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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총리' 원자바오, 사고현장 방문…기자회견서 진땀빼

주님의 착한 종 2011. 7. 29. 10:21

▲ 원자바오 국무총리가 28일 고속철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원자바오 국무총리가 28일 고속철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원자바오(温家宝) 국무총리가 고속철 사고현장을 방문하고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고속철 관련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송곳같은 질문에 쩔쩔매야 했다.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망(中国新闻网)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원자바오 국무총리는 이날 고속철 사고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는 원저우(温州)제2인민병원과 사고현장을 찾아 사망자를 애도하고 헌화하는 시간을 가진 후, 내외신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는 외신 기자들도 아닌 중국 국내 기자들의 난처한 질문이 쏟아졌다. 첫 질문자로 나선 관영 신화(新华)통신 기자는 "사고발생 후 국민들이 고속철 기술의 안정성, 철도 관리, 현장구조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사고원인 규명을 요구하고 있는데 진전이 있느냐"고 물었다.

원 총리는 이에 "국민이 이번 사고에 대해 많은 의문을 품고 있음을 알고 있으며,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이미 특별조사팀을 꾸려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중국중앙방송(CCTV) 기자는 "현재 기자회견이 열리는 장소가 사고현장인데 불과 며칠만에 사고 흔적을 깨끗이 치워버렸다. 원 총리는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식의 사고처리라면 조사 결과의 투명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고 지적해 원 총리를 쩔쩔 매게 했다.

원 총리는 "사고 발생 보고를 듣고는 철도부 책임자에게 '인명 구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시했으며, 이는 관련 부처를 통해 확인해봐도 된다"며 "현재 특별조사팀이 관련 사실을 조사하고 있는만큼 사고 처리 과정에서 미비점이 없었는지를 확인하겠다"고 설명했다.

총리는 또한 "이번 사고를 통해 고속철의 안전성과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것을 안다"며 "사실에 입각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시민들이 만족할만한 답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기자들이 "평소 사고 발생시 누구보다 사고현장을 먼저 찾았던 원 총리가 이번에는 사고 발생 닷새만에 현장을 방문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묻자 원 총리는 "자신이 지병으로 인해 11일간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으며, 오늘에서야 의사의 허락을 받고 퇴원해 곧바로 사고 현장을 찾았다"고 해명했다.

이외에도 외신 기자들은 "이번 사고가 천재라고 생각하냐? 아니면 인재라고 생각하냐?", "열차사고로 실추된 신뢰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중국 고속철이 정말 선진적이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느냐?" 등 질문을 던졌으며, 원 총리는 "천재인지 인재인지는 지켜봐야 안다", "신뢰도 회복을 위해 모든 조치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등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원 총리는 기자회견에 앞서 원저우제2인민병원을 찾아 사망자 유가족들과 부상자들을 찾아 위로의 시간을 가졌다.

한편 28일 오전 열린 국무원 사고조사팀 전체회의 보고에 따르면 고속철 추돌 원인이 신호 설비와 관제 시스템 결함에 있는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이 났으며, 사고 구간을 관리하던 당직자도 이에 따른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

상히이철도국 안루성(安路生) 국장은 "이번 사고는 기계적 문제와 인력 문제가 복합돼 발생한 것으로 중국 철도의 안전 관리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국무원 사고조사팀 측은 "모든 자료와 상황을 고려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며, 조사 결과는 오는 9월 중순쯤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