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중국과 친해지기

[스크랩] 소는 보았고,양은 보지 못했다.

주님의 착한 종 2007. 9. 5. 09:31

이말은 맹자의 곡속장에 나오는 말입니다.

어느날, 제나라의 선왕과 맹자간에 이런 문답이 있었습니다.

 

맹자: 왕께선 벌벌떨며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제물용(際物用) 소를 놓아주라고 했습니까?

선왕: 그렇습니다. 죽으러 끌려가는 소가 너무 불쌍해서 차마 볼 수가 없었습니다.

맹자: 그러면, 제사는 포기하시는 겁니까?

선왕: 아닙니다. 대신 양을 잡아 사용하라 했습니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수많은 인간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매일매일 만나고, 보는() 사람이 있고, 일년에 한두번

볼뚱말뚱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매일 만나서 보는 사람에겐 우리는 정()을 더 느끼고, 또 실수를 했을 경우

부끄러움()도 더 많이 느끼게 되는것입니다. 우연히 길가다가 모르는 사람을 만나 다툼이 생기면, 그 사람에게 내 속정

이 잘 불출되어 나오지 않습니다. 잘못이 있어도 부끄러운 감정도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지나면 그만이요 다시 보지 않

기 때문이지요. 보이는 소에겐 측은지심이 발동하고, 보이지 않는 양에겐 아무런 느낌이 없듯이 말입니다. 불쌍한 소를

위해 애매한 양이 희생되고 말았군요.소나 양이나 다 같은 동물이라, 언뜻 오류인듯해도 이것이 인간의 마음이니 어쩌겠

습니까.영어에도 out of sight,out of mind라 하지 않습니까

 

자격지심(自激之心)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열등감과는 거리가 있습니다.예컨데, 많은 사람에게서 관심과 사랑도 받고,우정을 느끼면서도, 자기 스스로는

상 남들이 나에게 엿 같은 소리를 이리저리 하고 있다는 상처속에 갇혀 사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가치는 볼 생각을 하지않고 항상 남이 나에게 어떤 말을 할까 귀를 곳추세워 스스로 괴로워 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보이지 않는 양이 거꾸로 다 살려놓은 소를 죽이는 것과 같습니다.

 

중국기업과 거래를 하다보면, 참 희안한 일도 많습니다.

쌍방이 거래계약을 하고, 서로 인간적 우의도 잘 다져왔는데, 실제 물품을 받아보면 엉망일 때가 있습니다.

계약위반이니 손해배상하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쳐도,

소 닭쳐다 보듯이 멀뚱멀뚱 잘 몰라해~나 잘못한거 없다해~손해는 니가 보라해~’

있는 염장,없는 염장 다 지릅니다.

 

이게 무슨 개뼉다구 같은 장사꾼이냐,

다시는 당신과 거래를 하면 하늘이 두쪽 안 나나보자.

불그락푸르락 이말 저말 상대에게 쌍욕까지 섞어가며 면박을 줍니다. 멱살도 쥐었다 놓았다 하면서,,,

가만보니 상대도 얼굴이 벌겋게 뜨는 것이 약이 바짝 올랐나 봅니다.

직원들에게도 단단히 일러둡니다. 앞으로 그런 업체와는 상종을 하지 마라고….

아니, 앞으로 다시 거래하기는 이미 틀렸습니다. 서로 너무 큰 감정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몇 달후, 슬그머니 연락이 옵니다.

가격을 다른 업체보다 훨씬 싸게 줄 테니까 생각이 없냐고,

품질불량은 그때 이러저러해서 그랬는데 앞으로는 절대 그런일 없을 것 임을 보장하겠다.

얼굴색 하나 변한게 없습니다. 빈대도 낯짝이 있을텐데 하면,

~눈도 밝다, 빈대 낯짝도 다 보이는가베~ 하면서 씨익 웃습니다.

상거래에선 영원한 적도 우군도 없다 하지만, 이 정도로 낯짝 두꺼운 사람도 없습니다.

유연성이 부족한 우리는 낯 부끄러워 도저히 연락할 엄두를 못 내었을겁니다.

 

고대 중국 기()나라의 어떤 양반은 날이면 날마다, 하늘이 무너질까, 땅이 꺼질까 걱정한 나머지 종내 식음을 전폐하게

되어 굶어 죽었다고 합니. 또 어떤 사람은 집 석까레가 무너질까, 갑자기 천장이 무너질까, 벽이 확 넘어오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루지를 못했는데, 어느날 희안하게 멀쩡한 천장이 갑자기 무너져 진짜 깔려 죽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기우라고 하지요.

 

무학대사가 성계에게 부처눈엔 부처만 보이고, 돼지눈엔 돼지만 보인다.’(豚眼見唯豚,佛眼見唯佛) 라고 말한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걱정은 걱정을 불러오고, 부정은 부정을 불러 오게되겠지요. 맨날 불평을 입에 달고 다니면, 그사람에

겐 불평스런 일만 몰려오게 되어있습니다.

 

세상의 이치가 이렇듯 참 신기합니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행복이 넘쳐나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불행이 닥쳐옵니다. 긍정적이고 진취적

인 사고를 갖고 있으면 신기하게 그런 사람들만이 주위에 몰려들게 됩니다. 맨날 웃고 다니는 사람 주위엔 웃음띤 사람

들이 넘쳐나고, 짜증과 심술이 더덕더덕한 사람 주위엔 신기하게 또 그런 사람들만 몰려있습니다.

 

매일 만나고 잘 아는 사람끼리는 애정과 부끄러움이 함께 있는 법입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복잡하게 살다보면 나를 잃어버리고, 전혀 쓸데없는 말에 귀를 기울임으로 스스로 괴로워하는 자격

지심에 빠지기 쉬운 것이 또한 사회인가 봅니다.

불변의 나의 가치와 존엄성은 보지 못하고 이리저리 환경에 휘둘리다 보면,

나 스스로가 그리 초라하게 보일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김홍도:선인기우도)

떨어진 꽃잎은 물위에 흐르고,

한가로운 새는 울며 지저귀는데,

하나의 걱정도 없는 신선이라네.

 



출처 : 칭다오 도우미 마을
글쓴이 : 스프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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