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1. 타무아유(他無我有, 남이 없으면 나는 있다), 알리바바
1999년 2월 21일, 올드 밀레니엄 마지막 해의 춘절연휴 마지막 날 저녁. 항저우 호반화원의 마윈의 집이다. 비디오테이프가 알리바바의 잉태장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의 아내, 장잉과 18명의 열성파 사원들이 마윈을 둘러싸고 있다. 마윈은 손을 휘저으며 격정적 어조로 자신의 꿈과 각오를 토해낸다.
“지금 우리는 시작한다. 우리는 지금 새역사를 쓰고 있다. 우리의 기업 대 기업 B2B(필자 주1) 인터넷서비스사이트는 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너저분한 무승부보다 화끈한 승부를 택하자, 철권 타이슨이 우리를 때려눕히더라도 금방 튀어 오르자, 죽을 때까지 싸울 각오로 덤비자”
연이어 마윈은 주머니에서 지폐와 동전을 꺼내어 탁자에 부서져라 던진다.
“사업자금은 각자 주머니에 있는 쌈짓돈으로 충당한다. 친구와 친척의 돈을 빌리지 말라. 리스크가 너무 크다. 지금 당장 너희들 모두 가진 돈을 몽땅 꺼내 놓아라, 그리고 너희들은 중대장, 소대장급 간부를 맡을 것이다. 사단장 이상의 간부는 따로 초빙할 것이다.”
마윈은 18명의 투자자에게 18나한의 칭호를 붙여주었다. 무공에서 나한은 이미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협객을 말한다. 후일 18나한중의 하나인 현 알리바바그룹 자원부총재 진젠항은 「IT시대주간」에서 회고했다. “지금은 알리바바 출자자 총회일로 불리는 그날 저녁, 솔직히 18나한 그 누구도 알리바바의 앞길을 믿지 않았다. 비디오테이프기록을 잘 살펴보라, 마윈을 제외한 참석자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실성한 것처럼 초점이 없었다.”
창업에 성공하려면 시장을 정확하게 분석할 줄 알아야한다. 창업하고자 하는 아이템이 블루오션인지 레드오션인지 먼저 시장을 파악해야 한다. 알리바바 창사당시 중국의 인터넷업체 대다수는 포털사이트에 몰입하고 있었다. 야후, 신랑왕, 소후, 왕이, 중화왕 등 포털사이트가 인터넷 수익모델로서 대박을 터뜨리고 있었다. 반면에 B2B전자상거래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수익성, 성장성은 차치하고 시장의 진입가능성마저 모호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포털사이트는 이미 경쟁의 핏물로 가득 찬 레드오션이었다.
오프라인이 육지라면 온라인은 바다와 같다. 바다처럼 인터넷에는 도로라고 따로 없고 인터넷 자체가 누구나 통할 수 있는 길이다. 인터넷이 본시 광범위하고 깊은 잠재력을 지닌 블루오션이거늘, 오프라인 사고방식으로 이미 정해진 길을 따라 이어가는 사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설령 떼돈을 번다고 해도 남을 따라가고 싶지 않았다. 마윈은 선천적으로 정해진 공식에 답을 꿰맞추는 게 죽도록 싫었다(그래서 수학성적이 그 모양이었음). 마윈은 인터넷 바다에서 경쟁에 의해 더렵혀지지 않은 블루오션, B2B전자상거래의 신항로를 열기로 했다.
군자는 대로행이면 협객은 독고행이다. 상림협객 마윈은 왁자한 대로보다 호젓한 오솔길을 택했다. 아무리 넓은 도로라도 차량이 너무 많으면 막힌다. 행인이 적으면 비록 외나무다리라도 쉽게 통과한다. 인터넷사업은 진입장벽이 낮아 쉽게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진입한 후에는 남들은 없는 나만의 것으로 승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인터넷 바다에서는 진정한 블루오션, ‘타무아유(남은 없는데 나는 있다)’ 만이 살 길이다.
▲ 알리바바 그룹의 경영진들. 알리바바 홈페이지 화면 캡처 |
2.타유아우(他有我優, 남이 있으면 나는 뛰어나다) 최고의 B2B 사이트
남에게 없는 것을 내가 가지고 있는 게 제일 좋다. 그러나 남도 나도 있는 단계부터는 나는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 회사 이름은 남들도 있다. 그러나 나의 회사 이름은 남들보다 더 높고 크고 쩌렁쩌렁하고 우렁차야 한다. 뜻도 소리도 더 좋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 모든 나라사람들이 부르기에 더 좋은 이름이어야 한다. 마윈은 새 회사의 출산이 임박한 즈음에 좋은 회사이름 짓기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그러나 모든 조건에 부합한 회사이름을 짖기가 쉽지 않았다.
1999년 3월 초, 마윈은 LA 출장 중이었다. LA시내의 한 커피숍에 앉아 거리구경을 하다가 차도 건너편 건물 광고판에 ‘알리바바’ 라는 글자가 눈에 뜨였다. 마윈은 커피를 따라주는 웨이트리스한데 물어보았다.
“알리바바를 아세요?”
