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을 준비하며/중국무역·사업 경험기

1800억원 도박 벌인 동밍주 살기(殺氣)에 주눅든 '샤오미'

주님의 착한 종 2015. 11. 13. 12:01

 

마윈 "동밍주는 참다운 기업가, 샤오밍은 글쎄..."

법학박사 시진핑의 꿈은 법조인이었을까?

필자가 우리나라 대학생을 비롯한 일반인들에게 ‘법’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는 뭔가?

하고 물으면 십중팔구 “재판, 판검사, 변호사, 법원, 사법(司法)”등이 떠오른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런데 필자가 중국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제도, 법제건설, 규칙, 관리감독, 입법(立法)

등이 먼저 떠오른다고 한다.

한마디로 한국에서의 법의 주류는 ‘재판’이고, 중국에서의 법은 ‘제도’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과 중국의 차이이다. 한·중 양국의 종합국력의 차이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리웬차오 부주석, 리우엔둥 부총리(여) 등 중국의 최고수뇌부가

법학도 출신이거나 법학박사라 해서 그들의 원래 꿈이 판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또는 법학자였을까?

혹시 그들도 학창시절, 우리나라처럼 법조문과 판례와 학설을 암기하고 해석하는데 몰두했을까?

천부당만부당한 말씀!, 중국의 법학은 제도창조학, 국가사회 시스템디자인학, 국가경영제도학, 즉 입법학이 주류이다.

오랜 세월 역사와 문화를 공유해 온 한국과 중국 두 나라를 비교하여 한마디로 말하자면

대동소이(大同小異 크게는 같고, 작게는 다르다)‘이다.

그러나 30년에 이르는 실제 중국체험과 16권의 중국정치경제 사회문화역사 법률관련 책을 펴낸

중국학도의 한 사람으로서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절실하게 깨닫는 사실은

한·중 양국은 서로 대동소이가 아니라 소동대이(小同大異 작게는 같고, 크게는 다르다)라는 것이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법률분야이다.

우리나라에서 법은 어떤 문제 상황에 직접 개입하여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토를 달고, 해석하고 재판하는 법해석에만 치중하여 왔다.

법의 제정과 개정에 대한 문제는 입법론에 맡긴다. 라는 표현으로 방치하고 외면해 왔다.

이미 있는 법을 해석, 적용, 집행하는 사법과 행정의 지평에만 웅크리고 앉아서

법의 사회통제와 분쟁처리기능에만 치중하고 사회발전 기능은 경시해 왔다.

그 결과, 우리사회는 낡은 법제를 고수하기 위한 반대논리에는 강하나

새로운 시대에 맞는 입법(시스템, 룰과 텍스트 등 모두 포함한 광의의 개념)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일 수 밖에 없게 되었고 법의 제, 개정이 제1의 존재 이유인 국회의원마저도

‘입법의 염불’보다는 ‘이권의 잿밥’에만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올바른 법의 기능과 과제는 미래에 대한 인식을 과거에 대한 인식만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창조하는 것이어야 한다.

미래 지향적인 국가사회의 시스템 설계는 시스템창조, 법률창조, 즉 입법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하버드와 예일 로스쿨 등 미국의 로스쿨을 비롯한 EU, 중국 등 선진국과 강대국의 법학연구와 교육은

입법학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초일류 강대국, 미국의 헌법 제1조는 우리나라처럼 ‘미합중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는 식이 아니라, 

“이 헌법에 의하여 부여되는 모든 입법권(은 연방 의회에 속하며, 연방 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한다”(주1)다.

한글로 번역해서 그렇지, 원문으로 보면 ‘입법권(All legislative powers)’이 미국헌법,

그것도 헌법 제1조에 제일 먼저 나오는 단어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G2의 한 축, 중국 법학의 주요 관심도 개혁개방과 부국강병을 위한 ‘좋은 법 만들기’,

즉 입법론에 관한 학설대립이 대부분이다.

중국의 법학은 미래의 비전과 플랜을 법제화하는 제도창조, 즉 입법학에 치중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서의 주연급인 ‘판례’와 ‘해석’은 중국의 법서에는 엑스트라 취급당하며 ‘입법’의 독무대이다.

참고로 중국헌법 제15조도 “국가는 경제 입법을 강화하여 거시조절을 완비한다”(주2)라고 규정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창조법제’로 이루어진다

중국 질주의 원동력은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도화하여 강력하게 실천한 데 있다.

