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선배
그분을 최근에 만난 건 거래처에서 주문한 물건을 내려주고 막 돌아
서려는데 커다란 박스를 들고 들어오는 사람이 낯이 익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 자세히 보니 그분이었다.
내가 화장품 업계에 발을 디디고 수입 화장품을 팔고 다닐 때
제법 규모가 큰 화장품 전문점을 운영하시던 사장님이었다.
그 당시 그분은 하루 매출이 200이 넘는 중대형 가계로 많은 나까마들이
그분의 점포에 물건을 납품하기를 선망 할 정도로 상당한 규모의 점포
사장님이었다.
그분이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았다,
말도 많고 소문이 많았다.
수입 화장품에 손을 대 망했다고 소문이 무성했다.
그리고는
어느 날 그분을 다시 본 건 변두리 동네에서 다다구리 하시는 걸 보았다.
다다구리가 돈 벌이는 괜찮지만 우리같이 정품을 사고파는 사람들에게는
원망의 대상이다..
빈 점포에 한달 정도 깔세를 얻어
"화장품 망했습니다.. 원가로 팔�습니다” 라는
커다란 프랑카드를 내걸고 손뼉을 치며 사람들을 모으면서
덤핑 화장품을 팔고 있었다.
그분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때 그분은 수입 화장품이 아니라 수입 목욕용품을 수입해서 팔았는데
2년 만에 몇 억 날라가고 집도 경매되고, 완전히 거지 신세라고..
해서..
배운 것이 화장품 밖에 없어 이 짓을 하고 있다고..
그리고 한달 후에 가보니 점포는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고
그분은 또 잠적..
그리고는 얼마 후
중국으로 보따리 다닌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한국 화장품을 가져다 중국으로 팔러 다닌다고..
그리고
최근에 다시 그분을 그 거래처에서 본 것이다.
행색이 말이 아니다.
그분 말에 의하면 중국에서 당했다고 (?) 손을 내젓는다.
화장품, 중국에서 좀 팔리는데 중국은 무조건 외상이라고 했다.
팔아서 물건값을 주는 것이 관행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종업원, 조선족이 수금해서 도망가고, 거래처에서 미수금도 못 받고..
정식 물건이 아니고 핸드 캐리 물건이라 하소연도 못하고...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빈손으로 귀국 했다고..
그분 말에 솔직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뭔가, 중국에서 일이 잘못 된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분은 아는 것이 화장품이라
다시 국내 화장품 덤핑 장사를 시작 했다고 했다.
이젠 화장품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을 텐데.
또 화장품 이냐고 물었더니 씩 웃는다.
내일 모래면 환갑이란다. 그분..
내가 그분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재기에 성공하시라고 마음으로 빌어 주는 것 밖에는..
그런데
그분을 보면 왜 내 몇 년 후의 모습이 떠 오르는 건 무슨 이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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