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위폐 사건으로 경찰에 구속된 사람들
가짜 1위안 동전, 절반 이하 값에 공공연하게 판매
인출기서 뺀 100위안짜리 5장은 일련번호 같기도
은행은 “인출기서 뺐다는 말 못 믿겠다” 보상 안 해줘
중국은 ‘짝퉁의 천국’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명품 짝퉁’은 중국의 웬만한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가짜 파동을 보면
농산품, 가공식품에서부터 기계, 자동차까지 가짜가 없는 게 없는
곳이라는 인상을 짙게 받는다.
몇 년 전 한국을 뒤흔든 ‘썩은 만두소 파동’이 중국에서도 일어났다는
뉴스와 그것이 조작된 것이라는 보도를 접했다.
소위 ‘중국판 썩은 만두소’라고 할 수 있는 ‘마분지로 만든 만두소’
뉴스가 보도된 지 며칠 후, 또 그 보도가 조작된 것이라고 하니 도대체
여기에 믿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싶어진다.
네티즌은 “조작됐다는 보도 역시 조작됐을 것”이란 리플을 달았다.
중국엔 순박하고 인정 넘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화(‘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라고 하지만
사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다를 게 없다)되어 가면서 점점 더
각박해지고, 얄팍한 술수를 쓰면서 인간 관계를 이해 관계로만 여기는
사람이 늘어가는 게 사실이다.
중국 얘기를 하면 ‘짝퉁’ ‘가짜’ 얘기부터 나오니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오늘은 ‘가짜 돈’에 대해 얘기해보자.
한국에서도 위폐가 유통됐다거나 가짜 현금인출기를 만들어 남의
신용카드를 복제한 뒤 돈을 빼가는 등의 금전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지능적 범죄가 발생한다.
중국에 와본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보고 들어봤음직 한 위폐 얘기다.
아닌 게 아니라 누구나 1위안 짜리 동전부터 100위안 짜리 지폐까지
전등 빛에 비추어 보고, 양 옆으로 당겨보고, 흔들어본다.
이런 정황에 처음 접한 사람들은 다들 황당해 한다.
‘돈을 왜 저리 못살게 굴까’ 하는 생각이다.
필자도 이런 습관이 들어서 요즘은 거스름돈을 받을 때 종종 확인해본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1위안 짜리 동전부터 10위안, 20위안, 50위안,
100위안 짜리 위폐를 수집하게 됐다.
물론 직접 제작한 건 아니다.
물건을 사거나 택시비 거스름돈으로 받다가 생긴 것들이다.
처음엔 ‘나도 속았으니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선 ‘기념품’ 처럼 갖고 있기로 했다.
요즘 1위안(약 84원)짜리 동전이 약 3마오(毛·위안의 아래 단위·약 36원)
에 전국으로 팔려나가고 있다고 하니,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위안 짜리 가짜 동전을 꽤 많이 갖고 있는데, 종종 작은 구멍가게에선
이 동전을 안 받으려는 현상까지 생긴다.
같은 얘기이지만 몇 달 전 중국에선 좀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100위안 짜리 가짜 돈이 ATM기기에서 그것도 같은 일련번호 5장이
한 번에 나오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은행에서조차 구분해내지 못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짝퉁 천국’이다.
심증은 있어도 물증이 부족한 이 사건을 다룬 신문 기사를 참조해보자.
이곳 신문사 ‘초천도시보(楚天都市報)’로 우한 (武漢)에서 일하고 있는
제보자 진모씨가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현금인출기에서 같은 일련번호의 위폐 5장이 나왔어요!”
그는 이렇게 황당한 일을 당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손실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얘기인즉 이렇다.
진씨는 우한에서 일하는 일용직 용접공으로, 전날 저녁 현금인출기에서
500위안(약 6만원)을 인출했고, 별 생각 없이 옷 주머니에 있던 100
위안 짜리와 함께 넣어두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중 500위안을 자기 매형에게 주었다고 한다.
매형은 다음날 오전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다가 500위안 중
400위안이 가짜임을 알고 처남인 진씨에게 연락했다.
진씨가 누나 집으로 가서 확인해보니, 자신의 주머니에 매형이
슈퍼마켓에서 사용하려던 4장과 같은 일련번호의 100위안 짜리
위폐 1장이 있더란다.
바로 자신이 전날 인출한 500위안이란 걸 알게 됐다.
진씨는 곧장 은행으로 달려가 이야기를 했고, 은행 측은 전날 CCTV에
촬영된 자료를 조사해봤다. 은행 측은 진씨가 전날 밤 9시경 500위안을
인출해갔고, 그 영상자료도 확인해주었다.
그러나 은행 측은 ATM기기 자체에 이상이 없고, 진씨 역시 그 돈이
ATM기기에서 나왔음을 증명할 증거가 부족했던 것이다.
은행 측은 “고객이 현금인출기에서 떠난 지 이미 하루가 지난 데다
진씨가 또 지갑을 도난당했거나 조작했을지 어떻게 알겠느냐”는
반응이다.
그리고 “고객들은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한 뒤 현장에서 반드시 잘
확인하고, 위폐라고 의심이 들 땐 현금인출기 앞 CCTV에서 벗어나지
말고 은행 카운터나 혹은 은행 핫라인에 연락해 진위를 가려야 한다”
고 했다.
현재 중국의 웬만한 은행은 ATM기기에서 1만 위안에서 최고 2만
위안(약 240만원)까지 인출할 수 있다.
그럼 2만 위안을 찾으면 한 장 한 장 진위를 가리라는 말인가?
중국에선 이러다간 소매치기의 표적이 되기 알맞다.
정말 어처구니없다.
은행에서 내 돈을 찾으면서까지 가짜인지, 진짜인지를 걱정해야 한다니….
빠른 경제 발전으로 중국 내 중산층이나 부유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들에겐 이 금액이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고 생각될지
모른다. 하지만 극심해지는 빈부 격차 속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진씨를 떠올려보니 그 속이 얼마나 쓰릴지 짐작이 간다.
이런 일이 나한테도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
중국의 성장과 그 잠재력은 말하나마나다.
세계가 모두 중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은 인간이 인간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사회인 것
또한 맞는 말이다. 법치국가에서는 그런 피해를 없애려고 법률을 제정해
단죄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사람이 인간성을 잃는 것은 돈을 잃는 것보다 더 큰 불행이다.
윤리와 도덕이 상실된 사회에 과연 밝은 미래가 있을까.
옛날 공자가 추구하던 인도사회가 어떤 것인지 돌아보게 된다.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오늘도 나는 음식점이나 가게에서 거스름돈을 받으면 앞뒤를 들춰보며
위폐인지 아닌지를 확인한다.
'중국 창업을 준비하며 > 중국무역·사업 경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역업을 하다 보면 (0) | 2008.03.05 |
---|---|
소무역 딜러와 벤더의 역할 (0) | 2008.03.04 |
美 기업이 본 중국 소싱 시 유의점 (0) | 2008.02.21 |
광동성 제조업 위기 사실인가? (0) | 2008.02.21 |
소무역 - 노점을 주목해보자. (0) | 2008.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