“물론이죠, ‘참깨야 열려라(Open the Sesame)! ‘
마윈은 60여개 나라 사람들에게 알리바바를 아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하나 같이 알리바바 이름이 참 독특하고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알리바바, 청취 가능한 세계 모든 언어의 발음도 비교해보았다. 신기하게도 ‘알리바바’ 발음은 거의 똑같았다(필자도 구글번역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억양만 좀 다를 뿐 발음은 90%이상 같았다.)
1999년 3월 18일(길일), 등록자본금 50만위안으로 ‘알리바바’를 창립했다. 다음달 15일, 천년 글로벌 사이트의 염원을 담은 ‘알리바바(alibaba.com) 사이트를 정식으로 개통했다. 훗날 마윈은 알리마마(alimama.?com), 알리베이비(alibaby.?com)사이트를 등록했다. 기업과 기업을 연결하는 B2B무지개다리로 알리바바는 글로벌 IT상경계의 하늘에 가로걸려 나타났다.
그해 6월 어느 날, 항저우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보았는지, 알리바바회사 사무실 겸 마윈의 집에 귀인이 찾아왔다. 그는 스웨덴의 대표기업인 인베스트AB 벤처투자담당 부총재 차이충신이었다. 마윈과 벤처자금융자 건으로 협상 4일째 되던 날, 그 예일대 법학박사출신 캐나다국적의 화교는 알리바바에 입사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깜짝 놀란 마윈은 알리바바의 월급이 너무 적어 생활이 힘들 거라며 만류했다. 그러나 차이충신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연봉 백만 달러의 인베스트 AB부총재를 사직하고 단돈 월봉 500위안의 알리바바 CFO(최고재무관리자)로 전직했다. 차이충신은 외부에서 영입한 알리바바 최초의 사단장급 간부이다. 전 직장의 1000분의 1도 채 안 되는 보수를 주는 마윈의 품에 안긴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의 답은 항상 간명하다.
“첫째, 마윈의 형용 불가한 매력, 둘째, 알리바바 소수정예의 조직력, 셋째, 전자상거래시장의 무한한 장래성 때문.”
알리바바는 법무와 재무에 정통한 차이충신을 품은 이후부터 글로벌 규범화 경영을 할 수 있었고 국제벤처투자(VC)의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 2015년 현재 차이충신은 여전한 알리바바 CFO이다
1999년 중국 인터넷의 화단은 백화제방의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본사를 둔 사이트는 막대한 벤처투자를 흡입하고 있었다. 반면에 항저우에 근거한 알리바바는 매체의 집어등으로부터 멀리 있는 관계로 묵묵히 내공을 기르고 있었다.
“술맛만 좋으면 골목이 아무리 길더라도 무섭지 않다.”
알리바바는 창립초기 6개월간 광고를 일절 하지 않았다. 대신 압도적으로 뛰어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B2B플랫폼 구축에 총력을 기울였다. 마윈은 38개 국내외 자본으로부터 투자의향을 거절했다. 잔챙이의 입질은 외면하고 대물만을 낚는 강태공처럼 거물 투자파트너를 기다렸다. 1999년 10월 마침내 찌가 수면 아래로 묵직하게 잠기듯 초대형투자자의 어신이 왔다. 세계적 투자은행 겸 증권회사 골드만삭스가 알리바바에 5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그해 10월 31일, 마윈은 베이징에서 야후 최대의 주주이자 소프트뱅크 총재 손정의(손마사요시 1957~, 2015년 일본최고갑부)와 만났다. 손정의는 할아버지가 경북 대구출신인 재일동포3세로서 맨 밑바닥 사회에서 기어오르며 자신의 꿈을 실현한 전설적 인물이다. 소프트뱅크는 매년 평균 700개 기업중 70개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데 그 중에서 단 1개 기업만 손정의가 직접 나서서 협상을 한다.
마윈이 알리바바 프레젠테이션 예정시간 1시간 중 6분이 경과한 시점이었다. ‘정의’라는 이름대로 마윈의 협객풍모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을까? 그 한국계3세는 갑자기 강단 앞으로 걸어 나왔다. 마윈의 발표를 끊으며 괴상한 영어(마윈의 평가)로 물었다.
손정의 : 잠깐만, 나는 당신의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 필요한 돈은 얼마인가?
마윈: 나는 돈이 필요 없다.
손정의: 돈이 필요 없다면, 무엇 때문에 나를 만나는가?
마윈: 내가 만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나를 보고 당신을 만나 보라고 했기 때문이다.
손정의: (잠시 침묵, 풀죽은 목소리로) 나는 4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싶다.
마윈 : “........”
손정의 : (목소리를 약간 높여) 지금 당장 4000만 달러를 당신에게 투자하겠다.
마윈 : 너무 많다.
손정의 : (당혹스런 음성으로) 그럼, 3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
마윈 : (잠시 침묵, 마른 어조로) 중국에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보겠다.
손정의 : (기죽은 목소리로) 수락을 기다리겠다.
항저우로 돌아간 후 마윈은 손정의에게 편지를 보냈다.
“미안하지만 3000만 달러는 필요 없다. 2000만 달러면 받을 수 있다. 그럴 수 없다면 우리는 이쯤해서 그만두고 다음을 기약하자.”
