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출신 정치인들이 말하는 김(金)추기경
"종교·정파·계층간 벽을 넘어 늘 '중심'을
잡아 주셨던 분"
"1998년 전국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이 번졌을 때 한 행사장에서
내가
금 열쇠를 내놓자 김수환 추기경은 금으로 된 십자가를 내놓았어요.
옆에 있던 제가'성물(聖物)인 십자가를 내놓아도 됩니까?'라고 물었더니'
예수님은 몸도 바쳤는데 나라 살리는 일에 십자가 내놓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하셨습니다."
1980년과 1994년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송월주(宋月珠·74) 스님은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종교의 벽을 넘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 왔다.
두 사람과 고(故) 강 원룡 목사는 1990년대 이후 불교·개신교·천주교를
대표하는
종교계 원로로 대화와 협력을 활발히 벌였다.
"종교 지도자로 수십 년 나란히 활동하면서 늘 김 추기경이 중심에 있었고
영향력도 가장 컸지요.
나라의 고비 때마다 소신 있는 발언으로 방향을 제시했어요.
반독재·반민주 활동에 앞장섰지만 나라가 좌(左)편향으로 쏠리자
'이건 아니다'라고 중심을 잡아 주었습니다."
▲ 송월주 스님(오른쪽에서 두번째)과 김수환 추기경이 1998년 서울 명동
YWCA회관에서 열린‘금 모으기 범국민운동 발대식’행사에서 시민들이
모아온 금붙이를 접수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세 사람은 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 종교계 원로로 대통령을 자주 면담했다.
"대통령 앞에서도 직언을 많이 하셨어요.
평소 소신을 담아 강직한 뜻을 전하면서도 늘 부드럽게 말씀하시니
울림이 컸어요.역대 대통령들은 추기경의 말씀을 늘 경청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딱 한 번 청와대를 방문했는데,
김 추기경은 그 자리에서 사형 제 폐지를 건의했고,
'보수
언론을 품어라'라고 조언했다.
송월주 스님은
"김 추기경은 평소 '나는 개종주의자가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모든 종교에 대해 열린 분이었다"며 "2000년 김 추기경이 성균관대에서
심산상을 받았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라고 했다.
"심산상”은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고 김창숙 선생을 기려 만든 상인데,
수상 후 추기경이 심산 선생의 묘소를 참배한 걸 두고
개신교계와 천주교계에서 비판이 일었어요.
제가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었더니
'살아 있는 종교 지도자가 돌아가신 민족 지도자를 위해서 예를 갖추는 건
당연한
게 아니냐"고 답하시더군요."
송월주 스님은 16일 저녁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듣자마자 명동성당으로
향했다. 17일 아침 각 신문에 난 김 추기경의 유해 안치 사진에는 신부와 수녀,
천주교 신자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승복을 입고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송월주 스님은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경제위기도 극복하고
노사·계층·정파 간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평생 사랑과 평화를 실천한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따르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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