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나의 기디림, 어머니의 기다림
저는 이릴 때 한적한 어느 시골에서 어머니와 저,
단 둘이서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장날이면 장에 가신 어머니가 해질 무렵까지 오시지 않으면
동네 어귀 저 앞까지 나가서 멀리 서산마루에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기다렸습니다.
그때의 저의 기다림은 절실한 것이었습니다.
우선 당장 어머니가 오셔야 어둑어둑해지는 그런 쓸쓸한 시간에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고 또 저녁밥을 지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그 어머니는 나중에 제가 20대 청년으로
왜정에 의해 학병으로 끌러갔을 때 더욱 간절하고 애타는 마음, 소망으로
제가 살아서 돌아오기를 열심히 기도하며 기다렸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저를 위해 얼마나 기도하셨던지,
특히 대구 성모당에 가셔서 간절히 기도드리는 모습은
많은 이에게 감명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돌아왔을 때 만나는 모든 이가
'네가 살아서 돌아온 것은 네 엄마의 기도 덕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늘 누군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기다림 속에 살고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고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