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알고 싶어요

[스크랩] 헌금을 거슬러 받을 수 없나요?

주님의 착한 종 2016. 2. 2. 08:07




헌금을 거슬러 받을 수 없나요?



Q. 안녕하세요. 저는 착한남편 나걱정 루카입니다.

저는 내집마련을 목표로 올해부터는 아내에게 용돈을 타 쓰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제 용돈은 일주일에 2만 원이예요. 그렇습니다, 저는 좀 후회하고 있습니다. 핸드폰 요금이나 교통비는 다행히도 용돈에서 제하고 있지만, 아시잖아요... 2만 원 용돈이 은근 빠듯하더라고요. 처음엔 호방하게 결정했는데 점차 후회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예상 밖에 문제는 미사 중 예물봉헌 때 터졌습니다. 봉헌하는 줄에 당당히 선 채 주머니를 뒤적였는데, 매일 줄기차게 입고 다니는 외투이건만 주머니에서 좀체 돈이 잡히지 않는 겁니다. 나름 십일조로 2천 원씩을 남겨놓거든요. 그런데 그날따라...!ㅠㅠ 창피하니 신자석으로 다시 돌아가지도 못했고요.

그리고 외면하고만 싶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내가 봉헌할 돈은 오늘 아침 아내에게 미리 받아둔 일주일치 용돈, 내 호주머니 전 재산인 만 원짜리 두 장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헌금통은 제 코앞까지 왔습니다. 용돈 전부를 낼 용기는 서지 않으니 ‘그중 절반인 1만원만 내자’는 생각으로 지폐를 만지작거리는 순간, 여러 마음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생존을 위한 점심, 사내식당 4천원’, ‘야근 피로도 물리쳐줄 자판기 커피 5백원’, ‘점심도 미루고 누리는 낙(樂), 담배 한 값 4천5백원’...

가난한 과부는 자신의 전 재산을 봉헌했다던데, 헌금통 앞에서 엉뚱하게 돈 계산을 하고 있는 제 나약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그것도 사순절에 말이죠.ㅠㅠ

그런데 정말 이 방법 밖에 없는 건지, 그 짧은 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랐죠. 왠지 하느님도 저를 놀리실 것만 같은 이 기분... 그 때 헌금통 안의 수많은 천 원짜리 ‘잔돈들’이 보였습니다. 괜찮아 신부님, 혹시 헌금을 거슬러가도 괜찮을까요? 마음의 준비도 없이 호주머니 절반을 봉헌하기엔 제 자신이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A.
안녕하세요? 괜찮아 신부입니다.


많이 당황하셨겠어요! 그리고 미사 중에 분심이 많이 들어 힘드셨겠어요. 그런데 갑자기 저는 형제님이 어떤 선택을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결국 헌금통에서 잔돈을 바꾸어 가셨나요?

헌금을 거슬러가는 것을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정말 사정이 어렵다면 어찌할 수 없죠. 다만 뒤에 서계신 신자들의 의심어린 눈초리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요.

사실 봉헌금을 거슬러가든지, 다른 사람에게 꾸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이것을 마련하는 사람의 ‘마음의 준비’입니다.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정성이 문제가 되지요. 본당에서 미사를 할 때 보면, 어떤 분은 큰 액수를 봉헌하는 걸 자랑하고 싶으셨던지 다른 사람 보라고 돈을 흔들면서 자리에서 나오시더라고요. 그리 보기 좋진 않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주일학교 미사에서 한 친구가 돈 대신 버스 타는 회수권을 내는 걸 본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헌금은 안내고 꾸벅 허리 굽혀 인사하면서 “죄송합니다!”하고 인사를 하기도 했고요. 제가 다닌 본당이 조금 이상한건가요?

우리가 보통 주일헌금이라고 하는 헌금은 옛날 초기교회에서부터 시작되었어요(사도 4,34). 당시에는 신자들이 미사에 쓰이는 빵과 포도주를 비롯해 올리브기름, 과일, 초 등 교회의 박애활동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것을 봉헌했습니다. 이 때 돈도 함께 봉헌하면서 금전을 봉헌하는‘헌금’이 전례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후 빵과 포도주를 봉헌하는 대신 헌금이 많아지자 마침내는 돈을 헌납하는 것으로 굳어져 오늘에까지 이르게 된 거지요.

사실 헌금은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표시이고, 헌금하는 사람의 자기 희생을 뜻합니다. 쓰고 남은 것을 누군가에게 선물하면 좀 미안하잖아요. 하느님께 드리는 선물도 마찬가지이죠. 희생제물의 성격을 갖는 헌금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뜻을 잘 보여주는 어린이 성가도 있습니다. 지금은 가사가 좀 바뀌었던데, 봉헌 때면 아이들이 목 놓아 부르던 노래였지요.“먹고싶어 죽겠는 걸 사먹지 않고, 이날을 기다리며 모아왔어요”♪♬ 특히 ‘죽겠는 걸’ 부분에서 아이들은 정말 눈을 질끈 감고 외치더군요.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관계입니다. 우리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당연히 그에 대한 준비도 같이 하잖습니까. 중요한 사람을 만나면 옷도 그에 맞춰 입고 나가고, 그와 함께 쓸 돈도 주머니에 넣어두고 말이지요. 마음의 준비가 외적인 준비로 이어지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면 하느님께 희생제물과 감사의 표시로 봉헌하는 헌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특별히 설명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시겠지요? 미사 중 봉헌하는 헌금은 바로 여러분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 창피해도 괜찮아 중에서 -






출처 : 희망의 문턱을 넘어
글쓴이 : Swan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