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김수한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님의 이야기 ⑭

주님의 착한 종 2016. 2. 11. 09:24




30년 운전기사 김형태씨의 회고


 


"틈만 나면 달동네·판잣집 들르자 하셔"
"
빨리 가자, 왜 급정거 했나… 불평 한번 안 하셨죠


김수환 추기경의 자동차를 30년 동안 운전한 김형태(71·세례명 요한)씨가


'백미러를 통해 본 김 추기경'을 이야기했다.


김 추기경의 선종 후 슬픔에 잠겨 있던 김씨는 본지 기자에게


추기경을 모신 자랑스러운 세월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사진 촬영에는 한사코 응하지 않았다.

나는 김 추기경님의 발이었습니다.


1978년부터 전국 곳곳 안 다닌 곳이 없었죠.


그 중 달동네와 '하꼬방'(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판잣집)을 참 많이 갔습니다


교구 일과 성당 일로 정신 없을 때도 틈만 나면 가난한 사람들을 위로하러 가셨지요.

처음 그분을 뵀을 때, 굳게 다문 입이 매섭고 차가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못 가서 정 많은 분이라는 게 들통이 났지요


어린아이들과 청년들 앞에 서면 아이처럼 웃으시는 통 에요.


그럴 때는 말수도 많아지셨습니다.


물론 힘든 때도 있었죠.


시절이 뒤숭숭하던 유신 때는 차를 타셔도 한마디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원래 음악은 안 들으셨고몇 시간이고 기도만 하셨지요.


나는 앞만 뚫어지게 보고 운전했고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분이 기도하실 수 있도록, 살금살금 무사고


운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딸이 셋입니다.


12년 전 정년(58) 때 이미 그만뒀어야 했는데 애들 결혼 다 시키고


손주 볼 나이까지 일하도록 배려해주셨습니다.


일흔 노인이 모는 차, 그거 불안 해서 어떻게 타느냐고 하실 법도 한데 말이지요.


주례 잘 안 서시는 분이 제 딸자식 결혼 때는 선뜻 주례도 서 주셨습니다.


,자랑할 것이 참 많군요.

작년 7월 입원하셨을 때,


김 추기경님은 "잠깐만 있다 나올 것"이라면서 웃으셨습니다.


난 그 말만 믿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멍하니 아무 것도 못하다가 밤이 돼 정신을 차리고 성당에 왔습니다.


30년간 요구란 게 없던 분이셨습니다.
시간이 없어도 한 번도 재촉한 적이 없으셨어요.


"빨리 가자" "왜 급정거를 했느냐" 불평이나 요청 한 번 없었습니다.
30
년 동안 말이죠.

추기경님, 이제는 이 늙은이가 요구해 보렵니다.


하늘나라에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서 또 제가 모는 차 타시라고요.
그 때는 사는 얘기도 많이 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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