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하는 법 - 차별화
㈜삼가에프씨컨설팅 대표 김경창
1등을 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1등이 하는 것과 다르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1등을 피해서 자투리땅을 개간하는 것이다. 전자를 차별화 differentiation, 후자를 세분화 segmentation라고 부른다. 차별화와 세분화는 모든 장사에서 통용되는 마케팅의 핵심 적인 개념이다.
차별화는 시장의 선두주자들이 하는 것과 달리하라는 것이다. 선두를 모방하면 영원히 후발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무언가 달리한다면 차별화된 시장에서는 1등을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차별화의 이론적 근거다. 선두가 하는 것을 따라해서는 1등을 할 수 없지만 ‘머드팩’ 하나에서만은 1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품의 차별화>
차별화는 상품을 달리할 수도 있고, 가격이나 유통, 컨셉을 달리할 수도 있다. 색깔 하나 바꾸는 것도 차별화는 차별화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다르다고 느끼는가 여부에 있다. 아무리 조그만 차별화라도 소비자들이 크게 느끼면 큰 차이인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차별화 하나로 시장을 완전히 석권한 사례도 적지 않다. 요즘 유행하는 로또복권을 보자. 자신이 직접 번호를 선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방법과는 획기적으로 다르다. 참여하는 재미를 십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상금도 정해진 게 아니라 판매 금액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게 더욱 스릴을 느끼게 한다. 로또복권은 전형적인 상품 차별화며 이 차별화 하나로 기존의 복권시장을 완전히 뒤엎었다.
일보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도서관 레스토랑은 레스토랑에 도서관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기존의 레스토랑과 차별화하여 날로 손님이 늘고 있다고 한다. 식사도 하고, 책도 보는 것이다. 일본에는 커피 서점도 있다. 일반적인 서점들에는 의자가 없지만 이 서점에는 의자도 있고, 커피도 판매한다.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마음껏 책도 볼 수 있다. 물론 책을 사지 않아도 그만이다. 그러자 커피 판매는 물론이고 책도 더 많이 팔리더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서서 먹는 우동집, 서서 먹는 스테이크집도 있다. 그 대신 가격은 조금 저렴하다. 서서 먹으니 식사를 마친 즉시 나가야 하고, 결국 회전율이 올라가 전체적인 매출은 더 높더라는 것이다.
<리딩 클럽>
초등학교의 영어과목 선택 이후 어린이들의 영어학습이 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원은 물론 방문 학습지, 영어 히어링방, 다양한 학습교재들이 시장의 주축들이다. 최근 이를 차별화한 아이템으로 등장한 것이 리딩 reading방이다. 여기서는 단어나 문장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 교재를 보면서 따라 읽는 동안에 저절로 내용을 파악하며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교재는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각종 읽을거리들인데, 시, 동화, 문학, 전기 등을 난이도에 따라 36단계로 구성했다고 한다. 앞으로 이 시장에는 무한한 차별화 아이템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컨셉의 차별화>
차별화 하나로 정체에 빠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사례도 많다. 자일리톨 껌의 경우를 보자. 자일리톨은 대체 감미료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로 대체하면서 기존 껌의 치명적인 약점, 치아 건강에 해롭다는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그리하여 ‘양치대용 껌’으로 컨셉을 차별화하자 전혀 다른 상품이 되고 말았다.
만약, 감미료를 자일리톨로 바꾸면서 모양이나 포장을 종전 그대로 두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기존의 껌과는 다르다는 것을 시각적인 이미지에서 다시 한 번 차별화한 것이다. 새로운 개념에는 새로운 옷을 입혀야 한다.
레저용 자전거를 보자. 자동차가 없던 시절 이동 수단이었던 자전거는 자동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서서히 사양길을 걷고 있었다. 자동차 보급이 늘어나던 시절의 자전거는 자동차를 구입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타는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컨센서스 consensus가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때 나타난 것이 레저용 자전거였다. 기존 자전거의 타이어 폭을 넓고 울퉁불퉁하고 못생기게 만든 것에 불과하다. 승차감도 기존의 것보다 좋지 않다. 그러나 여기에 매일 자동차만 타고 다녀서 운동이 부족한 현대인들의 레저용 자전거라는 해석을 더했더니 폭발적으로 팔려 나가더라는 것이다.
하나 더 보자. 맨소래담이라는 약품이 있다. 시골에서 자라던 어린시절, 겨울에 손발이 텄을 때 발라주는 끈적거리는 약이었다. 생활 환경이 좋아지면서 거의 사라지는가 했는데 근래에 무섭게 되살아나고 있다. 컨셉을 달리한 것이다. 형태를 크림 타입에서 로션 타입으로 바꾸고 손발 튼 데 바르는 것이 아니라 근육 마사지용으로 포지셔닝을 바꾼 것이다. 사양길에 접어든 산업은 이렇게 되살아나는 경우가 많다.
<판매 방법의 차별화>
역시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홈파티 판매를 보자. 여기서 판매하는 아이템은 조리기구나 여성용 고급 내의류, 건강식품 등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어느 한 가구를 거점으로 확보하고서, 이웃의 주부들을 불러모아 음식 파티를 하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보이는데, 자신들이 팔려고 하는 첨단 조리기구를 이용한다. 요리방법을 직접 체험해보고, 맛을 본 주부들이 구입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한다. 유통의 차별화이며 판매방법의 차별화이기도 하다. 동일한 방법으로 고급 여성 내의류를 판매하는 경우, 일단 한번 입어본 주부들은 그 고급스러운 감촉을 잊지 못해 벗지 못한다고 한다.