그해 12월 8일, 베이징에서 마윈과 손정의는 다시 만났다. 쌍방은 변호사 없이 독대하며 계약서에 서명하는데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0년 1월 손정의는 마윈에게 2000만달러를 송금했다.
이상 마윈과 손정의 이야기는 “아무리 허구라도 정도껏 써야지, 이토록 상궤에 어긋나게 쓰면 어떻게 하나” 퇴짜를 놓아도 아무소리 못할 만큼 믿기 힘들다. 차라리 아라비안나이트나 무협소설이 더 실화 같다. 천년 후 인류는 이 국제벤처투자사례를 전설이나 야사쯤으로 여길 공산이 크다. 그 갑을관계가 전도된 ‘을갑관계’의 을측, 마윈은 후일 이렇게 회고했다.
“기업이 돈이 필요 없을 때가 융자받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다. 그때의 융자는 마치 햇빛이 쨍쨍한 날에 지붕을 수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돈이 아쉬울 때 융자를 받는다면 기업은 피동적 위치에 처하게 된다. 당시 알리바바의 전체직원은 6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사실 2000만 달러도 너무 큰 액수였다. 200만 달러면 충분했다.”
“나폴레옹처럼 키가 작지만 나폴레옹보다 위대한 웅지를 품었다.”
2000년 '포브스'가 마윈을 올해의 표지인물로 등장시키자, 마윈은 단숨에 세계적인 기업가로 떠올랐다. 알리바바도 세계최고의 B2B사이트로 급부상했다. 새천년 첫해와 함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은 몰라도 ‘알리바바와 마윈’ 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개시되었다.
3.타우아신(他優我新 남이 뛰어나면 나는 새롭다), 타오바오
2001년 글로벌 인터넷세계는 혹독한 빙하기에 진입했다. 그해 4월 나스닥이 폭락하자 거의 모든 인터넷기업들은 파산하거나 파산일보 직전에 내몰렸다. 아우라가 영원히 감싸고 있을 것 같았던 알리바바도 심각한 위험에 직면했다. 인터넷 빙하기에 아무도 인터넷회사를 믿지 않았다. 더욱이 전자상거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마윈은 칭찬의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감원을 결정하고 전략을 B2B에서 잠시 BtoC (Back to China)로 수정했다.
알리바바는 2001년 목표를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최후의 생존자가 되기 위해서는 새롭고 새롭고 또 새로워야한다. 마윈은 알리바바 기술혁신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매월 1개 이상의 시스템을 새롭게 개발해내었다. 그가 최후까지 의지한 것은 ‘타우아신(남이 뛰어나면 나는 새롭다)’의 각오와 그 실천이었다.
그리하여 마윈은 인터넷 빙하기에 매머드로 죽지 않았고 코끼리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인터넷 강호의 추운 겨울을 이기고 화사한 봄꽃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2003년 새봄과 함께 인터넷 강호에 봄바람이 불었다. 알리바바보다 훨씬 돈 많은 회사들이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기존의 인터넷 회사들 상당수가 주력업종을 게임 업종으로 전환했다. 알리바바의 많은 사원들은 이직했고 실력있는 자는 창업해 나갔다.
그해 4월 어느 날, 마윈은 도쿄의 한 중화요리집에서 손정의를 만났다. 대화 도중 한국인3세 글로벌 큰손은 주위를 둘러보며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 도쿠가와 쇼군, 미야모도 무사시, 청석골 임꺽정을 3분의 1씩 섞은 듯한 어조로 머릿속의 기업경쟁력평가표를 펼쳐보였다.
“eBay와 알리바바의 플랫폼 수준은 비슷하다. eBay는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No!이다. 일본에서 야후는 이미 eBay를 재꼈다. 이제 중국 차례, 당신 마윈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2003년 5월 10일 늦은 오후, 마윈의 집 별실에는 독특한 의식이 거행되고 있다. 별실 한쪽 벽 위에는 ‘알리바바’ 편액이 걸려있다. 제단위에는 보물을 쓸어 담는 왕이라는 뜻의 ‘타오바오왕’ 붉은 세 글자가 새긴 명패가 놓여 있다. 명패 좌우에는 큰 칼과 화살 통, 향로와 촛불 하나, 단 앞에는 향 한 묶음도 갖추어 놓았다. 마윈과 10명의 핵심간부는 차례로 명패 앞에서 세 번 무릎을 꿇고 아홉번 머리를 조아리는 ‘삼궤구고’의 예를 올렸다.(필자 주2) 이 독특한 의식은 중국3대 비밀결사의 하나인 천지회(홍방)의 신비의식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21세기 상림협객 마윈이 신비의식을 끝마친 그날 저녁 8시 정각, 인터넷에 타오바오닷컴( taobao.com)이 정식으로 개설됐다. 타오바오는 중국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이정표적 사건이다. 사람들이 마윈이 B2B영역을 수직으로 드릴링하고 있다고 여겼을 때 실상은 은밀히 C2C영역을 수평으로 터널링하며 나아갔던 것이다. 후일 마윈은 술회했다.
