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청도 이야기

오늘은 계속 헉헉댑니다.

주님의 착한 종 2009. 5. 25. 12:48

월요일 아침..

오늘도 일어난 시간은 정확히 5시 반입니다.

 

운동을 나가려고 하다가

문득 담배불에 빵꾸난 침대보가 보입니다.

나중에 마님이 오셔서라도 본다면... 

 

가만히 있자..

침대보를 빨은지 얼마나 되었나..

홀애비 냄새 날까, 매일 향수를 조금씩 뿌리며 지냈지.

에라... 아침 일찍 세탁을 하지 않으면 저녁에 사용할 수 없으니

지금 빨아버리자..

 

이불보도 벗기고, 침대포도 벗기고, 베겟닢도 벗기고..

한 짐입니다.

세탁기에 꾸겨 놓고 전자동을 눌러 세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찌게 덮히고 밥을 먹으려 하니

아차.. 밥이 없네

어제 저녁에 들어와서 틀림없이 밥을 했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취사 버튼을 눌르지 않았나 봅니다.

다시 밥을 하고..

 

문 입구에 쌓여있는 맥주병, 소주병들에 박스 껍데기들도 치워 버리자.

아파트 입구에 나와 쓰레기 통을 뒤지고 있는 어느 아주머니를 불러

가져가라고 했는데...

때가 꼬깃꼬깃 절은 옷에 새카만 얼굴의 그 아주머니는

그래도 여자(?)라고 성큼 따라오지를 않네요.

 

나 한국인에요. 우리 집에 빈병 많아요. 공짜로 줄게요...

 

그랬더니 슬슬 따라옵니다.

집 문앞에서 들여다보더니 입이 찢어집니다.

그리고는 정말 공짜로 주느냐고 묻네요.

 

쎄쎄를 연발하더니 자루에 모두 담습니다.

잘 가라라고 했더니 연신 고개를 숙입니다.

내 쓰레기를 치우는데,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이 더 이상하네요.

그렇지만.. 작게라도 남을 도왔다고 생각하니 기분은 좋네요.

 

밥이 다 되었습니다. 찌게는 도로 식어 버리고..

어쨌든 밥을 먹고 났는데도..

 

이놈의 세탁은 끝날 줄 모릅니다.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그래도 세탁기는 돌아갑니다.

만만디.. 만만디... 하면서..

 

결국 2시간 반만에 세탁이 끝났습니다.

창문 밖에 널고.. 의자를 일렬로 세워 놓고 널고...

땀이 납니다.

얼굴에 바른 로션이 땀에 녹아 눈으로 들어옵니다. 아이구 따가워라..

운동한 것보다 더 피곤하네요. 

 

늦었습니다.

보통 8시면 사무실에 나가는데..

아깝지만 택시를 탔습니다.

그런데 사무실에 도착하니... 아직 아침 근무 직원이 출근을 안했네요.

 

환기를 시키고.

컴퓨터를 키고, 부팅되는 동안 까떼나를 바치려고 할 때..

아뿔싸... 이번엔 안경을 안 가지고 출근한 걸 알았습니다.

 

왜 이렇게 정신머리가 없을까..

 

나중에 직원이 출근한 다음..

눈썹이 휘날리도록 뛰어가 안경을 찾아 쓰고 다시 출근했습니다.

 

헉헉대며..

이제 간신히 일을 시작합니다. 

 

헤헤.. 헉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