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중년의 건강

혈변과 흑변의 차이

주님의 착한 종 2016. 8. 13. 08:56

혈변과 흑변의 차이 


알쏭달쏭 의학용어


최근 개그맨 이경규 씨가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찔했던 순간을 고백했다.

식사 중에 갑자기 뒤로 넘어가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간 일이다. 원인은 위장관출혈이었다.

이경규 씨 말로는 쓰러지기 전부터 ‘검은 변’을 보았는데 그게 혈변인지 몰랐다고 한다.


혈변(血便)·흑변(黑便)

혈변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대변에 피가 나오는 것이다.

대변을 보면 선홍색 피가 비치기 때문에 한눈에 알 수 있다.

피 색깔이 그대로 보인다면 출혈 부위가 그리 멀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항문 가까이에 생긴 치핵(치질)이나, 대장이나 소장 안쪽에 출혈이 생긴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고령이라면 대장암이나 허혈성대장염이,

젊은 사람이라면 반복해서 장에 염증이 생기는 궤양성대장염이 원인일 수 있다.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변검사를 하는 주된 이유는 기생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요즘 건강검진에서는 대변에 잠혈(潛血)이 있는지 보기 위해 검사한다.

잠복해 있는 위장관출혈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대장내시경으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대장내시경을 받게 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다.

그 때문에 대변잠혈검사 후, 대변에 피가 비치는 사람을 대상으로 대장내시경을 권한다.


흑변 또는 흑색변(黑色便)은 대변이 검은색을 띠는 경우다.

검은 정도가 황갈색이나 갈색 정도가 아니라 마치 자장면처럼 검다.

식도, 위, 십이지장처럼 장의 윗부분에 출혈이 있으면 대변으로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한 대변으로 나오는 도중 위산이나 장내 세균 등에 의해 본래 피의 붉은색이 검게 변색되기 쉽다.

이때는 흑변이 나온다.

물론 장의 윗부분에서 일어난 출혈의 속도가 매우 빨라 소장과 대장을 거침없이 통과할 경우

검은 변이 아닌 선홍색 혈변을 볼 수도 있다.

위장관출혈이 없더라도, 철분 제제를 복용하고 있거나 선지·감초를 많이 먹어도 검은색을 띠는 변을 볼 수 있다.

흑변은 혈변보다 끈적끈적하고 윤기가 나면서 냄새가 더 심하다.

엄밀히 말해 이경규 씨가 본 것은 혈변이 아니라 흑변이었고,

흑변을 처음 발견했을 때 바로 병원을 찾았다면 갑자기 쓰러지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토혈(吐血)·객혈(喀血)

항문이 아닌 입에서 피가 나오기도 한다.

토혈과 객혈이 그 예다.

토혈은 피를 토한 것인데, 식도·위·십이지장에 출혈이 있으면 구토를 하면서 함께 피가 나올 수 있다.

이때 출혈 양이 많으면 대변으로 흑변이 나오기도 한다.

객혈도 입으로 피가 나오는 것이지만 출혈 부위가 위장관이 아니라 폐 또는 기관지이다.

가래를 한자로 ‘객담(喀痰)’이라고 하니까 객혈도 호흡기계와 관련된 말이다.

토혈과 객혈 모두 입을 통해 피가 나오니까 구분이 쉽지 않다.

하지만 토혈은 위장관출혈이 토하면서 나오는 것이므로 속이 쓰리거나 메스꺼울 수 있고,

토한 내용물에 음식물이 섞여 있거나 음식물 냄새가 나기도 한다.

객혈은 호흡기계의 문제이기 때문에 기침이 나오거나 숨이 찬 경우가 많다.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입으로 나온 피에 공기 방울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

입이나 항문으로 피가 나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단순히 잇몸이나 치핵에서 나온 피가 아닐 수도 있다.

아스피린이나 항응고제를 복용하는데 자장면 색의 대변을 보았다면 꼭 진료받아야 한다.

출혈량이 많거나 어지럼증을 느낀다면 지체 없이 응급실로 가자.[헬스조선]




안지현

중앙대학교병원 내과 교수를 거쳐 현재 KMI 한국의학연구소 내과 과장으로 있다.

의학 박사이자 언론학 석사이며, 대한검진의학회 정책이사와 대한노인의학회 학술이사로 활동 중이다.

《건강검진 사용설명서》, 《한눈에 알 수 있는 내과학》 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