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박근혜 시대’를 바라보는 두려움 (펌글)

주님의 착한 종 2011. 5. 18. 12:06

기자가 집요하게 물었다.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박근혜 전 대표가 대답했다.

“없겠습니다.”

폭소가 터졌다.

“웃자고 한 얘기니 너무 무안해하지 마세요.”

 

이달 초 이명박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한 박근혜 전 대표의 그리스 아테네 기자간담회 장면이다.

현장에 있던 기자는 질문을 받아넘기는 그의 재치가 돋보였다고 전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매력적인 정치인이다.

유럽 순방에서 그가 선보인 의상들은 패션쇼 출품작을 방불케 했다.

이미지 정치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그저 그런 검은 양복에 넥타이 하나로 겨우 멋을 내는

기존 정치인들보다 훨씬 낫다.

게다가 ‘신뢰’ ‘원칙’ ‘애국심’이라는 세 개의 기 둥이 그를 받치고 있다.

 

그의 지지율이 30%대,

1위에서 무너지지 않는 것은 이런 매력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의 매력과 실력은 별개 일 수 있다.

14일 경북 구미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본부가 주최한 궐기대회가 열렸다.

이런 펼침막이 내걸렸다.

‘이명박에게 또 속았다! 박근혜로 당장 바꾸자!’

 

요즘 한나라당 골수 지지자들은 잘못된 것은 다 ‘이명박 탓’이라고 한다.

그리고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다 잘될 것”이라고 한다.

박근혜 만능론이다.

2007년 이명박 구세주론과 꽤나 닮았다.

 

5·16 50주년을 맞아 보수 언론에서 부르고 있는 ‘5·16 찬양가’도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유리한 정치 환경일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고 좀 무섭다.

‘박정희의 딸’ 얘기는 그만하기로 하자.

 

뭐가 문제일까?

첫째, 정책이 안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는 2007년 경선 때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줄푸세’+‘747’(7% 성장, 4만달러 소득, 7대 경제강국)은 한나라당 대선 대표공약이 됐다.

그리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다.

‘줄푸세 747’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2009년 5월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설에서 그는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disciplined capitalism)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정부의 역할을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될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공동체에서 소외된 경제적 약자를 확실히 보듬 어야 한다”고도 했다.

 

2009년 10월에는 “아버지의 꿈은 최종적으로 복지국가였다”고 했다.

올 2월엔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공허하다.

 ‘어떻게’가 없기 때문이다.

연설문과 법안을 아무리 뜯어봐도 그냥 ‘자~알’하면 된다는 것으로 읽힌다.

줄푸세와 ‘한국형 복지’는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복지예산은 어떻게 마련해 어디에 투입하겠다는 것일까?

내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닐까?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나라가 발칵 뒤집혀도 그는 별말이 없다.

불안하다.

 

둘째,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박정희 정권에서 일했던 나이 많은 관료 출신들, 공천헌금을 받고 감옥살이를 한 정치인들이

박근혜를 팔고 다닌다.

함량 미달의 일부 친박 의원들도 그의 치맛자락을 단단히 붙들고 있다.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를 연상케 하는 사람들 도 있다.

이들이 차기 정권의 실세가 된다면? 악몽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분야별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발탁하겠다”고 말한 일이 있다.

그건 인재를 폭넓게 쓰겠다는 당위론이다.

이명박 대통령 곁엔 그래도 합리적 보수주의자, 중도실용주의자들이 있다.

‘박근혜 정권’을 이끌어 갈 정치인, 정책 전문가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모르겠다.

대통령이 되면 터무니없는 사람을 기용할지도 모른다.

무섭다.

이명박 정권보다 더 나쁜 정권이 들어선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젠 뭔가 대답을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3년을 훌쩍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