중국은 대외무역법, 외국인투자법, 회사법, 지식재산권법, 소득세법 등 광범한 분야에서

활발히 법제개혁을 이루어 냈다.

즉 개혁개방과 부국강병의 도구로써 법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제도화는 정부의 제도화 뿐 아니라 기업내부의 관리나 운영 방식도 포함한다.

국가적인 차원의 거시적 제도화나 기업적인 차원의 미시적 제도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국 질주의 근원이다. 중국은 좋은 법 만들기를 제정하기 위해 중국의 모든 최고 엘리트들의 인력이 투입된다.

오늘날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숭앙받는 이유 중의 가장 중요한 부문은

그의 ‘신의 한 수’, ‘먼저 부자가 되어라’의 선부론(先負論), ’가난한 사회주의는 사회주의가 아니다‘라면서

노대국의 방향을 ’우향우‘로 확 돌린 개혁개방정책노선 등이

그저 슬로건이나 구호로만 그치지 않았다는데 있다.

덩샤오핑 자신의 개혁개방 이론과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게끔 하는

획기적인 제도적 장치를 창조하여, 강력히 집행하는데 있다.

사회주의 붉은 바다에 자본주의 푸른 섬을 건설한 경제특구제도를 비롯하여 사유재산보호와 외자기업의

보호와 장려를 헌법조문으로 명문화하고 사유재산의 축적이 가능하게 한 상속법 등을 제정하였다.

덩샤오핑 개혁 개방 노선의 아이들,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으로 이어지는

역대 중국최고지도층 모두 개혁개방과 부국강병의 도구로서의 좋은 법제 만들기에 매진하여 왔다.

지금 여기에 이야기하고 있는 중국대표 여성기업가, 동밍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곳에 등장할 2015년 중국 제1부호 왕젠린, 알리바바의 마윈, 샤오미의 레이쥔 등을 비롯한

세계슈퍼리치 TOP 100의 중국인 슈퍼리치 15명(별첨 표와 그림 참조)들의 공

통적인 특기와 취미는 글로벌 기업경영에 적합한 시스템과 룰을 디자인 하는 것이다.(주3)

즉 현대 중국정치지도자들 ‘국가사회시스템 디자이너’들이고

중국의 대표적 기업가들은 ‘기업경영 시스템 디자이너’ 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의 정계나 재계의 지도자들은 법제를

이공계의 발명품이나 예술계의 창작품처럼 창조해내길 즐겨했다.

이를테면 서양보다 1200년이나 앞선 공무원공개경쟁시험제도인 과거제나

서양보다 400~500년 앞선 지폐와 수표 어음 제도를 발명해내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경제특구제도를 만들어내었다.

어디 중국대륙뿐이랴, 하나만 예를 더 들겠다.

대만의 중국인들도 1988년 세금영수증과 복권을 통합한 영수증복권제를 만들어내어

탈세와 누세를 최소화하고, 투명한 거래와 건전한 소비를 진작시키고,

지하경제의 양성화에 기여하는 ‘보이지 않는 약손’(주4)을 만들어냈다.

이런 게 바로 창조경제의 예증 아니겠는가? 

필자는 창조경제는 미래지향적이되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법제의 창조,

즉 ‘창조경제’는 ‘창조법제’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뭐 ,창조법제? 그 고리타분한 중국인이 과학기술제품 발명하듯 예술품 창조하듯 법제를 창조한다고?”

이 대목에서 ‘법제도입’ 이라는 19세기적 낡은 용어(주5)에 눈에 익고 귀에 익은

우리나라 독자 분 중에 상당수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을 넘어, 

‘참, 어이없다’며 불쾌한 느낌조차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혹자는 필자가 중국 사대주의나 중국 신비주의에 빠져서 그런다고 걱정하겠지만,

그게 아니올시다. 맨눈으로도 너무 잘 보이는 중국을 왜 우리는 붉은 색안경을 쓰고 보려 하는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 중국과 중국인을 바르게 이해할 줄 아는 천부적 심안을 가진 사람은

가장 가까운 이웃에서 오랜 세월 동안 역사와 문화를 공유해 온 한국과 한국인이다.

