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외딴 마을의 빈 집이 되고 싶다 / 이해인수녀님

주님의 착한 종 2007. 10. 26. 09:32

 

 
 
 

 

 

 

외딴 마을의 빈 집이 되고 싶다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지어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이해인 수녀님>

 

 

 

 

 

 

 

 

 

 

 

 

 

 

 

 

 

 

 

 

 

 

 

 

 

 

 

 

 

 

 

 

 

 

 

 

 

 

 

 

 

 

 

 

 

 

 

 

 

 

 

 

 

 

 

 

 

 

 

 

 

 

 

 

 

 

 

 

 

 

 

 

 

 


 

차 한잔 하시겠어요 / 이해인






"차 한잔 하시겠어요?"
사계절 내내 정겹고 아름다운 이 초대의 말에선
연둣빛 풀향기가 난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 설렘을 진정시키고 싶을 때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 우리는 고요한 음성으로
"차 한잔 하시겠어요?" 라고 한다

낯선 사람끼리 만나
어색한 침묵을 녹여야 할 때
잘 지내던 사람들끼리 오해가 쌓여 화해의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도 우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차 한잔 하시겠어요" 한다

혼자서 일하다가 문득 외롭고 쓸쓸해질 때도
스스로에게 웃으며
"차 한잔 하시겠어요?" 하며 향기를 퍼올린다

"차 한잔 하시겠어요?"
이 말에 숨어 있는 사랑의 초대에 언제나
"네!"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출처 : 굿뉴스  김미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