아마존처럼 인터넷을 통해 책을 판다면 획기적인 유통의 차별화다. 이 차별화 하나로 아마존은 미국 최대의 오프라인 서점 반스앤노블스를 추월했다. 회원이 늘어선 단지에 또다시 꽃집을 할게 아니라 허브집을 하라는 것이다.
일본에는 도심 외곽, 교외에서 양복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휴일 나들이 객들이 다니는 길가에 가건물을 지어 놓고 양복을 판매하는데, 가격은 시중 백화점의 절반 정도라고 한다. 비싼 매장 비용이 들지 않으니 그만큼 싸게 팔아도 남는다는 것이다.
미국에는 헬스기구를 회원제로 판매하는 곳이 있다. 판매 방법의 차별화다. 헬스기구는 가격도 비싸지만 쉽게 싫증나는 것이 특징이다. 런닝머신을 구입했다면 처음 1~2준 정도만 열심일 뿐 그 다음부터는 구석으로 밀어두거나 지하실에 처박는 것이 보통이다. 이렇게 싫증이 날 때 다른 것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서로 얼굴을 알지 못하는 회원들이 공동으로 구입하여 회원들간에 서로 바꾸어 쓰는 방식으로 보면 된다. 유료 회원제로 운영하거나 교환시마다 수수료를 받는 방법으로 접근하면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레저 · 캠핑 자동차도 그런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이 있다. 승용차는 집집마다 있지만 레저 · 캠핑 차는 그렇지 못하다. 이를 회원제로 공동 구입해서 돌아가면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주5일제 정착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오토 캠핑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할 것이 분명하다. 이를 아이템으로 구성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대여용품점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이어야 하고 구입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있는 아이템이어야 한다. 한복이나 신혼여행 가방, 캠코더 같은 여행용품이 여기에 속한다. 쉽게 싫증이 나는 아이템도 대여 아이템 중의 하나다. 아이들 장난감 같은 경우가 그렇다.
미 · 일에서 유행하고 있는 드라이브 드루 drive through 패스트푸드점도 판매 방법을 차별화한 아이템이다. 점포 양쪽으로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게 설계하여 차를 탄 채로 음식을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감자튀김, 버거, 음료수 등을 판매한다. 드라이브 인 극장이나 셀프 세차장 등이 방법을 차별화한 아이템들이다. 샐러리맨들의 점심시간, 꼭 북적거리는 식당에서만 먹어야 하는가. 최근 일본에서는 샐러리맨들을 위해 도심에 있는 간이공원이나 나무 그늘 아래의 벤치로 도시락을 날라주는 아이템이 인기라고 한다. 가격도 저렴하다. 그늘 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식사를 하는 것이다.
<어린이 전용 식당>
어느 나라나 식당에는 어린아이들이 문제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어린이 전용식당이다. 예쁜 의자와 꼬마탁자, 동물 그림이 그려진 테이블, 아이들이 마음 놓고 낙서 할 수 있는 벽면에다 바닥은 아이들이 뛰어놀아도 미끄러지지 않는 고무 타일이 깔려 있다. 의자나 테이블 모서리는 모두 각진 곳을 없앴다. 한 켠에는 아이들의 놀이코너도 있다. 주방 안을 들여다보고 즐길 수 있도록 유리벽을 설치했으며 음식 재료는 모두 유기농산물이다. 이는 차별화이긴 하지만 대상의 세분화로 보아도 무방하다.
<가격의 차별화>
요즘 도시권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할인점은 가격 차별화를 하고 있다. 대량 구매의 이점을 앞세워 재래식 소매점들과 가격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가격 차별화는 가격을 내리는 것에만 가능한게 아니고, 가격을 올려서 오히려 유익한 경우도 없지 않다. 명품 브랜드인 경우에는 가격이 비싸야만 유명세가 유지된다. 가격이 높지 않으면 아무나 구입하게 되고, 그러면 순간적인 매출이나 이익은 늘어날지 모르나 희소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핵심 고객이 이탈하게 된다. 이것이 핵심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고가 정책을 써야 하는 이유다. 위스키 시바스 리갈의 경우, 처음 시장에 나올 때는 조니워커 수준의 저가 였으나 판매가 여의치 않자 가격을 올려 오히려 명주가 되었다.
<차별화는 소비자가 느끼는 것이어야>
차별화는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무언가 조금 달리한다고 모두 차별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보기에 선두주자를 엇비슷하게 모방했다고 느낄 정도면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기존의 것에서 기능을 더하거나 빼는 것이 작은 차별화라면 개념을 달리하는 것은 큰 차별화다. 자동차에 갖가지 기능을 추가하여 경쟁자와 달리하는 것은 작은 차별화지만 자동차 지붕을 잘라내어 스포츠카라고 이름하면 전혀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조금 고급스러운 펄프로 만들면 작은 차별화지만 이를 잘라서 종이곽에 담아 티슈라고 이름하면 전혀 다른 시장이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중고차 시장>
중고차 시장이야 우리나라에도 많지만 최근 일본의 내셔널 코퍼레이션이라는 이 회사는 자동차 매입이 전문인데, 철저히 체인 가맹점 위주로 영업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고차를 팔려는 고객이 가맹점을 찾아오면 가맹점에서는 차종, 자동차 연식, 주행거리, 사고 여부 등 자동차 평가에 필요한 사항을 체크하여 본사로 보낸다. 본사에서는 이 체크 사항을 기준으로 자동차 가격을 산정하여 가맹점에 내려보낸다. 가맹점에서는 그 가격으로 자동차를 사들여 경매 시장에서 판매한다. 만약 사들인 가격이상으로 팔지 못할 때는 본사에서 그 가격으로 이를 다시 매입해준다. 가맹점으로서는 거래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전혀 손해 볼 일이 없다. 이런 차별화된 방식으로 설립 7년 만에 일본 전역에 600개가 넘는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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