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중국과 친해지기

1.5㎞ 茶거리에 상점 3000개…`인생역전` 보따리 상인 수두룩

주님의 착한 종 2011. 9. 19. 13:14

 

▲ 마롄다오 차성 안의 한 차 매장에서 손님이 차를 고르고 있다. /김태완 특파원

'京城茶葉第一家(베이징 최고의 차(茶) 명소)'라 불리는 베이징 마롄다오(馬蓮道). 베이징의 중심인 톈안먼에서 남서쪽으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도시의 차밭'이라 불릴 만하다. 16일 찾은 마롄다오는 명차(名茶),차성(茶城) 등의 간판을 내건 3000여개 상점이 1.5㎞ 안팎의 거리 양편을 꽉 메우고 있었다.

도매로 물건을 떼가는 사람들이 큰 자루에 담긴 차를 트럭에 옮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보이차 두세 편이 담긴 듯한 봉지를 들고 가는 사람들과 신기한 듯 차 상점을 기웃거리는 금발머리 관광객들로 거리는 붐비고 있었다.

◆베이징 '도심 속의 차밭'

마롄다오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상가건물인 마롄다오 차성(茶城).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곳저곳에서 "용정차 싸게 팔아요" "보이차 마셔 보고 가세요" 등의 소리가 들렸다. 가게 문 앞에서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점원들의 목소리였다. 한 상점 안으로 들어가자 '차예사(茶藝師)' 이름표를 붙인 종업원이 능숙한 솜씨로 차를 타줬다.

차예사는 차를 끓이는 것뿐 아니라 차와 관련된 예법에 관한 전문가로 국가공인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받은 사람이다. 이곳에선 어느 가게에서나 차예사들이 직접 차를 타서 맛을 음미할 수 있도록 하는 품차(品茶)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이차는 품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개 오래 묵을수록 가격이 비싸다. 이 가게에 전시된 20년 됐다는 보이차 가격은 2300위안(39만원).값을 깎아달라고 하자 주인은 처음에는 "부장지아(不講價 · 가격흥정은 안 된다)"라며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곧 10%까지 깎아주겠다고 했다.

마롄다오에서는 차뿐만 아니라 찻잔이나 주전자 등 공예품 형태의 다양한 차구(茶具)도 살 수 있다. 황실의 차구를 복원했거나 유명한 작가의 작품은 한국 돈으로 1000만원을 넘는 것도 수두룩하다. 상하이 인근 이싱(宜興)에서 만들어진 쯔사후(紫砂壺)나 도자기로 유명한 징더취안(景德銓)에서 만든 찻잔 세트가 인기 품목이다.

◆보따리 상인이 거부로 변신

마롄다오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차시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사람들이 차를 많이 마시지만 원래 차 문화는 남방에서 발달했다.

차 나무는 윈난성 푸젠성 등 남쪽에서 주로 재배된다. 남부지역에서 수확한 찻잎은 철도로 베이징에 도착한 뒤 화북지역으로 퍼져나갔다. 베이징서역과 불과 2㎞ 떨어져 있는 마롄다오가 차 유통 중심지로 부상한 것은 이런 점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990년대 초부터 남방 차 상인들이 이곳에서 거적을 깔고 차를 팔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가 주도하되 민간이 투자하고 상인들이 입주하는 전형적인 개발 방식으로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됐다. 연간 1000만위안 이상 매출을 올리는 거상(巨商)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이곳 차 상점의 한 종업원은 귀띔했다.

마롄다오 규모도 급속히 커졌다. 베이징 시청취(西城區)에 따르면 2007년 1300개 정도였던 차 매장이 지난해 말 3000개로 늘었다. 연간 거래되는 금액도 15억위안에서 30억위안으로 두 배 정도 불어났다. 차구 등을 포함한 다양한 차 산업과 문화의 중심지가 됐다.

최근 베이징시는 올해부터 시작된 12차5개년 계획기간에 마롄다오 인근을 '차 특색거리'로 추가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지역에는 현대식 차시장 건물은 물론 주전자와 찻잔등 차구 박물관,영화관, 쇼핑센터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명차 · 명품 브랜드 선호 뚜렷

마롄다오에서 보이명차소매센터를 운영하는 후즈젠(虎志堅) 사장은 "올해는 차를 구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상기후로 보이차 농사가 흉작이어서 품질이 떨어진 반면 가격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마롄다오에서 장사를 하는 대부분의 찻집은 후 사장처럼 푸젠성 윈난성 등 남쪽에 위치한 차 농장에서 직거래로 차를 사들인다. 일부 대형업체들은 재배 가공 운송 판매 등 모든 유통과정을 직접 관장하면서 차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마롄다오에서도 소위 '짝퉁'이나 질이 떨어지는 것을 좋은 것처럼 눈속임해 파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중국의 차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브랜드 선호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왕퉁 국제 차박람회조직위원장은 "중국에는 수많은 명차가 있지만 가내수공업 형태의 영세한 곳에서 생산하는 제품도 많아 품질을 보장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며 "제품의 질을 균등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중국 차산업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 :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