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왜 남의 일에 관심이 없을까?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중국에서 택시를 타면 볼 수 있는 것이 칸막이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하던 당시 떠오른 직업 중 하나가 택시기사다.
'공자왈 맹자왈' 보다는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현금을 만지는
택시기사.
그 당시 중국에서 택시기사는 좋은 직업, 인기 높은 직업으로 꼽혔다.
그러나 배고픈 사람이 많았던 탓에 현금을 가진 택시기사들이 강도의
타깃이 되곤 했는데 이 때문에 생긴 것이 택시 내부의 칸막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칸막이는 외국인에게 범죄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이유로 칸막이를 제거하자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칸막이 택시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중국 곳곳에는 아직도 이와 같은 '담장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가장 대표적인 담장 문화 중 하나가 중국의 전통가옥인 사합원(四合院)
이다. 사합원(四合院)은 주택 사면이 높은 담장으로 빙 둘러 싸여 안과
밖이 완전히 딴 세상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웃과의 왕래와 정을 중요시했던 한국의 집들은 담장이 없거나
있더라도 낮은 경우가 많은데 반해 사합원(四合院)은 하늘 높이 솟은
높은 담 때문에 답답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여기에는 자기 구역을 지키고자 하는 그들의 문화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베이징의 텐안먼 (天安門) 부근, 구궁(故宮)에서도 높이 세워진 담벽이
웅장함을 자랑하는데 우리의 경복궁과 비교되는 폐쇄적인 벽에서 "중국의
황제들은 겁이 많았나 보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한다.
중국인들은 이처럼 자기 구역에 대한 애착이 강한 대신, 자신과 관계가
없는 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회사를 방문하면 유별나게 높고 많은 칸막이를 볼 수
있는데 칸막이의 의미는 내 일에 신경 쓰지 말라는 뜻과도 같다.
때문에 부서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다.
자기 일은 목숨을 걸고 하다가도 남의 일에는 관심을 뚝 끊어 버리는
것도 사실은 전통적인 집 구조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중국인의 특성은 언어에서도 잘 드러난다.
중국어에는 '샤오관셴설(少管閑事)'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쓸데 없이 남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 뜻으로 분수도 모르고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을 질책하는 말이다.
중국은 어릴 때부터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라"고 교육 받아왔다.
이런 현상은 문화혁명 때 더욱 두드러졌는데 이 시기에는 남의 일에
관여하다가 목이 잘리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거리를 걷다가 남자와 여자가 큰 소리로 싸우면 어느 새 그 사람들
주위로 빙 둘러 싼 구경꾼들은 많지만 남자가 여자를 때려도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자기 일이 아니면 좀처럼 관여하지 않는다.
그들의 '少管閑事'은 한국인들의 '내 코가 석자'와는 조금 다르다.
'내 코가 석자'는 생활리듬이 빨라짐에 따라 이를 따라 가지 못하는
부류들에게 '먼저 자신의 일을 잘 하고 나서 남의 일을 돌보라'는 충고에
가까운 반면 중국어의 '少管閑事'은 '남의 일에 신경 쓰다니 너 참 한가
하구나', '가정 교육은 또 어떻게 받았어?'라고 비꼬는 의미가 더
농후하다.
중국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동화 속에서도 이런 중국인의 사고 방식이
잘 나타나 있다.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얘야, 밖에 나갔을 때 너와 관계 없는 일에 대해 함부로 물어봐서는
안 돼.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아라" 라고 입이 닳도록 주의를 줬다.
어느 날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친척집을 방문하는 길에 담배를 피다가
담뱃불을 끄고 못 다 핀 담배를 다시 허리춤에 차고 계속 걸었다.
그러나 담뱃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아 옷이 조금씩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불이 점점 번지자 이를 본 아들이,
"아버지, 뭐 한 가지만 말씀 드려도 될까요?" 라고 물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너와 관계 없는 일이라면 말하지 말거라" 라고 말했다.
이에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걷기만 했다.
불이 커지자 뜨거움을 감지한 아버지는 펄쩍 뛰면서
"너, 뒤에서 담뱃불 타는 것 못 봤니?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하며 화를
냈다. 그러자 아이 왈
"아빠가 저와 관계없는 것은 말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요?"
이는 중국인들의 닫힌 사고방식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남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는 교육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받아온 이들에게 한국의 '이웃사촌' 문화와 '남의 일도 내 일처럼'이라는
사고방식이 오히려 더 이상해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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