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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또순이

주님의 착한 종 2007. 12. 4. 14:14

, 프라하의 또순이

~! 식사하셨어요? 뭐 더 필요한 거 없어요?

오빠~. 여기~ 과일 좀 드세요.

 

체코 프라하의 민박집. 한 여성의 대구 사투리가 온 방을 휘젓는다.

코맹맹이 앳된 목소리지만 사람들 다루는 말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올해 스물 한 살의 박아름씨.

그녀는 ‘풀하우스’라는 이름의 이 민박집을 경영하는 어엿한 ‘사장님’이다.

프라하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을 다녀 봐도 스물 한 살밖에 안 된 민박집

여사장님은 찾기 어렵다.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가냘픈 체구의 그녀가 낯선 나라 도시에서

하루 30명 가까운 손님들이 들락거리는 작지 않은 규모의 민박집을 꾸려

가고 있다.

박씨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성공하기 위해 유럽에 음악 유학 온 대학생이다.

체코 프라하 콘서바토리 1학년을 마치고 올 9월 영국 옥스퍼드 음대에

입학 예정이다.

이 음악도는 “여기서 민박집까지 운영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했다.

“처음엔 원룸에 살았는데, 오후 6시 이후엔 연습을 못하게 돼 있는 거예요

겨우내 영하 15도나 되는 아파트 지하 창고에 바이올린 들고 내려가

몇 시간 동안 있다가 손이 얼어 버려 펑펑 울기만 했어요.

박씨는 안되겠다 싶어 어릴 때부터 저금했던 통장을 깨 2층집을 빌렸다.

그러다 길에서 헤매는 배낭여행객들을 보곤, 힘들게 유학생활을 하던 자신이

생각나 선뜻 재웠다.

연락처가 퍼지고 소문난 끝에 지난 4월부터 본격 민박업으로 나섰다.

한 달간 한식 조리도 배웠다. 김치찌개는 기본이고 불고기와 열무냉면이

특히 자신 있다고.

김치도 직접 담근다. 일주일에 30포기씩 담가도 모자란다.

배낭여행객들은 “여기서 살쪄서 가요!”라며 즐거운 불만들이다.

손님이 늘어나자 그 동안 모아뒀던 돈을 쪼개 옆집도 함께 빌려 두 채로

장사를 한다. 스물 한 살. 아직 ‘사회인’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한데

그녀는 이미 ‘억척 사업가’로 변신해 있었다.

최근엔 민박뿐 아니라 레저·스포츠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여기 프라하에선 스위스 융프라우보다 더 높은 번지 점프를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거든요.

스카이 다이빙이랑 래프팅도 끝내줘요. 그간 번 돈을 투자해서 관련 회사

하나를 인수하고, 유럽 스포츠 에이전트 회사랑 정식 계약도 했어요.

여기 오시는 손님들이 싼값에 레포츠 즐길 수 있게요.

 

그럼 전공인 바이올린 공부는 언제?

마루 한가운데 있는 보면대(譜面臺·악보를 펼쳐놓는 받침대)가 대답을 한다.

새벽 6시에 일어나 11시까지 아침상을 해결한 뒤, 손님들이 대개 나가

있는 낮 시간이 연습시간이다.

그녀의 연주를 들으려 그냥 있는 사람들도 꽤 있다.

영국에 가서도 자주 오가며 민박집 운영은 계속할 예정.

“보육원 아이들에게 1년간 바이올린을 가르친 적이 있어요.

한국 돌아가면, 정서적으로 지친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싶어요.

 

몸은 좀 힘들어도 절대 후회해 본 적 없다는 그녀,

작은 몸에서 에너지가 철철 넘친다.

(글·사진 프라하=최보윤특파원 [블로그 바로가기 spic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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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직장인 커뮤니티 2jobs 원문보기 글쓴이 : 베르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