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과의 술자리 노하우
처음 북경주재원으로 들어와 중국전역에 140여 개 대리점을 개척하면서
자연스레 익힌 "객지에서 중국인과의 술자리" 노하우를 전수 드립니다.^^*
중국에 저보다 더 오래되신 선배님도 많이 계시고 사실 별것도 아니지만
술로 인한 만성 위장병으로 응급실에 실려가며 배운 비싼 경험이라
중국에 처음오신 초보 분들께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리라 기대하며
몇 자 적어봅니다...
먼저 자리배치인데 일반적으로 식사를 주관한 사람(돈 계산하는 분,
이하 주관자) 또는 주관하는 측의 가장 높은 사람이 둥근 테이블의 안쪽정면에
앉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손님이 바로 옆에 앉게 되지요.
주문은 보통 주관자가 손님에게 좋아하는 요리와 술을 물어보지만
한국인이 낯선 지방의 요리를 알 턱이 없을 터..
형식적인 물음이라고 보시면 되고 요리는 그냥 알아서 시키시라고 하면 됩니다.
음식주문이 끝날 즈음 음료수로 필요한 것 없느냐고 주문 받는 복무원이 대부분
물어보는데 이때는 절대 사양하지 마시고 옥수수 즙 (위미졀) 또는 요구르트
(쑤안나이)를 반드시 주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에 냉채나 주전부리가 나오고 이어서 남방이면 탕(국)이
나와서 먼저 간단히 속을 데워주지만 북방이면 백주가 음식과 동시에 나옵니다.
백주 잔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눈물 잔이라고 할만큼 조그만 잔에
원 샷을 하는 방법과 맥주글라스 2/3정도 크기의 백주 전용 잔에 사람 수대로
가득 채워 몇 모금씩 나누어 마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광동, 광시지역과 북경, 상해지역은 좀 약한 편이지만 그 외 중국 대부분 지방은
(시골로 갈수록 더욱 더) 처음 만나는 손님에게 술을 아주 심하게 권합니다.
특히 나이 60을 훌쩍 넘은 분이나 여성분들이 먼저 건배를 하고 빈 잔을
보여주면서 덤비면 상당히 곤혹스럽습니다.
안주도 입에 맞지 않는데다 술도 최저 38도에서 기본이 52도로 시작하니
그렇다고 한국인 게다가 젊은 남자 체면에 물러설 수도 없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지요..
그래서..이러한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두 세가지 대안이 있습니다.
상대가 술을 권하며 다가오기 전에 먼저 주관자나 가장 중요한 사람에게
감사의 술잔을 집중적으로 권하여 역공을 취하는 것 입니다.
상대편의 핵심인력을 먼저 취하게 함으로 조기에 술자리를 마감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술을 권할 때는 전체가 함께 공감할 이유를 만들어 다 함께 마시도록 유도하는
것도 꽤 좋은 방법입니다.
상대편에 비해 수적으로 너무 불리할 때는 미리 한국소주를 몇 병 준비해 가는
것도 효과가 좋습니다.
일단 분위기를 위해 소주를 한국의 명주로 좀 띄워야겠지요.
그리고 맥주 몇 병과 맥주잔을 사람수대로 주문하여 백주를 마시기 전에
먼저 폭탄주로 선공을 하는 것이지요.
폭탄주를 마셔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한국과 중국의 만남, 본사와 대리점의 만남,
한국인은 함께 어울리는 것을 즐긴다,
한국의 술 문화 등등 .. 어쨌든 알아서 상황에 맞게 대십시오.
중국 분들이 백주에는 무척 강하지만 아직 식사도 하기 전 빈속에
폭탄주 한잔은 자존심 강한 중국인이라도 곧잘 무장해제 시켜 버리곤 하지요..^^*
그런데 깜빡 하고 소주 챙기기를 잊어버렸다거나 출장기간이 길어서 실탄이
떨어졌을 경우는 열심히 옥수수즙이나 요구르트를 마셔가며 어느 정도까지는
버텨줘야 합니다.
가끔씩 힘들어하는 표정과 함께 고개도 한번씩 저어보지만 그래도 눈 마주치는
사람과는 가볍게 미소도 지어가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본인의 주량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는 순간에는 주저 없이 단호하게
꽤 강한 표정으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해야 합니다.
이제 그만, 도저히 못 마시겠다고 웃으면서 어려운 표정으로 솔직하게 이야기
해야 합니다.
제 경험으로 대부분은 더 이상 권하지 않더군요.
아마도 이미 힘들게 노력하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여주었고 충분한 성의를
보였기 때문이겠지요.
실은 그냥 퍼져서 쓰러져 업혀가도 그만이겠지만 다음날 스케쥴을 위해서나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서도, 초대한 사람의 얼굴도 살려주면서 출혈을 최소화
해야겠지요..ㅎㅎ
출처 : 지구춘 네트워크 후계자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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