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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를 토했는데, 미사는 끝이 났어요
Q. 안녕하세요. 서울대교구 신자 속쓰려 바오로입니다
저는 정말 열심한 청년 신자라고 자부합니다. 몸이 아파도, 밀린 일을 하고 있어도 주일에는 무조건 미사에 참석하거든요. 제게 영성체는 한 주간을 버티는 힘이예요.
그런데 이번 주일에 저는 웃지 못 할 일을 경험했습니다. 주일에 가족모임이 있어 한상 가득 저녁을 먹고 미사에 갔거든요. 주일은 거룩하게 지내야 하니까요.
근데 미사에 늦을까봐 숟가락을 놓자마자 뛰어간 게 화근이었습니다. 말씀전례 내내 명치끝이 답답하고 식은땀이 줄줄 나더니 성찬전례에 와서는 무언가 목 끝까지 차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대망의 영성체 시간. 성체를 모시고 나니 좀 가라앉는 듯 했는데, 아뿔싸! 파견미사 때 저는 화장실로 뛰어가야 했습니다. 입 속에 들어갔던 모든 것을 게워내고 말았죠.
속은 편해졌는데, 한 가지 걱정이 생겼습니다. 본당 마지막 미사였는데, 저는 성체를 모신 걸까요, 아닌 걸까요? 한주간의 힘이었는데, 이제 저는 어떡하죠?

A. 안녕하세요? 괜찮아 신부입니다.
속은 좀 어떠세요? 많이 당황하셨겠어요? 요즘 신문에 보니까 택시에서 토하면 15만원 벌금이라는데...다행히 성당엔 그런 벌금제도는 없네요. 농담입니다.^^
보 내주신 내용으로 보아서는 시간상으로도 그렇고 이미 형제님께서 모신 성체는 바로 형체 없이 몸 안으로 흡수되어 사라졌을 것 같네요. 완전한 영성체를 한 셈이죠. 성체는 받아 모시면 입 안에서도 삼키면서도 바로 녹으면서 흡수가 되지요. 그런데 설마 성체를 마치 일반 빵처럼 식도와 위를 지나 소장에서 흡수되는 것으로 생각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성 체를 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영하는 것이고 이를 모시는 사람의 자세입니다. 그것이 신앙의 자세인 셈이죠. 저 같은 경우에도 성체분배 때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어떤 신자분이 제게 성체를 받아서 옆으로 가다가 모시기 전에 떨어뜨렸는데, 그것을 다시 주워 가져오더니 제게 바꾸어 달라는 겁니다. 반품을 해달라는 거지요. 성체가 무슨 마트에서 사는 물건이 아니잖습니까? 그래서 보통 저는 눈짓으로 그냥 영해도 된다고 하지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영성체는 신앙의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 러니 속쓰려 형제님은 너무 걱정 마세요. 숟가락을 놓자마자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달려 나가고, 울렁이는 속을 부여잡고서도 미사성제에 참례하고자하는 믿음이라면 다 괜찮아요. 당신의 순수한 신앙에 박수를! (다음번에도 속이 너무 안 좋으시면 먼저 토하시고 영성체를 하세요. 농담입니다;;)
- '창피해도 괜찮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