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미사의 값

주님의 착한 종 2007. 3. 13. 12:59
 

 

어느 날, 마을의 산림을 보호, 감시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산림감시대의 대장이 평소 가깝게 지내던 정육점 주인을 찾아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이 어떤 화제를 두고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남루한 옷차림을 한

초로의 부인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정육점 주인은 잠시 이야기를 중단하고 무엇을 원하느냐고 부인에게 물었다.

그녀는 머뭇거리며 겨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고기를 조금 얻으려고 왔는데 돈이 없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게 된 산림감시 대장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친구인 정육점

주인에게 물었다.

“부인이 고기를 조금만 거저 달라고 하는 모양인데 얼마만큼 고기를 줄 셈인가?"


그러나 정육점 주인은 뒤통수만 긁적거리고 있었다.

부인이 정육점 주인에게 다시 한번 허리를 굽혀 사정을 하였다.


"고기 값을 드릴 형편이 못되어 정말 미안합니다.

그러나 당신을 위해 미사참례를 하겠어요. 그러니 고기를 조금..."


사실 산림 감시대장과 정육점 주인은 신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종교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부인의 말을 듣는 순간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고기 값 대신 미사참례를 하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정육점 주인은 면전에서 야박하게 거절하기가 곤란하여 반 농담조로 말했다.


"그래요, 저를 위해 미사참례를 하고 다시 우리 가게에 들리시구려.

미사의 값만큼 고기를 드리도록 하지요."


부인은 가게를 나선 후 곧장 성당으로 가서 미사참례를 하고 다시 정육점에 들렸다.

정육점 주인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부인에게 말했다.

"정말로 다시 오셨군요. 정말 저를 위해 미사참례를 하셨나요?"


부인이 종이 쪽지를 앞으로 내밀었다.

거기에는 "당신을 위해 미사참례를 했습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정육점 주인은 살다보니 별 희한한 일을 다 겪는다고 입 속으로 말하며

저울의 한 쪽에 부인이 내민 종이 쪽지를 올려놓고,

다른 한 쪽에는 장난 삼아 아주 작은 뼈를 하나 올려놓았다.

그러나 저울은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작은 뼈를 내려놓고 대신 엄지와 집게손가락 끝으로

한 점을 고기를 집어 저울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종이가 놓인 쪽의 저울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처음에 부인의 말을 듣고 비웃었던 정육점 주인과 산림감시 대장은 서로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며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큰 덩어리의 고기를 덥석 집어 저울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저울은 처음 그대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혹시 저울이 고장난 것은 아닌가 하고 저울의 위아래를 자세히 살펴보았으나

저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는 약간 빈정대는 말투로


"착하신 부인, 저울이 꼼짝도 하지 않으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요?

 큼지막한 양고기 다리라도 통째로 올려놓으라는 건가요?"라고 말했다.


그는 저울에 올려놓았던 큰 고기 덩어리를 내려놓지 않은 채 양고기 다리를

겹쳐 놓았다.

그러나 저울은 처음에 종이 쪽지를 올려놓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정육점 주인은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처음에 부인을 경멸했던 일을 깊이 후회하며

정중하게 부인에게 사과를 하였다.

그리고 이제라도 신앙을 가져야겠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하였다.

정육점 주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인에게 말했다.


"부인, 앞으로 부인이 원하시는 만큼의 고기를 매일 선물하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모든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던 산림감시대장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였다.

그는 신자가 된 것은 물론, 무엇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새벽 미사에 참례하였다. 

아버지의 깊은 신앙생활을 곁에서 보며 자란 그의 두 아들은 각각 예수회와

예수 성심회의 사제가 되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산림감시대장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그는 사제가 된 두 아들을 불러 놓고 간곡한 당부의 말을 하였다.

매일 하느님께 미사를 정성스럽게 봉헌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행여 게으름으로 인하여 미사를 집전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유언이었다.

이 이야기는 룩셈부르크의 아주 조그마한 마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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