약간의 관심과 애정만 기울인다면 한국의 평범한 중국학 아마추어가

번번이 에러를 남발해온 제3국의 중국전문가보다 훨씬 더 중국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납득이 잘 가지 않는 분들을 위해 필자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사상가, 폴 발레리(1871~1945)가

그의 저서 '미술논집'에서 한, 단도같이 날카로운 갈파를 덧붙이며,

중국대표 여성기업가 동밍주 이야기로 되돌아가려 한다.

“중국의 지배자들은 왕권을 상징하는 왕관보다는 붓을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며,

천재 예술가의 직관을 가졌다.

그들은 사랑도 법제도 잘게 손질해 표현했으며

마치 서양인들이 자연과학의 법칙을 다룰 때와 똑같이 대담하고 호기심이 많은 태도로서

사회과학의 법제를 재료삼아 새로운 시스템과 룰을 창조해내길 즐겨했다.”

 

 

매니지먼트 시스템 디자이너, 동밍주의 3대 발명품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그러면 먼저 제도를 바꿔라, 제도를 개혁하면 의식도 개혁된다.”

동밍주 역시 막연하고 추상적인 ‘정신 혁명’ 이나 ‘의식 개혁’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는 먼저 의식개혁이 된, 즉 깨어난 소수의 엘리트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제도개혁‘ 을 하면 자연히 군중들의 의식도 개혁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동밍주는 1996년 마케팅담당 부사장, 1998년 사장, 2002년 사장겸 겸 부회장, 2007년 총재, 2

012년 Gree그룹 회장 겸 총재로 승승장구하면서 절묘한 제도를 많이 창안, 시행했다.

지면관계상 그녀가 창조한 제도 중 세 가지만 골라 간략히 소개했다.

동밍주의 3대 발명품 : 비수기판매 인센티브제, 고압선 인사관리제, 회전목마형 순환감독제

첫째, 비수기 판매에 인센티브를 주는 ‘담계반리((淡季反利)시스템’이다.

에어컨 시장의 매출액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보통 가전제품 제조업체들은 에어컨 시장이 본격적인 겨울철 비수기로 진입하면

가격인하를 통해 재고 소진 및 판매 촉진을 도모하는 조치를 취하는 게 상례이다.

그러나 동밍주는 중국 전통 상전(商戰)의 전술핵무기라고 불리는 ‘박리다매’를 기피하여 왔다.

그녀가 Gree를 장악한 이후 수요가 줄어드는 시기, 즉 비수기에

판매촉진을 위한 가격인하 조치를 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녀는 가격인하를 죽기보다 싫어한다.

그녀는 비수기 매출금에 대한 영업사원에 마진율을 높여 지급하고

유통회사가 비수기에 투자한 금액에 비례하여 상응한 이익금을 반환해주는 ‘담계반리 시스템’을 제정했다.

‘담계반리’ 시스템이 작동된 후 Gree는 비수기에도 매일 10만대 이하로 팔린 적이 없었다.

10만 대 미만이었다면 물량이 달린 경우였다.

동밍주는 박리다매 대신 고가의 유명브랜드전략. 즉 명품전략을 구사하길 좋아한다.

사실 21세기 중국시장은 박리다매전략보다 유명 브랜드 전략이 잘 먹혀 들어가는 시장이다.

둘째, ‘높은 보수, 엄한 처벌’의 ‘고압선 상벌제’ 이다. 

전력회사는 전력을 고압송전선로를 통하여 고압으로 송전을 한다.

전압이 높은데 따른 위험성이나 전자파에 각종 영향 등등 많은 문제점이 있는데 불구하고

고압으로 송전하는 까닭은 전압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전력손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동밍주가 회사 수뇌부에 진입한 이후 가장 역점을 들여온 분야는 직원들의 처우 향상이다.

현재 Gree의 보수와 후생복지 수준은 중국 동종업계중의 최고 수준이다.

Gree는 모든 직원들에게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독신자에게는 1인 1실, 8평의 원룸을, 기혼자에게는 18평의 아파트를 마련해주고 있다.

20년 이상 근속한 Gree직원은 퇴직하더라도 아파트를 영원히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

즉 개인소유로 명의를 변경해준다.

Gree도 전력회사가 전력손실을 줄이기 위하여 고압으로 송전하는 것처럼,

제품의 경쟁력 손실을 줄이기 위하여 고임금과 높은 수준의 후생복지를 공급한다.