“1995년 내가 중국 최초로 인터넷회사를 차렸을 때 사람들은 나를 사기꾼이라고 했다. 그때는 억울하고 화가 났다. 사기꾼이 아닌 사람보고 사기꾼이라 하니까. 2003년 타오바오를 내놓았을 때 사람들은 나를 미치광이라고 했다. 그때는 오히려 고맙고 기뻤다. 이제야 사람들이 내가 미치광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구나 하고.”
4.타신아기(他新我奇, 남이 새로우면 나는 신기하다), 알리페이
도마뱀의 짧은 다리가 날개돋힌 도마뱀을 태어나게 한다. -최승호, '인식의 힘' 중에서
“①남이 없으면 나는 있고(알리바바) → ②남이 있으면 나는 뛰어나고(중국최고 B2B)→③남이 뛰어나면, 나는 새롭다(타오바오)” 마윈은 이러한 승리의 3단멀리뛰기로 전자상거래업종 중국챔피언이 되었다. 하지만 눈앞의 경쟁상대 eBay는 클래스 자체가 다르다. 3단넓이뛰기 그랜드슬럼을 몇해 연속 휩쓸고 있는 세계챔피언. 타오바오 출범당시 중국의 C2C온라인쇼핑몰 시장에 대한 전망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중국의 C2C시장은 미국처럼 성숙하지 않았다.
타오바오의 등장은 곧 글로벌 C2C강호의 방주 eBay에 내미는 도전장이었다. 당시 eBay의 연간 영업이익은 70억 달러인데 알리바바의 그것은 1억 달러에 불과했다. 행여 알라딘의 마술램프속 거인 ‘지니’라도 나와서 마윈을 도와주면 모를까, 승산이 없어 보였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 도전자 타오바오는 챔피언 eBay에 다채로운 광고전을 펼치며 죽기 살기로 덤벼들었다. 그러자 무서운 범, eBay는 중국 인터넷업계와 연합하여 하룻강아지 타오바오를 봉살(force-out)하는 ‘미중C2C 카르텔’을 체결했다. 미중C2C카르텔 연합군은 타오바오의 모든 온라인 광고루트를 철저히 차단했다. 공중의 그물망, 인터넷에 가하는 공중봉쇄는 치명적이었다. 타오바오의 광고루트는 전통 굴뚝산업의 그것처럼 버스와 에스컬레이터, 지하철 벽이나 운동장 등 지상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eBay측의 패권 독점적 수법은 타오바오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뜨렸다.
파멸 일보직전, 행운의 여신이 손을 내밀었다. 방심한 eBay가 돌연 회원유료화를 실시한 것이다. 마윈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무림고수는 촌음사이에 상대방을 허점을 잡아내어 승패를 결정짓는다. ‘3년간 타오바오 수수료 완전무료’라는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 세계 1위 e-커머스기업 eBay의 바벨탑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마윈의 수수료무료화는 eBay를 공략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인민좌우명’으로 삼은 듯, 현금이외는 삼라만상 우수마발을 의심하는 ‘의심의 끝판왕’ 중국인들을 전자상거래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경영의 성공은 디테일에 있고, 실패는 프레임에 있다. 유료화는 계란을 꺼내기 위해서 닭을 잡는 거나 매 한가지, eBay의 패인은 상대를 경시하고 잘못 된 프레임을 짠 것에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실수로 얻은 승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수수료무료화는 그야말로 자기 몸을 상해가면서 꾸며낸 계책, 고육지책으로서 오래 유지 할 것이 못된다. 여전히 남은 나보다 더 있고 더 뛰어나고 더 새로운데, 어떻게 해야 남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있을까?
그렇다. 넓이뛰기로 안 되면 높이뛰기다. 타신아기(남이 새로우면 나는 신기하다)의 높이뛰기로 지존 eBay의 높은 벽을 뛰어넘는 거다. 그러려면 대다수 중국인 현금교 신도(?)들에게 직접 현금을 주고받지 않는 온라인 거래를 믿게 하는, 견실한 플랫폼을 설치해야만 한다.
마윈은 2003년 10월 타오바오 플랫폼에서 ‘남이 새로우면 나는 신기한’ 높이뛰기를 시전했다. 즉 담보 플랫폼 서비스, 즉 제3자 지불결제 솔류션인 알리페이(Alipay)를 창제했다. 알리페이는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도 안전하게 결제할 수 있게 한 온라인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은행계좌나 신용카드를 알리페이 계정에 등록하여 전자상거래 웹사이트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사용한다. 제3자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는 상품 배송기간동안 구입대금을 가지고 있다가 구입자가 상품수령을 확인한 후에 판매자에게 구입자금을 전해주는 방식이다.
마윈은 알리페이로 온라인구매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타오바오는 중국 전자상거래시장을 소비자들이 믿고 구입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꿨다. 마윈은 알리페이로 eBay의 희미해가는 숨통에 마지막 검을 찔러 넣어버렸다. 중국시장에서 거의 사체화한 eBay는 2006년 미국으로 운구되었다. 즉 eBay는 중국시장에서 철수했다.
