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묵상 -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

주님의 착한 종 2015. 12. 14. 09:37


 




2015-12-14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
독서:민수 24,2-7.15-17
복음: 마태 21,23-27

23 예수님께서 성전에 가서 가르치고 계실 때,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말하였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소?”

24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너희에게 한 가지 묻겠다. 너희가 나에게 대답하면,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해 주겠다. 25 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온 것이냐? 하늘에서냐, 아니면 사람에게서냐?”

그들은 저희끼리 의논하였다. “‘하늘에서 왔다.’ 하면, ‘어찌하여 그를 믿지 않았느냐?’ 하고 우리에게 말할 것이오. 26 그렇다고 ‘사람에게서 왔다.’ 하자니 군중이 두렵소. 그들이 모두 요한을 예언자로 여기니 말이오.” 27 그래서 그들이 예수님께 “모르겠소.”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


시작기도
성령님, 제 마음속 두려움을 몰아내시고 그 자리에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불어넣으소서.

말씀 들여다보기
안전한 생존에 대한 욕구가 위협받는다고 느낄수록 사람들은 지금 있는 것을 지키고 싶어 한다. 뭔가 잘 되지 않을 때는 더 좋고 대단한 걸 이루려 하기보다는 최악을 피하는 게 나아 보이기 때문이다. 자격이나 권한이 중요시되는 것도 이런 때다. 확실한 게 없어 모든 게 불안할 때 그런 것들이 자기를 보호해 주리라 믿는 것이다.

예수님에게 ‘권한’ 문제를 들고 나온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도 비슷한 욕구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전성기인 다윗과 솔로몬 시대와 달리, 예수님 시대의 이스라엘은 생존이 불확실했다. 지도자들은 하느님께서 이미 정해두신 것들을 철저히 지켜야 하느님께 버림받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백성을 그런 길로 이끌 수 있는 이들은 합당한 권한을 지닌 자신들이고, 정해진 위계와 엄격한 질서만이 이스라엘의 생존을 보장한다고 확신했다. 그러니 갈릴래아에서 온 이름 없는 라삐의 탈권위주의적이고 개방적인 가르침은 자기 기득권만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안위를 위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수님은 불안하고 살벌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길은 지금 있는 것을 지키는 게 아니라, 지금의 잘못을 반성하고 더 나은 걸 위해 꿈을 꾸는 것이라고 믿으셨다. 자기 것을 지키는 게 최선으로 여겨지면,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이들은 훨씬 더 잘 지킬 것이고 힘 없는 자들은 그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간은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존재, 하느님의 모상대로 빚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말씀 따라 걷기
*점점 퍽퍽해지는 이 세상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가?
*예수님의 꿈, 그리고 나의 꿈은 무엇인가, 그 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마침기도
단순히 살아남는 게 아니라 꿈을 꾸고 당신을 닮으라고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 제가 세상 두려움 때문에 저를 향한 당신의 뜻을 저버리지 않게 하소서. 아멘.

- 윤성희(구약성서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