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2021년05월30일)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지금부터 대략 55년 전쯤 이야기입니다.
너무 옛날 이야기이지요?
제게 영세 교리를 가르치시던 수녀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이 삼위일체에 대해
연구집필을 하고 계셨는데
정말 이 신비를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어
며칠 동안 밤새도록 한 잠도 이루지 못하다가
어느 날 새벽녘에 바닷가를 거니셨답니다.
그런데 어느 조그만 소년이 쪼그리고 앉아
몇 시간이고 계속 조개 껍질에 바닷물을 담아
작은 모래구멍에 계속 붓기를 반복하더랍니다..
그래서 물었지요.
“얘야, 너는 무엇을 하고 있니?”
소년이 대답하기를
“이 바닷물 모두를 이 작은 모래 구멍에
다 담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지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하자
“당신이 삼위일체의 신비를 푸는 것보다는
빠를 것입니다.”
성인이 깜짝 놀라 소년을 다시 보는 순간,
소년은 사라지고 없더랍니다.
그리고 성인은 느끼는 영감을 얻어
삼위일체의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삼위일체란 한 분이신 하느님 안에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위격이 계시다는 뜻입니다.
성부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간을 구원하시려고 계획을 세우신 분이십니다.
그 계획에 따라 하느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성자 예수님이시지요.
예수님께서는 지상에서의 사명을 마치고
승천하신 다음 하느님의 혼이신
성령을 보내 주셨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 마음을 움직이시어
우리가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이렇게 저마다 역할이 다르신 성부, 성자, 성령께서
분리되지 않고 온전히 일치하시어
한 분이신 하느님으로 계신다는 것이
삼위일체의 신비입니다.
우리의 궁극 목표는
하느님을 온전히 닮음으로써
그분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배워왔습니다.
우리들이 삼위 각각에 대하여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지
여러 차례 배워서 모두 잘 알고 있지만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아
복습 개념으로 다시 한번 기억해 봅시다.
첫째,
인류 구원 계획을 세우신 성부 하느님을 본받아
모든 말과 행동의 원천인 생각부터
올바르게 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물의 악한 면이 아닌,
선한 면을 먼저 찾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
말씀이 되신 예수님을 본받아
상대방에게 힘과 기쁨을 주는 말을 해야 합니다.
자신이 듣고 싶은 말 역시
이웃에게 먼저 해야 합니다.
셋째,
우리의 성화를 위해 끊임없이
활동하시는 성령을 본받아
생각과 말에 일치하는 행동을 해야 하겠습니다.
나아가 예수님께서 남기신 말씀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주님의 지엄하신 명령입니다.
우리는 미사가 끝날 때마다
이 명령을 사제를 통하여 듣습니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그리고 우리들은
“하느님 감사합니다.” 라고 응답합니다만
성당 문을 나오는 순간 모두 다 잊고 맙니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나 말을 듣지 않는
염치없고 철없는 인간들입니다.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이웃이 있습니다.
나날이 상황은 악화되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은 빠른 주기로 찾아옵니다.
증세가 더 심해지면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야 하는데
아내와 아들 딸과 정겹던 집에서
더 머물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찾아가서 손을 잡아주고
기도도 함께 드리고 싶은데
초췌해지고 통증에 시달리는 모습을
남에게는 보이기 싫은 것이
모든 사람의 솔직한 모습이겠지요.
그런 분들에게 권했으면 하는 기도입니다.
거울을 통해 수척해진 얼굴을 바라볼 때
상한 얼굴로 말미암아
마음까지 상하지 말게 하소서.
매일 얼굴을 들여다보며
나의 얼굴을 상하지 않게 하려
노력을 해 왔지만
내 영혼을 들여다보고
내 영혼의 상함을 돌보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수척해진 얼굴만 보지 말게 하소서.
얼굴과 몸은 수척해져도
나의 영혼은 더 빛날 수 있음을
기억하게 하소서
바라옵건대
부디 저에게 극심한 통증만은 거두어주셔서
고통의 두려움을 없애 주시고
몸은 연약해졌지만
마음은 강하게 하여 주셔서
주님의 손을 잡고 가게 하소서.
자애로우신 성모 어머니
저를 위하여 빌으소서
자비의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
'내 이야기 · 공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묵상(2021년06월01일) (0) | 2021.06.01 |
---|---|
오늘의 묵상(2021년05월31일) (0) | 2021.05.30 |
오늘의 묵상(2021년05월29일) (0) | 2021.05.29 |
오늘의 묵상(2021년05월28일) (0) | 2021.05.28 |
오늘의 묵상(2021년05월27일) (0) | 2021.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