현재 타오바오는 중국 C2C시장에서 9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독점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타오바오와 텐마오(2010. 타오바오에서 분리한 B2C전문온라인쇼핑몰)의 2014년말 매출총계는 2조3천억 위안으로 세계 1위 e-커머스기업인 아마존과 eBay의 매출액을 합친 액수보다 큰 세계최대의 온라인 쇼핑몰로 성장하고 있다.
5. 마윈의 힘은 무협에서 나온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 손자
타무아유(有) 타유아우(優) 타우아신(新) 타신아기(奇) 만전만승 - 문협
영원한 블루오션은 없다. 돈벌이가 된다하면 반드시 경쟁자가 나타난다. 시장은 피를 흘리는 경쟁의 레드오션이 되어 유혈이 낭자해진다. 시장경쟁에서 백전백승하려면 남들이 흉내낼 엄두조차 못하는, ‘남은 영원히 없는데 나는 영원히 있다’의 영속적인 타무아유(블루오션)가 있어야 한다.
마윈에게는 그 만의 독특한 그 무엇이 있다. 중국 100대 갑부는 물론 글로벌 슈퍼리치500에도 없는 그 무엇이 있다. 그 무엇은 바로 ‘협객’이다. 협객은 바로 마윈의 영속적인 타무아유이자 영원한 블루오션이다.
그 사람이 읽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의 본질을 자연히 알 수 있다. 마윈의 독서이력은 시간때우기용 잡서로 치부되는 무협지(약간의 SF소설 포함)의 자취가 매우 선명하다. 마윈의 독서목록에는 샤오미의 레이쥔, 바이두의 리엔홍, 텐센트의 마화텅을 비롯한 중국IT기업가들의 필독서인 빌 게이츠, 스티븐 잡스 등 실리콘밸리 영웅관련 서적을 찾기 어렵다.
그의 강연과 인터뷰 녹취록에는 자연과학서적은 물론 인문사회과학의 동서고금의 명저를 인용하는 횟수가 극히 드물다. 반면 무협소설의 인용빈도수는 매우 높다. 그런데도 마윈의 어록은 그야말로 ‘글자마다 비점이요, 구절마다 관주로다’(필자 주3)를 뛰어넘는다. 현실세계에서 만나기 어려운, 가상세계에서나 미래세계에서 차원의 벽을 뚫고 온 것 같은 매우 독특하고 신기한 명언이 많다. 한마디로 무협소설은 마윈의 영원히 마르지 않는 사상의 원천이자 언행의 원류이다.
마윈의 힘은 무협소설에서 나온다. 마윈은 알리바바를 무림으로 상정했다. 마윈의 아호는 풍청양. [소호강호]에서 나오는 화산파 고수이자 푸른 도포를 입은 노대협이다. 풍청양은 제자에게 절세무공인 독고구검을 전수한 후 푸른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마윈의 집무실은 [사조영웅전]의 배경인 도화도, 회의실은 [의천도룡기]에서 명교의 총본산으로 나오는 광명정이다. 알리바바의 주요 사무실의 명칭은 무협지에 나오는 지명과 일치한다. 다만 마윈의 화장실 이름만 무협지에서 찾기 어려운, ‘소리를 듣는 별채라는 우아한 의미의 청우헌으로 불린다. 웬일이지?, 알아보았더니 웬걸, 그마저 그의 영원한 사부이자 맨토, 무협소설계의 지존, 김용의 화장실 이름을 본 딴 것이다.
현 알리바바그룹 CEO 루자오시는 테무진, 경영리스크관리수석이사(CRO) 샤오샤오펑은 거지방의 최고수인 곽정.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우용밍은 '동사서독'의 동사를 비롯, 알리바바의 주요임원목록에는 본명 옆에 무협지의 별호난이 따로 있다. 알리바바의 평사원들은 무협지의 엑스트라로 자주 등장하는 ‘점소이’를 본 따 앞에 자신의 성을 붙여 ‘( )소이’로 불린다.
6. 서호논검과 IT 거지방 대회
김용의 무협소설 '사조영웅전'에는 저명한 ‘화산논검’이 나온다. 전진교 왕중양의 제의로 화산에서 그와 함께 동사 황약사, 서독 구양봉, 부개 홍칠공, 남제 단황야 강호5대문파의 천하오절이 겨뤄 이중 왕중양이 천하제일의 칭호를 얻는다.
2000년 7월 29일, 마윈은 홍콩에서 자신의 영원한 사부이자 우상인 김용을 처음 만났다. 김용은 마윈을 마치 자신의 무협소설 속 주인공의 현신처럼 반겼다. 마윈은 항저우 시후에서 IT 천하제일 고수를 뽑는 인터넷 검술시합 '시후논검' 개최를 제의했다. 이에 김용은 흔쾌히 응했다.
2000년 9월 10일 마윈은 제1회 시후논검을 개최했다. 김용을 심판관 겸 좌장으로, 소후의 장차오양, 왕이의 딩레이, 신랑의 왕즈동, 8848의 왕쥔타오 등 IT4대 천왕을 주빈으로 초빙했다. 50여개 다국적기업의 임원들과 각계 업계의 대표들과 수백명의 기자들이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서호논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IT강호에 존재감이 미미했던 마윈은 서호논검 이후 IT5대장문으로 급상승되었다. 시후논검의 실체는 한마디로 마윈과 알리바바의 선전무대이자 기업설명회(IR)였다. 화산논검의 왕중양처럼 시후논검의 최고 승리자는 마윈이었다.
