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한국사회] 착한 식사 / 김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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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08 1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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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선 밥상에 오른 고깃국을 볼 때마다
그렁그렁한 소의 눈망울이 어른거렸다
나는 가급적 육식을 피한다.
무슨 거창한 이념을 좇아서가 아니다. 언제부턴가 고기의 물컹한 식감이 입에 맞지 않았거니와, 철들어 ‘육식의 정치경제’에 조금이나마 눈을 뜨게 되면서 완전히 굳어졌다.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육식을 피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회식 장소는 으레 삼겹살집이거나 횟집이고, 인근 식당의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에도 고기가 빠지질 않는다.심지어 하루 세끼 고기를 거르지 않는 날도 있다. 게다가 ‘유별난 식습관’ 때문에 빚어지는 일행들과의 묘한 부조화는 피차에게 불편함까지 덤으로 안겨준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지 않도록(소수자가 다수자를 배려한다!) 가끔 고기를 먹는 내가 이리 불편한데 하물며 온전한 채식 주의자들은 일상이 얼마나 고달플까.
어려서는 밥상에 오른 고깃국을 마주할 때마다 그렁그렁한 소의 눈망울이 눈앞에 어른거렸고, 통닭 앞에서는 노란 병아리가 밟혔다.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아버지는 “인간질 못할 놈, 절간이나 들어가라”고 호통을 쳤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아버지의 불호령이 ‘편식’보다는, 더 깊숙이 있을지도 모를 아이의 유약함을 향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허파, 간, 혀, 사슴피 등속을 가리지 않고 먹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종종 사내다움의 하나로 여겨지지 않는가. 그나마 집에서는 요리조리 피할 핑계라도 있었다. 그러나 군대생활은 나의 이러한 식습관을 일거에 진압했다. 입맛이고 비위고 나발이고 없었다. 푸른 도장자국이 선명한 비계에, 그것도 털이 숭숭 박힌 돼지고기를 넣고 끓인 국을 눈 딱 감고 들이마시는 것은 일도 아니었고 심지어 뱀·도롱뇽 알까지 먹었다.
요행히 탄약고 천장에서 나온 생쥐 새끼를 날로 먹는 것만은 면했다. 밤눈이 밝아져 야간사격에 효험이 있다고 했던가. 오도독오도독 씹으며 선임이 뱉던 말은 지금도 생생하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남자는 군대가 만들어 준다고. 안타깝게도 나는 여태 사내다움은 커녕, 대한민국의 진정한 남자로도 거듭나질 못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농가당 한우 사육 마릿수는 1990년 평균 2.62마리에서 2010년 16.86마리로 6배, 돼지는 34.05마리에서 1237.63마리로 36배, 닭은 462.5마리에서 4만1051.88마리로 무려 89배나 증가했다.
어마어마한 폭으로 육류 소비량이 늘고 있는 셈이다. 가파른 육류 소비량 증가는 곧바로 ‘공장식 가축사육’ 등 사육환경의 황폐화를 부른다. 열악한 사육환경을 가리고 더 많은 생산을 위해 다반사로 항생제와 성장촉진제가 남용된다. 심지어 동종포식의 동물사료까지 투입된다. 이렇게 키운 축산물이 온전할 리 없다.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 광우병이 나타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근래 암 발병률이 급증하고 우리나라 아동 넷 중 한 명꼴로 아토피에 시달리고 있는 까닭도 따지고 보면 이와 무관치 않다.
더구나 잘 알려진 대로 소나 양 같은 반추동물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배출한다. 거친 비교이긴 하지만, 한 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만 햄버거 섭취를 줄이면, 자가용으로 512㎞를 달렸을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만큼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4인 가족 기준으로,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와 치즈를 먹지 않으면 5주 동안 자가용을 타지 않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만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지 않는다면 거의 3개월 동안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낸다고 한다. 생명을 상품으로 다루고 그저 개발이익에 탐닉하는 우리에게 자연은 이미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나를 구하고 지구를 구하는 ‘착한 식사’, 우선 지나친 육식부터 줄이는 데서 시작하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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