그러나 부당한 커미션 또는 리베이트, 뇌물을 단 1전이라도 주고 받을 경우에는

고압선을 건들인 것과 같은 참혹한 후과를 각오해야 한다.

즉각 해고는 기본이고 오랜 철창생활을 달게 받으며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패가망신할때까지 토해내야 한다.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인가? 

동밍주는 답한다.
첫째, 적극 납세,

둘째, 사원의 행복을 위한 기업, 

셋째, 주주의 이익을 위한 기업

끝으로 부서간 업무통합기능을 극대화한 ‘회전목마형 순환관리제’이다.

경영부장 시절, 동밍주는 Gree조직의 아킬레스건은

경영파트와 재무파트를 연결하는 관절부문이라고 파악했다.

재무부서와 경영부서의 업무가 서로 분절되어 전체통합기능을 저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당시 주장홍(朱江洪)총재 겸 회장 등 회사수뇌부에게 대외재무 분야를

경영부서의 통제하에 두는 등 대대적인 회사 체제 개혁안을 제출했다.

1998년 1월 회사 수뇌부는 동밍주를 사장(總經理)겸 부회장(副董事長)으로 승진 발령시키고

그녀에게 회사구조개혁의 전권을 맡겼다. 

동밍주의 개혁은 리모델링 수준을 넘은 제2의 창업이었다.

8명의 부사장직을 2명으로 대폭 감원하고,

춘추시대 제후처럼 할거하던 20여개의 부서를 8개로 통폐합했다.

제1부사장이 기획부, 재무부, 회계부,경영(총무 인사)부를 맡고,

제2부사장은 영업부, 생산부, 홍보부, 연구개발부를 책임지게 했다.

동밍주는 이때 참으로 대담하고 독창적인 시스템을 디자인해 내었다.

이름하여 ‘회전목마형 관리 시스템’,

그것은 제1부시장의 총괄하에 기획부는 재무부의 감독을, 재무부는 회계부의 감독을,

회계부는 경영부의 감독을, 경영부는 기획부의 감독을 받는 식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회전목마처럼 돌아가며 작동되는 부서간 순환감독관리시스템이다.

동밍주가 Gree의 사장겸 부회장으로 취임한 1998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

Gree에는 단1전의 제때 회수하지 못한 미수금도, 단 1푼의 해소하지 못한 악성매출채권도 발생한 적이 없다.

현재 Gree는 에어컨(空操)글로벌 넘버원 업체이다.

세계 에어컨 생산량의 40%를 생산하고 있다.

에어컨의 한자 이름 공조(空操)그대로 유엔 회원국 193개국과 타이완의 공기(空)를 Gree가

조절(操)하고 있다. 브라질, 파키스탄, 베트남 등 6개 국가에는 현지공장을 설치하고 있다.

을의 반란

2004년 중국 최대 가전제품 유통업체 궈메이(國美)(주6)는 대폭적인 가격인하조치를 단행하여

시장에서의 Gree의 우월적 지위를 흔들어 놓았다.

궈메이의 일방적이며 획일적인 가격인하조치는 일류 브랜드 Gree의 이미지를 손상했다.

궈메이와의 협상이 이렇다 할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당시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로서

베이징의 전인대에 참석하고 있던 동밍주는 궈메이의 매장에서

Gree의 주력 브랜드를 철수 시킬 것을 선포했다.

그러자 궈메이는 전국의 모든 매장에서 Gree의 모든 제품을 철수시킬 수 있다고 위협했다.

동밍주는 반걸음의 양보도 한마디의 타협도 거부했다.

궈메이와 완전한 결별을 선포하고 홀로 만들고 홀로 파는 길을 택했다.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제조업체의 제품을 여러 채널로 뿌려줄 유통업체가 갑이다.

중국의 대형유통업체는 제조업체(특히 중소기업)의 제품을 먼저 받고

다 팔릴 때까지 결제를 안해주다가 다음 주문할 때 결재를 해주는 것이 예사이다.

결제를 빌미로 물건을 또 받기 위해 금액의 10~30%를 남기고 결제해주기도 한다.

중국 재계의 전문가 대다수는 Gree가 전중국을 총망라한 궈메이의 판매망으로부터 이탈한다는 것은

Gree 명줄을 스스로 끊는 자폭행위나 다름없다며 끌끌 혀를 찼다.

한 유명 마케팅 전문가는 한 술 더 떴다.