이후 매년 개최된 서호논검에 초빙된 인사를 보면 중국IT강호의 부침과 글로벌화의 추세를 알 수 있다. 제3회는 오늘날 BAT시대의 양대거두 바이두의 리엔홍과 텐센트의 마화텅이. 제4회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제5회는 야후창업자 제리양이 참석했다. 2005년 제6회 시후논검이 끝났을 무렵, 중동지역의 사업가들조차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대신에 ‘알리바바와 마윈’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다.
중국 무협소설에는 매우 독특한 협객집단이 있는데 개방(이하 ‘거지방’으로 칭함)이 그것이다. 거지 유협들의 집합체인 거지방은 소림사나 무당파보다 활약이 많은 방파이다. 거지방의 세력은 한 나라를 뒤덮을 정도이다. 거지방에 속한 인원수는 평소에는 이백만에 달하지만 황하나 장강이 범람하면 칠백만까지 불어난다. 거지방의 거지유협들은 단결을 잘하고 정의감이 깊이 특징이다.
2006년 9월 9일, 마윈은 항저우에서 제1회 중국 인터넷상공인대회, 일명 ‘IT거지방대회’를 주최했다. 수만명의 전자상거래 소상공인들이 “혁신으로 천하를 제패하라”라는 기치를 치켜들고 항저우 시후 제방으로 몰려들었다. 시후논검이 주로 IT고수들을 위한 논단이었다면 거지방대회는 전자상거래업계의 유협들의 전국총연합대회였다. IT업계의 엑스트라였던 수만명의 소상공인들은 거지방대회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 되었다. 거지방대회에서 마윈은 부모를 모르는 고아에서 중국 낙농업계의 거두로 성장한 멍니우 총재 니우근셩을 비롯 각종업계의 자수성가한 소상공인들을 특별게스트로 초청했다. 거지방대회는 규모로 보나 열기로 보나 중국IT업계뿐만 아니라 중국상경계 전반에 미치는 사회문화적 가치와 역사적 의의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마윈 개인사에서도 IT거지방대회는 1999년 새해 첫날 만리장성에서 맹세한 소상공인의 수호자, ‘상협 마윈’의 꿈이 현재화되는 현장이었다. 즉 꿈과 현실간의 D2R(Dream to Real)플랫폼을 설치하는 광장이었다.
7.마윈의 살을 벗겨보라, 칼대신 인터넷을 든 협객이 나타날 것이다
독고구검은 '소호강호'에 등장하는 검법이다. 마윈의 별호이자 아바타, 풍청양이 독고구검을 화산파 대제자 영호충에게 전수한 장본인이다. 독고구검은 전진하는 초식만 있을 뿐 후퇴의 초식은 없다. 모든 초식이 공격초식만 있을 뿐 수비초식은 없다. 독고구검은 한마디로 ‘공격이 최선의 수비’ 초식이다.
2001년 마윈은 그의 아바타 풍청양의 손에 든 독고구검을 건네받았다. 마윈은 알리바바 기업문화의 통일성과 영속성을 보증하기 위한 9개의 가치관을 독고구검이라는 이름으로 공포했다. 단결, 상호학습, 품격, 간편, 열정, 개방, 혁신, 전념, 봉사와 존중, 독고구검은 알리바바의 전체 임직원이 제련하고 단련해야할 정신의 철검이자 실천의 철칙이다.
육맥신검은 무협소설 '천룡팔부'에서 나오는 비전무공이다. 육맥신검은 실체 검을 잡고 휘두르는 검범이 아니다. (마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경력을 뿜어내어 마치 검처럼 휘두르는, 독고구검보다 한 수 위인 무림최강의 신공이다.
2004년 7월 마윈은 덩밍캉을 알리바바 부총재로 발탁하고 그에게 독고구검보다 더 강력한 신공을 개발하는 임무를 맡겼다. eBay를 물리치고 글로벌 전자상거래업계의 새 방주로 등극한 알리바바에게 독고구검은 걸맞지 않은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2004년 9월 덩밍캉은 300인 전문회의를 개최하고 그룹고위층의 반복적인 토론을 거쳐 독고구검을 6개항목으로 새롭게 담금질한 육맥신검을 마윈에게 바쳤다.
같은 해 10월, 마윈은 육맥신검(1.고객제일, 2.단결협력, 3.변화와 포용, 4. 신의성실, 5. 열정, 6.전심전력)을 알리바바의 최고근본규범인 헌장 및 사훈으로 공포했다. 육맥신검은 다시 각 1맥마다 5계 행동강령으로 구성되어 총 30개항의 계율로 되어, 이른바 ‘알리바바 6맥30계’로 불린다. 이 육맥신검, 알리바바 6맥30계는 인사고과평정표인 동시에 신입 및 경력사원 입사시험(필기 및 면접)에 항상 나오는 기출문제이다.
