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교회상식 속풀이

교회상식 속풀이 - 8. '평화의 도시' 그러나 '분쟁의 도시' 예루살렘

주님의 착한 종 2017. 9. 21. 08:10

엊그제 새해 축하 인사를 나눈 것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올 해는 왜 이리 한파가 극성을 부리는지요.

입춘이 지났건만 

아직도 영하 10도 아래의  강추위가

위세를 떨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외국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미국을 비롯해 거의 모든 나라에

무비자로 입출국이 가능합니다.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일부 공산주의 국가들만 제외하고요.


그만큼 한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한국의 위상을 높인 것은

일부에서 재벌해체와 같은 목소리를 높이는

단체들도 있지만

삼성이나, 현대 같은 한국기업들 때문이라는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얼마 전에 어느 외국에 갔을 때입니다.

우리는 줄을 서서 차례대로 간단히 

입국심사를 받고 나가는데

한 쪽에는 일단의 무리들이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입국이 안 되는 건지...

그들의 옷차림을 보니 수긍이 갑니다.

모두 이슬람의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동남아에서도

아랍 계통 여행객들의 입국은 

아주 까다롭게 처리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교회상식 속풀이는

그 분쟁의 중심지인 예루살렘의 이해로 정했습니다.


먼저 김홍락 신부님의

글을 통해 예루살렘을 이해한 후

제가 조사한 것을 추기로 올려

분쟁의 이해도를 높이려 합니다. 

 



교회상식 속풀이 - 8. '평화의 도시' 그러나 '분쟁의 도시' 예루살렘



예루살렘 시가지


예루살렘(히브리어 예루샬라임)은 이스라엘의 수도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형적으로는 지중해와 사해의 북쪽 끝 부분 

유대 지역 산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은 또한 3개의 주요 종교

즉 그리스도교와 유대교

그리고 회교도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긴 역사만큼 예루살렘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미국의 유대교 잡지인 <모멘트 메거진>

(Moment Magazine, 2008 6월호)에 따르면

예루살렘은 2차례 완전히 파괴되었고

23차례 포위되었으며

52차례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44차례 점령과 탈환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예루살렘의 뜻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예루’와 ‘살렘’으로 분리해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성경학자로 유명한 스티븐 빈츠(Stephen J. Binz)는 

저서 <예루살렘, 거룩한 도성>

(Jerusalem, the Holy City)에서 

‘예루’는 수메르어로 ‘토대’ ‘거주’ ‘지역’을 뜻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고대 이집트 기록에 예루살렘은 두 번

“우루살리뭄”과 “루살리뭄”이라는 지명으로 등장하는데

두 지명의 “우루” 또는 “루” 모두 

“토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루살렘’의 뿌리가 되는 ‘살렘’ 의 의미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부분의 성경학자들은 같은 뿌리를 둔 ‘평화’를 뜻하는 

‘샬롬’(שָׁלוֹם)이라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따라서 예루살렘은 결국 “평화의 도시”를 뜻합니다.



▲ 히브리어 '샬롬'


예루살렘이라는 지명이 

가나안 토속신앙과 관련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스웨덴의 구약 신학자이자 웁살라(Uppsala) 대학교 교수인 

헬머 링그렌 (Helmer Ringgren) 등이 공동 편집한 

<구약성경 신학사전>에 따르면

가나안 지역 셈족의 신들 가운데 하나로 

태양과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살렘 신”이 예루살렘과 관련이 깊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살렘신은 또한 건강과 번영

그리고 평화를 상징하는 신이기도 합니다.

 

예루살렘은 원래 ‘살렘’이라 불리웠습니다

창세기는 아브람이 크도를라오메르와 그와 연합한 임금들을 물리치고 

포로들과 함께 돌아올 때

“살렘 임금 멜키체덱도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다”

(창세 14, 18)고 전합니다

이 대목이 예루살렘에 대한 성경의 첫 보도입니다.


창세기에서 전하듯

예루살렘은 조그만 도시 국가였습니다

그러다가 북부와 남부를 한데 묶은 

통일왕국의 임금이 된 다윗 왕이 

북부와 남부 사이에 있으면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예루살렘을 제국의 수도로 정하면서(2사무 5,6-10) 

팔레스티나 지방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도시로 변모하게 됩니다.


예루살렘이 종교의 중심지로 도약하게 된 계기 역시 

다윗 왕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하느님의 백성으로 일치시키는 

‘계약 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깁니다.

(2사무 6,1-23). 


또한 다윗 왕의 아들인 솔로몬 왕은 

예루살렘에 성전을 건축함으로써

예루살렘은 명실 공히 이스라엘의 

정치와 종교의 중심 자리를 굳히게 됩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도 예루살렘은 중요한 장소입니다

예수께서 이곳에서 십자가형에 처해졌고

부활 승천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캠브리지 대학교 콜린 험프리스 교수의 

저서 <최후의 만찬의 신비>에 따르면

300년경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인 헬레나 성녀가 

예루살렘을 예수의 생애를 기념하는 성지로 선포했다고 합니다.


또한 예루살렘은 첫 번째 교회회의(사도 15,1-21)가 

열렸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49년경에 열린 이 회의는 

토라(율법), 할례 등의 유대교 전통을 강조하며 

그리스도교를 유대교와 결부 지으려했던 유대계 그리스도인과

그리스도교를 유대교와 별개로 보아 반율법적 모습을 보였던 

이방계 그리스도인 사이의 

그리스도교 사상 첫 신학논쟁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아이러니컬하게도 

유대교와 이슬람,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종교적 고향이자 

“평화의 도시”라는 이름을 가진 예루살렘이 

그 의미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세계 패권주의의 상징이자 

‘중동의 화약고’가 되었습니다.