제조업체의 명맥이 유통업체의 판매망에 의존하여만 이어갈 수 있는 판국을 망각하고

궈메이와 결별한 Gree는 곧 파산의 운명에 처할 것이 틀림없으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독선적 편집광적인 행태로 협상결렬을 주도한 동밍주가 져야 할 것이라며

막말에 가까운 저주와 비난을 퍼부어대었다.

그러나 그 후 전개된 실제 양상은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전혀 반대로 흘러갔다.

궈메이와의 결렬을 계기로, Gree는 전국 방방곡곡에 수천 개의 직판장을 가설, 자체의 유통망을 완비했다.

거기에다가 Gree 브랜드 경쟁력 향상에 주력하면서 Gree를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계기가 되었다.

궈메이와의 결렬한 이듬해 2005년, Gree 에어컨은 연간 판매량 1200만대를 돌파하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Gree는 중국 챔피언을 넘어 당시 글로벌 세계 1위 LG를 제치고 세계 에어컨 제조업계의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2015년 현재 Gree는 중국 내수시장의 45%, 전 세계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에어컨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다고 보아도 무방한 수준이다).

동밍주는 세계챔피언벨트로 Gree의 파산을 단언하고 자신을 저주하였던 전문가의 뺨을 거세게 후려갈겼던 셈이다.

2008년 벽두, 앞서 밀려온 거센 파도의 포말이 가시지 않은 Gree에 또 한 차례의 거센 파도가

뿔로 받으려 덤벼드는 황소처럼 미친 듯 몰려들었다.

광저우시 정부가 발주한 공개경쟁입찰에서 경쟁업체 메이디(美的 Midea)(주7)가 Gree보다 400만위안이나

높은 가격을 제시하였는데도 낙찰되었다.

불의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는 동밍주는 경쟁업체를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광저우시 인민법원에 고발했다.

양 기업간의 소송전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동밍주는 감히 광저우시 시재정국을 피고로 법정에 세웠다.

2010년 광둥성 인민대표대회에서 집착의 끝판 여왕 동밍주는 당시 광둥성 당서기이자 떠오르는 신성,

왕양(汪洋)(주8)의 면전에다 대고 그 사건과 행정소송의 지지부진을 질타했다.

결국, 예상 밖으로 그 사건은 시정부가 화해를 제안하는 식으로 종결되었다. 

막강 ‘중국공산당 정부’ 대 ‘민초 동밍주’의 싸움에서 후자가 판정승을 거두었다.

100년 전 쯤, 루쉰(魯迅)은 “우리 중국인은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이 관청에 끌려가 얻어맞고서도

머리를 땅에 붙이고 ‘나으리 감사합니다!’라고만 한다.” 라며 자기민족의 굴종성을 질타하였는데,

루쉰이 다시 살아나 이 행정소송의 결말을 보았다면 어떠했을까? 아마 다시 고쳐 써야 할 것 같다.  

 

▲ 샤오밍 레이쥔 대표와 gree 동밍주 대표. 사진 출처 sina.com.cn

 

10억 위안의 도박판, 중국중앙TV 현장중계방송

2013년 12월 12일 중국중앙TV는 ‘제14회 올해의 중국경제인물 시상식’ 실황을 중계 방송했다. 

수상자는 Gree 회장 겸 총재 동밍주와 샤오미 회장 겸 CEO 레이쥔(1969~)(주9)이었다.

갑자기 시청자들은 일제히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벌려진 입을 방치한 채 애꿎은 눈과 귀만 의심했다.

중국의 대표 TV채널에서 판돈 10억 위안(약 1800억원)이 걸린 세기의 도박판이 전개되고 있었다.

동밍주와 레이쥔은 판돈 10억 위안의 내기를 했다. 

5년 내에 샤오미가 Gree의 판매액을 추월할 경우에는 동밍주가 레에쥔에 10억 위안을 주기로, 

추월하지 못할 경우에는 레이쥔이 동밍주에게 10억 위안을 주기로 하는 내기를 걸었다.

시상식에 특별게스트로 초빙된 전년도 수상자인 마윈(1964~(주10))과 왕지엔린(1954~)(주11)도

각각 동밍주와 레이쥔에게 1억 위안을 배팅했다.

연이어 펼쳐진 현대중국의 거상 4인방의 치열하고 흥미진진한 설전으로 시청자들은

완전히 몰입되어 넋을 반쯤 잃었었다. 