이처럼 마윈은 감히 ‘협’으로서 자신의 기업문화를 무장시켰다. ‘협’은 마윈의 삶을 통째로 꿰고 있는 모노레일이다. 마윈의 살을 벗겨보라, 칼 대신 인터넷을 든 협객이 나타날 것이다.
8.재신 관우을 대체한 상공인의 수호신, 상협 마윈
역사는 사실로 존재했던 소설이며, 소설은 존재할 수 있었던 역사다. -E.L.A 콩쿠루-
중국은 무엇으로 사는가. 다시 말해 중국을 움직여 온 힘은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인가. 그것은 유교의 힘, 유교를 추앙했던 문사들에 의해 지탱되고 이끌려 온 것인가.
한마디로 ‘아니다’. 중국이란 건물에서 공자는 지붕에서 꿈꾸고 협객은 집에서 산다. 중국 문화의 지붕은 유교사상이고 그 지붕 아래의 집은 의협전통이다. 멀리는 중국 선사시대부터 가까이는 중국 혁명까지 중국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민간사회문화를 지배한 의협전통을 바르게 평가할 때만이 가능하다. 한 제국을 형성한 유방 집단이나, 거지와 탁발승을 거치고 백련교의 비밀 결사에 가입하여 결국 명나라를 창건한 주원장, 가깝게는 정강산과 대장정의 마오쩌둥과 덩샤오핑까지, 그 자체가 임협으로 결합하여 천하를 얻고 새 국가를 건설한 협객들이다.(필자 주4) 여기서 말하는 협객은 무협소설이나 무협영화에 등장하는 좁은 의미의 무사가 아니다. 협객은 선사시대 영웅호걸들의 상무 전통을, 문사는 하․은․주 3대의 예악 문화 전통을 계승했다, 서로 다른 이 두 문화 조류의 조수간만 차이가 전체 중국 역사와 운명을 빚어내고 그 방향을 결정지었다.
중국 땅에는 왕릉보다 높은 무덤인 황릉이 245개가 있다. 황릉보다 높은 지고지상의 무덤, 림(林)이 2개 있다. 관우의 수급이 묻혀 있는 관림과, 산둥성 취푸에 있는 공자의 무덤, 공림이 그것이다. 중국 천하를 이끄는 두 수레바퀴는 관우의 신(神)과 공자의 도(道)이다. 관우신앙은 범위로 보나 열성으로 보나 공자숭배를 훨씬 초과한지 오래다.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중국에서 관우신앙은 공자숭배를 압도하여 왔다.
관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과 의를 중시했다. 관우는 충성과 신의의 상징이어어서 성실과 신의를 생명으로 받드는 중국상인들의 정신적 지주이다. 중국인들이 관우를 살아서는 신의를 지킨 협객으로, 죽어서는 신의를 지키는 상인들을 수호하는 재신으로 떠받들어왔다. 중국식 복식부기를 발명했다고 전해지는 관우의 청룡언월도의 칼날은 예리하다. 한자 ‘리(利)’는 이익과 함께 칼날의 날카로움을 뜻한다.
▲ 출처: 강효백, '협객의 칼끝에 천하가 춤춘다' 한길사, 1995. 284-289면, “29.공자는 지붕에서 꿈꾸고 협객은 집에서 산다.” 를 참조하여 새롭게 재작성. |
중국의 시공에서 공자가 문사의 대표라면 관우는 민간무사집단, 즉 협객을 대표한다. 문사와 관료들은 공자를 스승으로 삼고 협객과 상인들은 관우를 신으로 받든다. 전자는 공자의 신용을, 후자는 관우의 신의를 최고덕목으로 삼았다. 신용과 신의는 얼핏 같은 말 같지만 준별된다. 약속에 정직함이 신용이고 의리에 정직함이 신의다. 신용이 문사의 붓과 말(言)이라면, 신의는 협객의 칼과 행동이다. 문사가 논어 등 사서삼경을 읊조릴 때 상인은 청룡언월도에 묻은 피를 핥듯 장사를 해왔다. 예리한 칼끝에 목숨을 건 신의가, 뭉툭한 붓털에서 나오는 신용보다 훨씬 준열하다. 그래서 협객과 상인은 관우 앞에서 한 몸이 된다.
중국인의 최다 신앙의 대상은 석가모니나 예수도, 공자나 옥황상제도 아니다. 관우다. 일반 상점이나 가정집에서도, 집안의 가장 신성한 곳에 관우상과 그의 신당을 차려놓고 조석으로 그에 대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차이나타운을 가더라도 반드시 관우 사당이 있다. 특히 ‘돈은 신(神)이고 신은 곧 돈’ 이 본령인 중국상인들의 관우신앙은 각별하다. 거의 모든 중국상인들은 관우 재신상을 모셔놓고 아침 저녁으로 제사지내고 있다.(필자 주5)
그런데 2010년경부터 중국상인들 사이에는 광군제(솔로데이, 매년 11월 11일)나 노동절, 국경절 등 특별세일 일시에 저승의 재신 관우 대신에 이승의 협기 충만한 마윈 등을 재신으로 모셔놓고 대박을 비는 풍조가 번지고 있다. 이 글 전편의 삽입사진2, 광둥상인들이 마윈과 류창둥(중국갑부서열 제9위, 별명; 야만인, 늑대, 야누스)을 위한 제단을 차려놓고 대박을 기원하고 있는 장면이 좋은 거증자료의 하나다.
