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맛집" 은 다 조작이다
요즘 간간히 눈에 띄는 음식점 간판에
"KBS•MBC•SBS 맛자랑에 나오지 않은 집" 이라는 간판을 단 집이 있다.
식당들이 너도나도 방송에 나왔다고 자랑하며
손님을 끌려는 마당이어서
이 희한한 역발상의 간판에 눈이 한 번 더 갈 수 밖에 없다.
지상파 TV에 넘쳐나는 맛집 프로그램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과 야유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가 된다.
시식회를 열고 품평을 받았다고 한다.
일본 TV에서 한때 채널마다 '오이시(맛있네)' 를 외치는
프로그램이 넘쳐나더니 요즘 우리 TV가
그걸 한창 흉내 내고있다. (비록 이 프로만은 아니지만)
손님들이 음식을 입이 찢어지도록 쳐 넣고 주걱거리며
엄지손가락을 세우고서는,
"정말 끝내줘요" "정력에도 좋대요" "담백해요" 라며
맛집을 치켜세우는 프로그램이 10개가 넘는다.
1년이면 줄잡아 수천개 맛집이 탄생하는 꼴이다.
방송대로라면 우리는 행복하게도
주절댔던가.
그것도 방송 카메라 앞에서ㅡ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아현동에서 친구와 자취를 했었다.
그 집은 한옥이었는데 안채는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전용 하숙이었고,
문간에 달아 낸 슬레이트 지붕의 조그만 방이 우리들의
자취방이었다.
나중에 나는 수험공부 때문에 안채 하숙으로 옮겼는데
공교롭게도 그 작은 방에
의암 손병희 선생의 셋째 따님이자 소파 방정환 선생의
미망인인 손 할머니가 가재도구도 없이
홀아비로 보이는 늙은 아들과 이사를 왔다.
언듯 봐도 빈한한 생활이었다.
손 할머니는 항상 깨끗한 한복에 머리를 정갈하게 빗은
학같이 고운 모습이었고 잔잔하게 웃을 때도
항상 손으로 입을 가리고 '호호호' 하고 웃었다.
그 얘기는 여기서는 그쯤 해두고,
다큐멘터리 '트루맛쇼' 가 지상파 TV의 맛집 프로그램에 얽힌 비리를 폭로했다.
한 프로그램에서 "먹다 죽을 만큼 예술이에요" 를
외쳤던 사람은 동원된 가짜 손님으로 밝혀졌다.
식당 100여곳으로부터 돈을 받고 방송에 연결시켜 준
브로커도 있었다.
김 감독 자신이 분식집을 열어,
두 방송사에 1000만원, 900만원씩 내고 전파를 탄 과정도 그대로 소개됐다.
안 그래도 하루하루가 팍팍한데
먹는 즐거움마저 우롱한
이 못된 방송사들을 어떻게 혼내줘야 좋을런지.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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