필자는 지면관계상 그 ‘세기의 도박 실황중계방송’ 녹취록 중 극히 일부만 발췌하고자 한다.

사회자: 마윈, 그대가 동밍주에 베팅한 이유는?

마윈 : 나는 전통 제조업이 없다면 전통기업도 비전통기업도 없으며

        전통적 사상만이 남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동 총재가 Gree에 바친 23년 세월에서 참다운 기업가의 정신과 삶을 배웠다.

        반면 레이쥔의 샤오미는 2~3년간 빛나고 있는데 이게 ‘자발스런 빛’인지 ‘진득한 빛’인지,

        아직 알 수 없다. 우리의 신경제기업은 빠른 성장속도도 필요하지만 오래 살아남는 게 가장 어렵다.

        그래서 3세, 13세의 샤오미는 의미 없다.

        23세, 33세의 성숙한 샤오미를 바란다.

        얼마나 오래 건강하게 살아남는가가 중요하다. 

        알리바바나 샤오미는 가상경제에 해당한다.

        가상경제는 Gree같은 실체경제의 지지가 없으면 존립할 수 없다.

        가상은 실체가 있기 때문에 있다. 실체기업이 성장하여만 인터넷기업의 미래도 있다.

사회자: 뤠이쥔과 동밍주 각각 3초 동안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라, 레이쥔, 너는 동 총재의 눈에 무엇을 보았나?

레이쥔: 살기, 동 총재의 살기는 너무 무섭다.

동밍주: 잔뜩 겁을 먹은 눈빛만 보인다. 레이는 이 도박에 벌벌 떨고 있다. 그래서 내가 살기등등하다고 한다.

사회자: 상대방의 단점을 1분 내에 정확, 솔직, 거칠게 말해 달라.

레이쥔: 전통 브랜드 기업은 첫째 각종 판매루트, 전문매장 모두 고객과 너무 멀리 떨어져있다.

          그녀는 1년에 몇 명의 고객을 대면할 수 있는가.

          둘째, 길고 긴 판매루트를 거치면서 재고는 전부 길 위에 쌓여간다.

          이는 매우 위험한 문제이다

          셋째, 그녀가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다.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집중하여야 한다.

동밍주: 레이쥔의 자신만만. 자신감은 그의 위기이다.

          그의 가장 큰 단점은 윈윈 정신이 없으며 모든 리스크는 남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잘 팔리면 내 덕이고 안 팔리면 남 탓, 그의 진정한 위기는 이런데 있다고 생각한다.

동밍주, “레이쥔은 사기꾼”

2014년 중국기업총수 송년포럼이었다.

 

예정된 시간이 5분 지났는데도 주빈은 나타나지 않았다.

컨서트 홀 청중석을 꽉 채우고 있던 청중들 일부가 웅성거렸다.

초조해진 사회자는 시계와 입구 쪽을 번갈아 보았다.

잠시 후 동밍주가 빠른 걸음으로 단상에 나타났다.

사회자로부터 마이크를 건네받고 박수소리가 그치자마자 그녀는 질문 하나를 던졌다. .

“지금 샤오미 핸드폰을 휴대하고 계신 분은 손을 들어보세요?”

‘말(言)의 폭탄’을 맞은 청중들은 “와!” 짧은 탄성과 함께 뭔가를 의식한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았다.

겨우 두 사람이 손을 들었다.

동밍주의 얼굴에 웃음기를 머금고 말 폭탄을 연방으로 투하하기 시작했다.

“왜 샤오미 핸드폰을 사용해요? 애플이나 화웨이는 비싸고 샤오미가 싸기 때문이지요,

나는 싼 것을 사고 고급 브랜드를 사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요? 개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어요.”

폭소가 터졌다. 뜨거운 박수소리와 함께, 그런데 아무도 동밍주의 이어지는 말을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레이쥔의 샤오미가 해외로 진출하길 희망해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지 공항과 세관에서 입국이 거부당하고 반입이 금지당할 거요.

레이쥔은 다른 사람의 특허를 훔쳤어요.

도둑질한 기업을 위대한 기업이라 부를 수 있어요? 

나 같으면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것 같은데.”

“어제 나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았어요.

샤오미와 메이디와의 합작에 동밍주가 급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던데,

내가 급하긴 뭐가 급해요?

