮아......봐주게.."
놀란 경찰도 무릎을 꿇고 기사 아저씨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경찰 : "아저씨.. 이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일어나요....."
기사 : "한번만 봐주게.. 다신 안 그럼세......미안허이..."
경찰 : "그렇다고 그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저도 당신 같은 아버지가 있습니다.
아들뻘 되는 사람에게 이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죄송합니다. 그냥 가세요..............................."
기사 : "고맙네.. 고마워........"
택시는 출발했습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이 갑자기 끔찍해졌습니다.
팔짱을 끼고 걷는 연인들의 아버지도
어디선가 가족들을 위해 무릎을 꿇을 것이고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의 아버지도
어디선가 가족들을 위해 무릎을 꿇을 것이고
웃으며 재잘대는 아이들의 아버지도
어디선가 가족들을 위해 무릎 꿇을 것이고
엄마의 손을 잡고 뒤뚱 뒤뚱 걷는 아이의 아버지도
어디선가 그 아이와 그의 아내를 위해 무릎을 꿇겠죠...............
고개 숙인 우리네 아버지들..
어디선가 오늘도 여지없이, 끊임없이 무릎을 꿇겠죠...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무릎 꿇는 아버지의 모습을 내 눈으로는..
절대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들이여..
힘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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