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 공지

2016년 2월 12일 금) - 음력 정월 초 닷새날

주님의 착한 종 2016. 2. 12. 09:48


2016년 2월 12일 금) - 음력 정월 초 닷새날


어릴 때 설음식을 장만하시면서

어머니는 음식들을 조금씩 따로 담아 남기셨어요.


설날이 지나고 네 밤을 더 자고 나면

오늘처럼 정월 초 닷새 날.

어릴 때는 날씨가 왜 그리 추췄을까요?

딱딱하게 얼고 굳어진 흰떡은 잘 썰리지가 않았어요.


어머니는 떡국 끓일 떄처럼 써시지 않고

손가락 크기로 잘라, 그것을 다시 4등분해서

따뜻한 물에 불려 녹인 후


어머니만의 비법으로 양념을 하시고

정성스레 떡볶기를 만드셨어요.





그 떄는 너나 나나 모두 어려운 시절이었잖아요.

참 배도 많이 고픈 시절이어서일까..

어머니는 다른 형제 몰래 나를 부엌으로 부르셔서

우선 한 그릇을 담아 먹게 했어요.

그리고 나서 쟁반에 몇 그릇을 나누어 담아

형제들을 모두 불러 먹게 하셨지요.


물론 다른 형제들의 생일에도

어머니 특유의 사랑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셨을 거에요.

생일 날 만이라도 배고픔을 모르게 하시려는...


어머니가 떠나신 후 언젠가 내 생일 날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떡볶기를 만들어 보았지요.

인터넷을 뒤져 가장 그럴듯한 레시피를 골라...


그러나 어머니의 떡볶기 맛은 아니었어요.


부모님이 모두 떠나시고..

세상 살이에 바뻐 잊고 지내다가도

이렇게 생일을 맞으면 

어머니의 떡볶기 생각을 하며 그리움에 젖습니다.


앞으로 내 평생 몇 번의 생일을 더 맞을지 모르지만

그 때마다 떡볶기는 잊혀지지 않겠지요.

그리고 언젠가 어머니를 다시 만나면

떠볶기를 해달라고 졸라야겠습니다.

설마 어머니가 귀찮아 하시지는 않겠지요?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