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3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선교의 수호자) 대축일
독서:신명 10,8-9 독서2:1코린 9,16-19.22-23 복음: 마르 16,15-20
그때에 예수님께서 열한 제자에게 나타나시어 15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16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 17 믿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표징들이 따를 것이다. 곧 내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언어들을 말하며, 18 손으로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으며, 또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다.”
19 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다음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 20 제자들은 떠나가서 곳곳에 복음을 선포하였다. 주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일하시면서 표징들이 뒤따르게 하시어, 그들이 전하는 말씀을 확증해 주셨다.
시작기도
성령님, 어떤 혼란과 어려움에도 제 마음이 오롯이 예수님을 향하게 하소서.
말씀 들여다보기
예수님을 믿는 이는 ‘손으로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를 입지 않는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한편으로 부족한 신앙을 탓하고, 다른 한편으로 누군가가 그런 일을 하면 무조건 존경하고 따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초자연적 현상을 바탕으로 신앙을 가늠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예수님은 공생활 내내 손으로 뱀을 집어 드신 적도 없고 독을 마신 적도 없다. 예수님도 하시지 않은 일을 하면서 그것을 신앙의 증거로 삼는다는 건 매우 교만한 짓이다. 더군다나 공생활을 시작하실 때 예수님을 유혹한 악마가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보라며 비슷한 술책을 썼던 걸 생각하면, 기적이나 표징을 신앙의 척도로 삼는 건 악한 영의 꾐에 넘어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오늘 말씀은 상징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물리적인 해를 입지 않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굳은 신앙이 우리 마음을 보호해 주는 건 분명하다. 어디를 가나 뱀처럼 우리를 유혹하고 공격하는 사람이 있고, 맹독을 담은 말로 우리를 조금씩 죽이려는 사람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을 굳게 믿는다면 그런 공격과 독이 아무런 해를 입히지 못한다. 위대한 선교사들이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던 것도 그들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예수님을 향한 사랑 때문이다.
말씀 따라 걷기
*지금 나를 아프게 하는 ‘독’은 무엇인가?
*신음하는 나에게 예수님은 뭐라고 말씀하시나?
마침기도
당신 제자들을 보호하시어 그들이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할 수 있게 하신 예수님, 저에게 당신을 향한 흔들리지 않는 신앙을 주시어 어떤 어려움도 꿋꿋이 이겨내게 하소서. 아멘.
- 윤성희(구약성서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