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어려움은 서로 나눌 수록 아름답다.

주님의 착한 종 2008. 12. 8. 15:20

어려움은 서로 나눌 수록 아름답다.

 

지난 주 조선일보 독자 편지 란에 이런 내용의 글이 실렸다.

최근 손님이 크게 줄어들면서 식당운영이 힘들어지자 사장님이 고민 끝에

7명의 종업원 중 한 명을 감원하기로 하고 종업원끼리 상의해서 그나마

사정이 나은 사람이 그만둬 달라고 했다.

 

그 중 나이 어린 막내가 그만두겠다고 하자

직원들이 서로 나서

"우리들 월급을 조금씩 줄여 함께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는 기사다.

 

정말로 어려운 시기다.

그런데 이보다 더 어렵고 혹독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금융위기가 한바탕 요동을 치면서 증권시장과 환율이 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더니 이제 그 여파가 실물경제로 번져 서민생활의 틀을 바싹 조이고

있다. 소비는 크게 위축돼 문닫는 가게가 속출하고 그래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살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모두들 10여 년 전 IMF 위기 때보다 사정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들

야단이다.

 

그나마 제 돈으로 증권하고 펀드 한 사람은 저만 망하면 그만이지만

남의 돈, 빌린 돈으로 나섰던 사람은 저 망하고 집안 망하고

다른 사람마저 망하게 할 판이다.

그 사람들이야 어차피 '돈 놓고 돈 먹기'라도 했기에 그렇다 쳐도,

그 바람에 경제가 엉망이 돼, 먹고 살기가 어려워진 일반 생업자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그렇다고 누구 탓만 하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IMF 위기 때도 이겨냈듯이 지금도 이겨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자중하고 서로가 돕고 서로를 위로하며

서로를 보듬어 안아야 한다.

잘나갈 때 싸우는 것은 용혹무괴다.

그러나 어려울 때는 싸우지 말아야 한다.

모두들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고 남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괴로워하는 소리, 배고파하는 소리, 직장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소리, 가족과 함께 허리를 조르는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선 정치인들부터 목소리를 낮췄으면 한다.

으르렁대는 소리, 칼 가는 소리, 악을 쓰는 소리를 멈추고

대신 백성의 소리를 들었으면 한다.

FTA 등 나라의 장래가 걸린 중요한 문제가 산적한 줄은 알지만

당장은 국민의 눈과 귀를 끌지 못한다.

지금은 국민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다.

나라의 살림을 헤쳐나갈 책임을 진 사람들을 믿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자.

그들이 일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

어차피 우리가 선택한 길이라면 지금은 그것 이외에 어떤 대안도 없다.

 

(使)도 손해 보고 노()도 참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의 수익이 어제만 못하다고 가게 문 닫고 직원 자르는 일을 하기보다

손해 보더라도 직원을 거리로 내몰지 않는 것, 그것이 기업하는 보람이고

사람 사는 동네의 냄새다.

근로자도, 노조도 스스로의 몫을 줄이고 목소리도 낮춰야 한다.

지금은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使)를 살려야 나중에 데모할 대상이라도 남는 것 아닌가.

 

어찌 보면 우리는 지금 그 동안 우리가 너무 방만하게 살아온 것에 대한

반성의 기회를 얻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그 동안 분수를 넘게 살아온 감이

없지 않다.

감당할 처지가 아니면서 집·자동차·옷·먹거리 등등 너무 풍족하게,

그리고 너무 과시욕에 넘쳐 살아왔다.

사회 전체로 저축·절약·근검·기부와는 거리가 먼, 거품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에는 어쩌면 지난날 우리가 살아온 방식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자신보다 불우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다. 조금 여유 있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느낀다면 그보다 못한

사람들의 어려움은 그것의 몇 배 더 심한 것이 이치다.

이제 나만 잘 산다고 잘 살아지는 세상이 아니다.

조금씩 자기 것을 희생하면 그것이 모여 불우한 사람 전부를 도울 수 있다.

집안이 어려워지면 형제애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문근영씨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꾸준한 기부의 정신이 새삼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도 지금이 바로 모두가 서로 조금씩 자기 가슴을 열고,

자신의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살피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독자의 편지에 소개된 한 작은 식당의 일이 나라 전체로 확대되는

모양이 됐으면 한다. 국민 모두 조금씩 자기 몫을 나누어서 나라의

어려움도 덜고 누구도 일자리를 잃지 않아 "서로 가슴 아픈 일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 독자는 편지의 말미에 "그날따라 음식이 더 맛있고 따뜻했다"고 썼다.

위기가 있을 때마다 이 땅이 '더 멋있고 따뜻한 나라'가 됐던 것을

우리는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 칼럼은 조선일보 주필이신 김대중님이 2008.11.17 조선일보에

"어느 독자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내용을 원문 그대로 옮긴 것임>

 

- 생생소호무역 사종원 님 칼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