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두 엄마 이야기

주님의 착한 종 2007. 3. 16. 14:53
 


                           두 엄마 이야기.

 

1. 우리가 죄인입니다.

글레멘스 형제님. 어제 뉴스를 보고 허탈한 마음 주체할 길 없어서

말 같지도 않은 말이라 하실 지 몰라도 몇 자 적어 보고싶었습니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정말 죽어야만 했을까..

 

조막 만한 그 어린 가슴들, 그 어린 눈망울에도

어머니의 살기는 보였을 것입니다.. 

어린 자식들을 그 높은 하늘에서 던지면서 그녀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어미 가슴이 어떠했을까.. 아마도 찢어졌으리라.. 

갈갈이 찢어졌을 것입니다.

 

갓난아이에게 빨려서 가슴도 없는 여인이 분유 값, 어린것들 병치레,

배고프다 칭얼거리는 아이들, 

그 돈 그것을 빌리러 갈 때 자존심이 어떠했을까요.

옆집 아이들과 비교되는 남편 그리고 가정형편을

과연 이해하는 恨으로만 회자할 수 있었을까요?

다른 집들 다 담그는 여름김치 재료인 그 푸성귀도 사지 못하는 속은

어땠을까요?

큰아이 작은 녀석 여름 샌들을 왜 안 사주고 싶었겠습니까?

그러나 힘에 겨운 현실 그 도피처가 죽음밖에 없었을까..

생활비가 없고 민생고가 어려워서 결국 자살밖에 택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아이들을 친정어머니나 임시보호기관에 맡기고 남편과 둘이서 죽기살기로

마음을 모을 수는 없었는가요?

어머니 사후에 아이들이 받을 온갖 멸시를 걱정해서 그리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하진만 세상 사람들이 양비론을 내세워서 이 하늘나라로 간

모녀들을 비난할지 모르지만.. 난 적어도 난 아무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들의 도구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아무 말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어린것들, 이제 兒名도 벗어나지 못한 것들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남자의 눈물은 실패한 소설이고 여인의 눈물은 미쳐 다 완성 못한 詩 한편

이라 하던가요? 하지만 정내미 뚝 떨어지는 현실, 그 어미 마음 그 눈물보다

가난이 숨길 수 없는 고통일 때 그들은 아마도 하늘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부자동네 사람들이 그 하늘 행을 비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비는 내리는데 나는 조용히 흐느끼는 그 모정을 생각해 봅니다.

아무 말 못하고서 호적에 잉크로 남긴 어린것들 그 이름에 미안할 뿐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짜리 아들에게 3천 원이 없어서 모두 다 가는 현장 견학도

못 보냈고 단돈 천 원이 없어 막내녀석 우유도 못 먹인 그 여인네를 죽게 한

데에는 나의 무관심도 한 몫 톡톡이 했겠지요.

제가 죄인입니다. 우리 모두가 죄인입니다.

아이들아 얼굴 모르는 이 아저씨를 용서하고 하느님 곁에서 배고프지 않고

아프지 않고 마음껏 뛰놀아라. 그리고 엄마 미워하지 말고 하느님의 노여움

푸시도록 함께 기도하자꾸나.     - 마르띠노 드림.

 

( 10년 전 쯤, 1995년 경인가? 인천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느 엄마가

  어린 자식 2명을 데리고 어느 아파트에 올라가

  살려달라는 아이들을 땅에 떨어뜨리고 자기도 투신자살을 했던

  몇일 후, 어느 교우가 보내주신 글입니다.)   


                        2. 아내의 거울

오늘도 일자리에 대한 기대를 안고 새벽부터 인력시장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경기 침체로 인해 공사장 일을 못한지 벌써 넉 달째,..

인력시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가랑비 속을 서성거리다 쓴 기침 같은 절망을

안고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아내는 지난달부터 큰 음식점으로 일을 다니며 내 대신 힘겹게 가계를 꾸려

나갑니다. 어린 자식들과 함께 한 초라한 밥상에서 나는 죄스러운 한숨만

내뱉었고, 그런 자신이 싫어서 오늘도 거울을 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만 집에 남겨두고 나는 오후에 다시 집을 나섰습니다.

목이 긴 작업신발 속에 발을 밀어 넣으며 빠져 나올 수 없는 어둠을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주인집 여자를 만날까 봐 발소리조차 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벌써 여러 달째 밀려 있는 집세를 생각하면 나는 어느 새 고개 숙인

난쟁이가 되어 버립니다.

저녁 즈음에 오랜 친구를 만나 일자리를 부탁했습니다.

친구는 일자리 대신 삼겹살에 소주를 샀습니다.

술에 취해 고달픈 삶에 취해 산동네 언덕길을 오를 때 야윈 얼굴 위로 떨어지던

무수한 별빛들, 집 앞 골목을 들어서니 귀여운 딸아이가 나에게로 달려와

안깁니다.

 

 "엄마가 오늘 고기 사 왔어, 아빠 오면 해먹는다 그래서 아까부터 아빠

기다렸는데....."

 

일을 나갔던 아내는 늦은 시간에 저녁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사장님이 애들 갖다주라고 이렇게 고기를 싸주셨어요. 그렇지 않아도

우리 준이가 며칠 전부터 고기 반찬 해달라고 했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집세도 못 내면서 고기 냄새 풍기면 주인 볼 낯이 없잖아."

 

"저도 그게 마음에 걸려서 지금에야 저녁 준비한 거예요.

열 한시가 넘었으니까 다들 주무시겠죠 뭐"

 

불고기 앞에서 아이들의 입은 꽃잎이 되었고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내는 행복했습니다.

 

"천천히들 먹어, 잘 자리에 체할까 겁난다.."  

 "엄마, 내일 또 불고기 해줘, 알았지?"

 

"내일은 안 되고 엄마가 다음에 또 해줄게 우리 준이가 고기 먹고 싶었구나?"  

 

"응"

 

아내는 어린 아들을 달래며 내 앞으로 고기 몇 점을 옮겨 놓았습니다.

 

"당신도 어서 드세요."

"응 난 아까 친구 만나서 저녁 먹었어, 당신 배고프겠다, 어서 먹어"

 

나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고기 몇 점을 입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마당으로 나와 달빛이 내려앉은 수돗가에 쪼그려 앉아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훔쳤습니다.

가엾은 아내가 가져온 고기는 음식점 주인이 준 게 아니었습니다.

 

숫기 없는 아내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쟁반의 고기를 비닐 봉지에 서둘러

담았을 것입니다.

아내가 구워준 고기 속에는 누군가 씹던 껌이 노란 종이에 싸인 채 섞여

있었습니다. 아내가 볼까 봐 나는 얼른 그것을 집어서 삼켜버렸습니다.

 

아픈 마음을 꼭꼭 감추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착한 아내의 마음이

찢어질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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