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진 31세 청년을 엄마 가슴에 묻고...
00병원 영안실.
......입이 있어도 말을 하지 못하고, 눈은 있어도 보지를 못하고,
귀는 있어도 듣지 못 하고, 코는 있어도 냄새를 맡지 못 하며,
손이 있어도 만지지 못 하고, 발이 있어도 걷지를 못 하며,
그 목구멍은 소리를 내지 못 하나이다......
"그리스도님 이 교우를 천상 낙원으로 받아들이소서."
이미 관 속에 들어가 누워있는 젊은 청년 아오스딩!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다복한 집안의 막내 외동아들로 태어나 내 고향 주님 품으로 갔습니다.
아버지는 자식의 모습을 보고 터지는 울음을 눈 속에 감춰둡니다.
이미 아버지의 눈은 충혈 되었고 감춰둔 눈물이 그렁그렁 합니다.
눈물은 곧 넘쳐 두 볼을 타고서는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눈물을 입으로 씹고 있는 아버지는 한 숨만을 내쉽니다.
죽은 자의 색깔을 띤 자식의 얼굴을 보고 어머니는 목구멍에서 오열이
터집니다. 그 오열은 이미 가슴 속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목 놓아 울며 발을 구르고 가슴을 쥐어뜯고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실신하기 직전입니다.
어떤 자매가 얼른 냉수를 먹여드립니다.
목소리에 한이 섞인 어머니는 자식을 가슴에 묻느라고 울음을 그칠 줄을
모릅니다.
통곡하는 어머니의 울음은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울렸습니다.
통곡하는 그 어머니의 모습에서 성모님을 발견합니다.
자식을 잃은 슬픔에 너무나도 힘겨워 하시는 어머니!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성모님을 닮았습니다.
입관예절 기도를 하면서 모두가 목이 잠겼습니다.
도대체 슬픔이 무언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리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아 아픈 멍을 들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쁨과 슬픔이 있는 곳에 망각이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하느님의 크신 선물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유족들의 아픈 가슴이 빨리 진정되기를 주님께 기도 드립니다.
31세 된 그 청년은 잘 생겼습니다.
엘리트 청년입니다.
제 눈짐작으로 보니 체중이 대략 75kg, 키는 175cm정도 되어 보입니다.
너무나도 건장한 청년입니다.
장가를 가기 위해 선도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건장했기 때문에 누가 보아도 아픈 청년으로 보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평소 머리가 자주 아팠다고 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 화근이 됐습니다.
뇌혈관이 터진 것이지요. 뇌출혈!
이제 그 청년은 내일 00화장장으로 갑니다.
죽어 썩어질 육신은 불에 타 한 줌 재로 남습니다.
정말 한 줌 재입니다.
인생살이 살고 죽는 것 정말 아무 것도 아니지요.
영혼은 불멸입니다.
젊은 청년의 아름다운 영혼은 분명 하느님 대전에 한 달음 달려갔을
것입니다.
입관예절이 끝나고 바로 장례미사가 이어졌습니다.
00병원에 상주해 계시는 신부님이십니다.
신부님 강론에 모두가 마음 아파합니다.
저도 절로 나오는 한 숨을 주체하지 못 합니다.
엄마랑 같이 봉사활동 했던 자매님들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냅니다.
유족들의 슬픔이 아픔이 되어 가슴에 비수처럼 꽂힐 때의 충격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 충격은 과거로 돌아가서 고인과의 관계되었던 부분으로 이어집니다.
좋았던 감정보다는 대부분 서운했던 감정이 더 다가옵니다.
살았을 때 잘 해줄걸! 하고 후회도 해봅니다.
인간관계에서 마음의 정리를 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알고 보면 아주 작은 일에서 오해가 생기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고
자기 중심적 잣대로 재단을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청주교구에 계시는 박창환 신부님의 호스피스 일기를
계속하여 올려드립니다.
연재를 해 주시는 분은 가톨릭 인터넷의 박영효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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