법원은 메이디가 Gree의 특허를 훔친 죄를 인정, 내개 200만위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어요,

샤오미와 메이디, 두 사기꾼이 손을 잡은 ‘좀도둑그룹’이라고 할까?“

이건 그냥 말의 재래식 폭탄이 아니라 ‘말의 대량살상무기, 핵폭탄’이었다.

그 다음날, 중국의 거의 모든 언론매체는 “동밍주, ‘샤오미는 사기꾼이라고 공개비판” 해드라인으로,

대서특필로, 중국천하를 도배하다시피했다.

그런데 이런 막무가내 독선 독종 독신 3독녀, 동밍주를 경탄하고 숭앙하는 사람들의 수가

비난하는 사람들의 수를 압도하고 있다.

21세기 중국인 상당수는 이러한 동밍주의 슈퍼 아방가르드, 솔까말 언사에 미치도록 열광하고 있다.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를 진리에 근접한 어록으로 받들며 암송하는 열광의 추종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동밍주가 출현하는 곳은 열광의 도가니. 그녀를 인기 아이돌처럼 떠받드는 팬덤들로 넘쳐나고 있다.

세계 에어컨1위 기업Gree의 매출액도 공활한 가을하늘 높이 계속 비상하고 있다.

보충참고: 동밍주의 사생활 1

어느 날 인터뷰 말미에 여기자가 물었다.

“조심스러운 질문하나 해도 될까요?”

“좋아요.”

“재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아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 아니요.”

“외람된 질문이지만, 홀로 되신 후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난 적이 있어요?"

“있어요, 그러나 너무 멀리 있어요.”

“너무 멀리? 혹시 이역만리 해외에 계세요?”

“멀다는 의미는 공간적 지리적 의미가 아니에요, 

마음에 동하는 사람은 너무 멀리 있고, 가까운 사람은 마음에 멀리 있어요.”

“당신을 사랑한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요?”

“없어요, 나를 사랑한다는 남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남자들이 혹시 열등감이나 자기비하의식 때문에 어렵게 생각해서 그러는가요?”

“그건 잘 모르지만, 사랑과 사업은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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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국헌법 제1조 1. All legislative powers herein granted shall be vested in a Congress of the United States which shall consist of a Senate and House of Representatives.

2)중국헌법 제15조 :

3)이를테면 지금 세상을 깜짝깜짝 놀래게 하고 있는 샤오미의 돌풍의 비밀을 푸는데 사람들의 시선은 주로 제품 품질에 비해 가격이 훨씬 싼, ‘가성비’와 실용성에 쏠려있다. 물론 그런 부분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샤오미 돌풍 제1 비결은 샤오미의 총수 레이쥔의 그 상상을 초월하는 혁신적 마케팅 시스템의 창조와 그 실천에 있다고 판단된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레이쥔(雷軍)’ 편에서 상술하자 한다.

4)강효백, '창제(創製)-법률과 창조의 결혼', 한국학술정보(주), 2010, pp.33~37. ‘영수증과 복권을 통합하자’ 참조.

5)‘도입’이라는 용어는 본래 일본이 19세기 후반 메이지 유신이후, ‘찰아입구(脫亞入口)’, 즉 아시아로부터 탈출, 서구의 모든 과학기술과 자금, 물자, 제도를 도입하려 하였을 당시에 쓰던 용어이다. 법제는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제정’, 또는 ‘시행’, ‘실시’하는 것이다.

6)2004년 당시 중국 가전제품 양판점 2위 업체, 당시 가전제품 유통업체 1위 업체였지만 Gree와의 분규와 궈머이 총재의 비리 사건이후 부진 지속하고 있음.

7)2014년 말 현재 중국 에어컨 판매업체 2위, 중국 에어컨 시장 점유율 21.3%,

8)현재, 정치국원, 차세대 최고지도자의 물망에 오르고 있음.

9)샤오미 총재, 2015년 중국부자 제6위, 세계부자 제87위, 개인 자산 132억 달러 http://www.forbes.com/forbes/welcome/

10)알리바바 총재, 2015년 중국부자 제2위, 세계부자 제33위, 개인 자산 약 227억 달러 http://www.forbes.com/forbes/welcome/

11)완다(万達)그룹 총재, 2015년 중국부자 제1위, 세계부자 제29위, 개인 자산 약 242억 달러 http://www.forbes.com/forbes/welcome/


글/강효백 경희대 중국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