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천사표 내 아내

주님의 착한 종 2007. 3. 14. 11:55
 

여보, 오늘 백화점에서 옷을 하나 봐둔 게 있는데 너무 맘에 드는 거 있지..."

저녁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하던 아내는 느닷없이 옷 이야기를 꺼냈다.

"정말 괜찮더라. 세일이 내일까진데..."

이렇게 말끝을 흐리는 아내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었다.

 

지금까지 쥐꼬리 월급으로 살림을 잘 꾸려온 아내였지만

힘들게 야근까지 해가며 애를 쓰는 내 생각을 한다면

철없이 백화점 옷 얘기를 저렇게 해도 되는 건지.

점점 야속한 생각이 들었다.

 

설거지를 끝내고 TV앞에 앉아서도.

"조금 비싸긴 하지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데...안 되겠지?"

'이 여자가 정말... 지금 우리가 백화점 옷 사 입을 때야?"

계속되는 옷 타령에 나는 결국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말았다.

흠칫 놀란 아내는 대꾸도 없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고,

조금 민망해진 나는 더 이상 TV앞에 앉아있기가 불편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만한 일로 소리를 지르다니...'

남편이 되어 가지고 겨우 옷 한 벌 때문에

아내에게 화를 내었다는 게 챙피스러워졌다.

그러고 보니 몇 년째 변변한 옷 한 벌 못 사 입고

적은 월급을 쪼개 적금이랑 주택부금까지 붓고 있는 아내가 아니던가.

 

잠자리에 들 시간이 지났는데도 꼼짝을 않는 아내가 걱정이 돼 거실에 나가보니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었다.

울다가 잤는지 눈이 부어 있었다.

다음날 아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침상을 차리고 있었다.

자분자분 이야기를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아내를 보고도 나는 따뜻한 말 한마디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저 현관문을 나서면서 이렇게 툭 던질 뿐... 

"그 옷 그렇게 맘에 들면 사"

그러면서 속으로는 '며칠 더 야근하지 뭐....'


그날 저녁 여느 때와 같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엘 들어서는데

아내가 현관 앞까지 뛰어와 호들갑을 떨었다.

"여보, 빨리 들어와 봐요"

"왜, 왜 이래?"

아내는 나의 팔을 잡아끌고 방으로 데려가더니,

부랴부랴 외투를 벗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쇼핑백에서 옷을 꺼내 내 뒤로 가 팔을 끼우는 게 아닌가.

"어머, 딱 맞네! 색깔도 딱 맞고"

"......"

"역시, 우리 신랑 옷걸이 하나는 죽인다"

"당신. 정말..."

"당신 봄 자켓 벌써 몇 년째잖아"

아내는 이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리더니 두루룩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언제나 나는 철이 들까'

내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있는 천사 같은 내 아내, 사랑스런 내 아내.

가장 값진 하느님의 선물.

 

- 좋은 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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