지금 중국에서는 소상공인의 수호협객, 마윈이 재신관우의 현신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중국 도처에서 관우상 대신에 마윈상을 모셔놓고 아침저녁으로 참배 드리는 중국인들의 풍경이 예사인 날이 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겠다.
알리바바(B2B) 〈 타오바오(C2C) 〈 텐마오(B2C) 〈 꿈 to 현실(D2R)
마윈의 상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상상력은 정신의 자유이며 실재의 자유이다. 상상력은 매우 현실적인 능력으로서 실재의 전부를 파악한다. 또한 상상력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만나는 어디서나 작동된다. 무협지나 인터넷 모두 이러한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가상사회이다. 마윈은 인터넷기업을 가상기업으로 부른다. 가상기업인 인터넷기업은 상상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
마윈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굴착한 자기만의 가상세계의 동굴에 웅크리고 있지 않았다. 자신과 무협지의 주인공과의 동일시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마윈의 위대성은 무협소설에서 도출해낸 의협정신과 아이디어를 무궁무진한 상상력으로 제련하고 숙성시켜 그것들을 기업경영 속에 응용하고 실천하는데 있다. 즉 이공계에서 실험실의 기초과학이론으로 기술 산업화를 추구하듯 마윈은 무협지속 가상세계의 가능한 모형들을 형상화하는 힘, 즉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여 글로벌 전자상거래시장의 신기원을 열어 나갔다.
▲ 출처: 필자 문협이 각종 온오프라인 자료를 참조하여 직접 작성. |
또한 마윈은 중국문화의 지하수맥인 협객의 기질과 정신을 자신의 가치체계로 내면화했다. 그는 다시 내면화된 협객의 가치체계를 알리바바그룹의 기업가치관으로 승화시키고 전자상거래 인터넷시스템의 피드백을 통해 현재화했다. 마윈은 타무아유, 타유아우, 타우아신, 타신아기‘ 라는 집념불패의 16자비결을 시전하면서 B2B 알리바바(1999~), C2C 타오바오(2003~), B2C 텐마오 플랫폼(2010~)의 새 지평을 열어나갔다.(그림 참조).
마윈은 한걸음 한걸음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자체에 무한한 즐거움을 느꼈다. ‘자고 일어나니 온 천지가 은세계더라‘ 어느새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도 몰랐다. 마윈은 어느새 ‘세계소상공인의 수호자, 마윈의 꿈과 세계최대의 전자상거래그룹 알리바바의 현실간의 플랫폼, D2R(Dreams to Real)이 만들어지는 줄도 몰랐다.
2013년 시진핑 시대와 함께 ‘중국몽(차이니즈드림)’의 구호가 등장한 직후부터 마윈의 꿈은 ‘중국의 세계화’를 넘어 ‘세계의 중국화’를 이루는 차원으로 대규모 버전업되었다.
글로벌 최대전자상거래기업은 알리바바의 종착지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다. 2015년 현재 알리바바그룹은 유통업과 금융, 게임, 클라우드컴퓨팅, 문화·컨텐츠, 헬스케어, 스포츠 산업, 미디어 등 업종 불문하고 전방위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마윈은 지금 알리바바의 가치와 이념이 전 세계에 확산되는 비즈니스생태계를 꿈꾸고 있다. 이 원고를 마무리하는 12월 12일, 알리바바 그룹은 홍콩의 유력일간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를 인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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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B2C는 (BUSINESS to BUSINESS), 기업과 기업 사이에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를 일컫는다. 참고로 C2C는 (Customer to Customer)소비자 대 소비자간의 인터넷 비즈니스를, B2C는 (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 간에 이루어지는 전자 상거래로서 온라인 쇼핑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2)강효백, 「협객의 칼끝에 천하가 춤춘다」,한길사,1995.278-279면.
3)옛날 시험관이 과거답안지에 잘된 글이나 시문에 찍는 표기, 「춘향전」의 이몽룡의 과거답안을 칭찬할 때 등장하는 문구,
4)진시황이 통일한 진, 진승이 깨뜨리고 /유방이 세운 한은 황건적에 무너지고/ 관우가 문을 연 중세, 황소에게 문닫겼네. /주원장이 불 밝힌 명, 이자성이 꺼버리고/ 손문의 중화민국, 모택동이 홍칠 했네./ 누군가, 인민공화국, 그다음의 협객은./ -협객의 중국사- 문협, 졸시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좋게 말하면 영웅호걸이요, 나쁘게 말하면 도적떼의 두목이요, 좋지도 나쁘지도 않게, 즉 가치중립적으로 말하면 그들이 바로 협객이다. 강효백, 「협객의 칼끌에 천하가 춤춘다」, 한길사, 1995, 226면 참조.
5)강효백, 「협객의 나라 중국」, 한길사, 2002, 207면.
글/강효백 경희대 중국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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