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청도 이야기

청도 이야기-중국의 연인(戀人)들.

주님의 착한 종 2009. 2. 4. 16:23

청도 이야기

중국의 연인(戀人).
 
흔히 중국은 남녀평등 국가라서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에서 크게 차별을

두지 않고 공평하게 일을 분담한다고 하지요.

전통적으로 유교문화가 강한 국가인데 이렇게 변한 것은 아마도

근대의 공산혁명 시점 이후로 여권신장이 높아져 왔지않았나 봅니다.

남녀평등의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어서인지 청춘 남녀의 교제도

그들만의 특색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같이 짝사랑하면서 가슴앓이를 한다든지, 남성우월적인 언행과

행동을 한다든지, 상사병으로 입원하거나, 여친 집에 쳐 들어가서

온갖 횡포를 부린다거나 하는 현상을 잘 들어보지를 못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도 남성의 여성화가 되어가는 것을 가끔 느낍니다만,

중국戀人들을 보면 꼭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막 한중수교를 할 당시에 중국에 와 보신 분들은 많은 의아심을

느꼈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고 여러 사람으로부터 그런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만,

바로 중국의 戀人들의 교제방식이 그래도 자유주의요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보다도 더 개방적이고, 백주 대낮에도 스스럼없이 행동하는 것이,

도저히 사회주의 공산국가라고 믿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아직도 그렇지만, 중국은 엄격한 통제사회이다 보니 연인들의 사교장소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호텔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연인들만을 위한 은은한 커피숍, Bar, 호프집 등이 그리 발달되어있지

않습니다.

요즘은 여기뿐 아니라 대도시마다 조금씩 그런 집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연인들의 인구에 비하면 턱도 없을 겁니다.

앞으로 젊은이들만의 공간을 위한 분위기 문화사업을 계획하시는 분은

시장조사를 한번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다 보니, 오픈 된 장소에서 연인들끼리 속닥이고 장난치는 것을

많이 봅니다. 공원에서, 해변가에서, 길거리에서, 강변에서 그들만의

사랑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것이 수십 년간 진행되어 오다 보니 이제는 하나의 당연한 길거리

문화가 되어버렸습니다만,

아직까지 우리들 눈으로는 똑 바로 쳐다보지를 못하는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우리는 둘이서 남들 안보는, 좀 으슥한데 들어가서 커피가

쓴지 단지도 못 느끼고 속삭여야 제대로 된 은밀한 연인의 정이

느껴지는 것일 겁니다.

퇴근길에 집 앞 골목을 지나노라면
 담벼락에 서로 꼭 붙어서 끌어

안고 있는 戀人들을 몇 쌍씩 봅니다.

앞에 가는 중국인은 힐끔 한번 쳐다보고 시끄럽게 떠들면서 덤덤히

잘도 지나가는데, 저는 눈 둘 데를 못 찾아 괜한 발걸음만 재촉합니다.

(그것도 소리를 죽여 가며). 그렇게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도,

너희들은 떠들어라 나는 관심도 없다 입니다.

사람이 오면 좀 떨어졌다가 지나간 후에 다시 붙던지...ㅉㅉ.

그런데 희한한 것은 둘이 꼭 부둥켜안고 키스를 하는 것 같기는 한데

한번도 쪽~이란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

부끄러워서? 남사스러워서? 언뜻 이런 생각이 듭니다.

중국은 이전에는 집 구조가 내방 네방 하면서 구분할 필요가 없이

공동생활을 하다 보니 어쩌다 여친이 놀러 오면 둘이서 오붓이 키스할

장소가 없었을 것이라.

그래서 다른 사람이 한눈 팔 때 얼른 입술을 훔치고,

돌아서서 또 한번 훔치고요렇게 소리 죽여가며 즐기다가 보니

세월이 흘러 이제는 키스를 해도 격렬하게 쪽~소리 나게 하는 법을

잊어버렸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변이라던가, 해변 길에 연인들이 주~

늘어서서 단체 포옹을 하던 장면들을 자주 보았었는데,

요즘은 예전같이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이제는 연인들이 정담을 나눌수 있는 다른 장소들이 많이 생겨서

분산되어서 그럴까요.

90
년대 초 이전에는
歌舞廳 이라 해서 전문으로 춤만 추는 곳이

있었습니다. 입장료가 제 기억으로 3인민폐 (그 당시 환율로 280)

정도였습니다.

들어가면 중앙 홀은 비우고 테두리로 빙 둘러싼 2인용 탁자들이 있지요.

한쪽 귀퉁이에 군대 PX 매점 비슷한 가게가 있어 음료수와 다과를

살 수가 있구요. 거의 20대 초반의 남녀들이 많이 옵니다.

연인끼리 온 사람도 있고, 남자끼리, 여자끼리 와서 즉석에서 맘에 드는

상대를 골라서 춤을 청합니다.

춤을 청하면 별로 거절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부담 없어 합니다.

중국인은 소학교 시절부터 사교춤을 배워 오므로 언제 어디서나

아무 남자를 잡고 기똥차게 어우러져 춤을 즐깁니다.

남친이 보고도 질투를 내지도 않습니다.

디스코만 출 줄 아는 우리에겐 부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둘이서 춤을 한번 춰 보라 하면 무조건 찰싹 붙어버려야 되는

춤입니다.

요즘은 그 가무청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청춘 남녀가 건전하게 모여 가무를 즐기는 참 보기 좋은 장소였는데

왜 없어졌는지 모르겠군요.

아마 개방 후 물밀듯이 들어온 디스코텍에 밀린 것이라 짐작됩니다.

중국의 연인들을 보면 우리같이 니 죽네 나 죽네 하며,

둘이 죽자 살자 찰싹 붙어, 부모 뿐 아니라 누구라도 못 말리는 그런

관계는 별로 보지를 못했습니다.

부모가 반대를 한다고 둘이서 야반도주하는 경우도 본적이 없습니다.

(갈 데도 없지만..).

그래서인지 쉽게 헤어지고 다른 상대를 또 금방 찾아내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직장이 없으면 애인자격이 없습니다.

여자가 직장을 잃었다고 그렇게 오래 사귀던 관계를 단칼에 끝내는

무서운 친구도 있습디다.

결혼전의 연인들은 서로가 공평하게 서로를 배려해 주는 것 같습니다.

여친도 남친에게 그리 빽빽 거리 지를 않습니다.

결혼만 하고 나면 남편은 부인 앞에 고양이 앞 쥐 꼴이 되는 것을

많이 봅니다.

우리는 꺼꾸로 이지요.

우리 남자직원들도 퇴근시간이 조금만 늦으면 득달같이 전화가 옵니다.

이 친구는 낮은 소리로 설명을 하느라 진땀 빼고

전체회식이 있는 날이면 아예 각자 집에다가 전화를 하라 합니다.

허락부터 먼저 받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