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펭귄 아버지

주님의 착한 종 2007. 3. 16. 14:34
 

                       펭귄 아버지


해마다 5월이면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펭귄의 아버지입니다.

신사 같은 귀여운 모습과 함께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우리네 4~50대 家長의 위치와 매우 공감 가는 동물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5월의 남극은 해가 뜨지 않는 암흑의 大氷原(대빙원)입니다.

펭귄 암놈들은 이 5월을 기다렸다가 내륙 깊숙이 들어와 알을 낳는데

하나만 낳습니다.

얼음 바닥이 아닌 곳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알이 얼어붙어 버립니다.

그 알을 지키고 품는 것은 수놈의 담당입니다.

알이 깨기까지 먹지도 못한 채 꼬박 품고 있어야 합니다.

그 동안 암놈은 먹이를 구하기 위한 기나긴 長征(장정)을 떠납니다.

바다에 이르러 새우 같은 먹이를 잔뜩 뱃속에 저장시킨 다음 빙원을

가로질러 되돌아옵니다.

돌아오면 새끼가 부화되어 있고 아빠와 교대해서 새끼를 안은 채 뱃속에

저장해 온 양식을 소처럼 반추하여 새끼에게 먹입니다.

 

달포 남짓 꼬박 굶은 데다가 눈보라와 폭풍 속에서 시달려 체력 소모에

영양실조가 겹친 수놈은 아내가 마련해온 먹이가 못내 먹고 싶었겠지만

애써 외면을 합니다.

그래서 펭귄의 아버지는 선비입니다.

암놈 펭귄은 가엾은 남편 펭귄에게 조금은 나눠줌직도 한데

거들떠보지도 않고 제 새끼 過保護(과보호)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암놈 펭귄은 우리 나라 여자와 닮았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굶주림에 비틀대며 바다를 향하는 수놈의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필사적으로 걷지만 다리 힘이 빠져 미끄러지고 나뒹굴다가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맙니다.

 

이렇게 새로운 생명을 위해 버림받고서 눈을 감습니다.

본능적인 새끼 애정은 이처럼 아름다우면서 처절합니다.

5월의 남극은 아버지 펭귄들이 가혹한 시련을 겪고 있는 계절입니다.

그래서 5월이 오면 이 아버지 펭귄 생각이 납니다.

 

옛날 우리 살림에는 온 식구가 가계수입에 왕성하게 참여했었습니다.

댓 살 된 아기도 반쪽 난 숟가락으로 감자를 긁었고 눈이 잘 보이지 않는

할머니도 쌀 속에서 뉘를 가려내고 길쌈도 돕곤 했었습니다.

그랬으면서도 아버지의 권위는 대단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대부분 온 식구가 왕성하게 가계지출에만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아버지 혼자만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뼈가 닳도록 일하면서

그 왕성한 지출을 감당하고 있는데도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없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하지만 어린이가 왕이요 어머니가 여왕일 뿐

아버지는 비틀비틀 쓰러지며 걸어가는 펭귄의 몰골입니다.

그래도 갈수록 여성의 사회 참여율이 높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주위에서 펭귄의 아버지와 같은 4~50대 동료들을 흔히 보고

있습니다.

어느 날 덜컥 교통사고로 또는 암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한평생 가족만을

위해 몸을 바치는 아버지들...

이제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모습에서도 고마움과 깊은 이해의 정을

주어야 할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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