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2007년 11월 13일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주님의 착한 종 2007. 11. 13. 07:26

11 13일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1독서 : 지혜 2,23-3,9

그러나 하느님은 인간을 불멸한 것으로 만드셨고

당신의 본성을 본 따서 인간을 만드셨다.

죽음이 이 세상에 들어 온 것은 악마의 시기 때문이니

악마에게 편드는 자들이 죽음을 맛볼 것이다.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에 있어서

아무런 고통도 받지 않을 것이다.

미련한 자들의 눈에는 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이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재앙으로 생각될 것이며

우리 곁을 떠나는 것이 아주 없어져 버리는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의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사람들 눈에 의인들이 벌을 받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들은 불멸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이 받는 고통은 후에 받을 큰 축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시험하시고

그들이 당신 뜻에 맞는 사람들임을 인정하신 것이다.

도가니 속에서 금을 시험하듯이

하느님께서 그들을 시험하시고

그들을 번제물로 받아 들이셨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찾아 오실 때 그들은 빛을 내고

짚단이 탈 때 튀기는 불꽃처럼 퍼질 것이다.

그들은 민족들을 다스리고 백성들을 통치할 것이며

주님이 무궁토록 그들의 왕으로 군림하실 것이다.

주님을 의지하는 사람은 진리를 깨닫고

주님을 믿는 사람들은 그분과 함께 사랑 안에서 살 것이다.

은총과 자비가 주님께 뽑힌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저희는 쓸모 없는 종입니다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복음 : 루가 177-10

너희 가운데 누가 농사나 양치는 일을 하는 종을 데리고 있다고 하자.

그 종이 들에서 돌아 오면 '어서 와서 밥부터 먹어라' 고 말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오히려 '내 저녁부터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실 동안 허리를 동이고 시중을 들고 나서

음식을 먹어라' 하지 않겠느냐?

그 종이 명령대로 했다 해서

주인이 고마워 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

너희도 명령대로 모든 일을 다 하고 나서는

'저희는 보잘 것 없는 종입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저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습니다

돈보스코 성인의 청소년 교육 사업이 확장일로에 있던

1800년대 후반 당시 서적이나 일간지, 잡지나 회보지 등의 인쇄매체가

활발하게 발간되고 있었습니다.

 

당시 ‘살아있는 성인’, ‘가난한 청소년들의 아버지’, ‘위대한 교육가’로

전 유럽에 명성을 떨치고 있었던 돈보스코를

기자들이 그냥 두었을 리 만무합니다.

수도 없이 많은 인터뷰들이 쇄도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인터뷰의 결론이 늘 한결같았다는 것입니다.

 

기자들의 마지막 질문은 대체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돈보스코,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간 해 오신 일, 지금 하고 계신 일을 보니 입을 다물 수가 없군요.

정말 기적입니다.

어떻게 이 많은 일을 혼자서 동시에 다 해오셨고,

또 그 모든 일 마다 성공하셨으니 도대체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비결이 도대체 뭡니까?

 

사실 돈보스코는 당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많은 일을 해왔고,

또 하고 있었고, 또 더 많은 사업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차기 총장이 된 루아 신부님은 돈보스코께서 펼쳐놓으셨던 일을

수습하느라 엄청 고생하셨지요.

 

돈보스코의 일은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한 오라토리오 설립 및 운영,

대대적인 교사 및 봉사자, 후원자 모집, 관리,

살레시오회, 살레시오 수녀회, 재속3회격인 협력자회 창립 및 운영,

유럽 전역을 비롯한 남미 대륙, 아시아 선교사 파견 및 지원,

출판사 설립 및 운영, 학교 설립 및 운영, 대성전 건립,

수많은 저술 및 강연...

 

‘비결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돈보스코는 단 한 번도 우쭐대거나 기고만장해지지 않았습니다.

 

돈보스코는 겸손하게도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좋은 일을 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성모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하느님 은총에 힘입어 이루어진 일입니다.

저는 부족한 도구일 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봉헌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하느님과 세상 앞에 어떻게 서야 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모델과 기준을

제시하고 계십니다.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고, 맡은 바 모든 일을 충실히 이행하고 나서

이렇게 말하라고 당부하십니다.

 

“저는 보잘 것 없는 종입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한 마디로 종의 자세로 살아가라는 말씀입니다.

 

꼴불견 중의 꼴불견이 있는데, 수도자가 겸손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거, 내가 다 했어’ ‘내가 누군데’ 하는 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정말 못 봐줄 일이 성직자가 기를 쓰고 자신을 들어 높이는 것입니다.

봉사가 천직인데, 군림하고 섬김만 받으려는 모습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올라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려가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묘하게도 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할 때, 올라가고자 발버둥 칠 때,

예수님께서 멸시당하고 창피 당한다는 것을 온 몸으로 체험합니다.

 

역설적이게도 나 자신을 감추고자 할 때, 나 자신을 낮추고자 할 때,

예수님께서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시고

예수님께서 영광 받으신다는 것을 생생하게 체험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