 



김홍락 신부 (가난한 그리스도의 종 공동체)

교부학과 전례학을 전공했고

현재 필리핀 나보타스(Navotas)시 빈민촌에서 

도시빈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추기 :


그런데 왜 예루살렘이 중동위 화약고가 되었을까요?


얼마 전, 돌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결정을 내려

전세계를 대혼란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이스라엘의 행정부와 의회, 수상 관저가 

모두 예루살렘에 있는지라,

이스라엘의 최대 맹방인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것이 대체 뭔 대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의 트럼프 이전의 역대 대통령들이

이런 선언을 감히 하지 못했을 리도 없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관을

굳이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도시인 텔 아비브에 둘

이유도 없었을 것입니다.


홍길동의 도시 버전도 아니고

대체 수도를 수도라 부르지 못하는

이 기막힌 사연은 어디서 연유했을까요?


위에서 김홍락 신부님이 말씀하셨듯

이 예루살렘이 유대교, 그리스도교

그리고 이슬람교의 성지여서

종교적으로 예민한 분쟁지역이기 때문입니.


우리는 성경을 통해서 예루살렘에 대해 많이 들었고

위의 김홍락 신부님의 글을 통해서도 공부를 했기에

그리스도교의 최고 성지가 성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어째서 예루살렘이 이슬람교도에게도

성지가 되었는지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그래서 여기 저기 자료를 찾아 보았습니다.

특히 예루살렘이 이슬람교의 성지가 된 것에 그치지 않고,

하필이면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성지가 겹치는

기막힌 사연까지 제대로 알아야

어째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 부르는 게

그리도 무시무시한 일이 되는지를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전세계 무슬림들이

평생에 한 번은 꼭 순례해야 한다는 

이슬람교의 최대 성지는 

아라비아 반도에 있는 메카이고,


그 다음 성지는 

역시 아라비아 반도에 있는 메디나입니다.

이슬람에서는 무함마드를

최후의 예언자라고 하는데

메카에서 탄압을 받던 무함마드가

메디나로 도망쳐와서 전교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 고난의 도피 사건을 헤즈라라고 부릅니다. 


예루살렘은 메카와 메디나에 이은

세 번째로 중요한 성지라고 합니다.

 

메카나 메디나는 무함마드가 활동했던

아라비아 반도에 있지만

예루살렘은 그곳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데

어떻게 이슬람의 성지가 되었을까요?



이는 헤즈라가 일어난 해인 서기 622년의 

한 해 전인 621년에 일어났다고 알려진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일어난

신비한 체험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슬람교에서는 무함마드 이전의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주요 인물인

아브라함, 모세, 예수님 등을 예언자라고 합니다)


그 때 무함마드는 예루살렘에서 

자신 이전의 예수님을 포함한

모든 예언자들을 이끌고

말하자면 예배를 주관 했다는 것입니다.


전승에 의하면

대천사 가브리엘의 인도에 따라서

예언자 무함마드가 일종의 공중부양을 하여

지금으로부터 약 1,400년 전에 

아라비아 반도의 메카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까지 와서

무함마드 이전의 다른 예언자들을 인도하여

(알라)신에게 기도를 주도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예루살렘에서 승천하여 

(알라)신을 영접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니

예루살렘은 무슬림에게 

아주 각별한 곳이 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아브라함, 모세, 예수님 등등이 

죄다 무함마드의 인도에 따라 기도했다는 것이니 

무함마드야말로 (알라)신의 최후의 예언자라는

이슬람교의 서사에 딱 들어맞는 전승이며,

또한 그러한 기도, 예배 후에 승천까지 했다니

이슬람교 교의에서 아주 핵심적인 이벤트가

예루살렘에서 일어났구나 싶은 것입니다.

 


무함마드가 예루살렘에서 했다는

이 신비한 체험을 한 장소라는 곳에 

알 아크사 모스크가 세워졌고,

무함마드가 승천했다는 장소로

특별한 기림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무함마드가 승천한 장소가

유대교에서는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하느님의 명에 따라

제물로 바치려고 했던 장소로 믿고 있으니...


우연도 이런 기막힌 우연이 있을까요?

하필이면 유대교 절대 성지의 자리가 

무슬림에게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신성하기 그지 없는 곳 중의 하나라니!

 

그래서 지금도 무슬림 구역에 있는 이 지역을

유대인이 방문하기만 하더라도

대대적인 혼란과 소요가 일어날 지경이고

지난 2000년에 이스라엘 수상인 샤론이 

이곳을 방문하였다고 해서

어마어마한 소요사태가 

아랍/이슬람권에서 일어났었습니다.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세상에 

해묵은 상처까지 덧낼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러기에 이번 트럼프가 예루살렘이

유대인 국가 이스라엘 수도라는 선언은,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쫓겨난 후 

2000년 간 팔레스타인에서 살아 오다가 

이스라엘이 건국(1948)되면서 

이번에는 자신들이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나고

예루살렘마저 6일 전쟁에 패배하여 

완전히 잃어버린 무슬림인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전세계 (아랍)무슬림에게,

이제 정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그들의 넋에 입힌 것이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가뜩이나 혼란하고 어지러운 요즘 세상에

이런 해묵은 종교 갈등까지 끄집어내 덧나게 하는 이가

세계 평화의 담당자라 믿어 왔던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라니,

정말 진심으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