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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 털렸다" 수십억원 어치 유물 도난당해 中 발칵

주님의 착한 종 2011. 5. 12. 09:36

 

▲ [자료사진] 중국 언론에서 발표한 사건 발생 지점과 도난 물품들
▲ [자료사진] 중국 언론에서 발표한 사건 발생 지점과 도난 물품들
  
베이징 최고의 관광명소인 구궁(故宫, 자금성)에 전시된 고가의 유물이 도난당해 중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인민일보 인터넷판 런민왕(人民网)을 비롯한 1백여개 주요 언론매체는 11일 구궁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7점의 유물이 도난당한 사실을 집중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중국 주요 포탈사이트 게시판과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상에 "9일 새벽 구궁 경비원들이 박물관 근처에서 붉은 옷을 걸친 수상한 남성을 발견해 붙잡으려 했지만 놓쳤으며, 이날 오전 박물관을 개방하자 내부에 전시돼 있던 10억위안(1천656억원) 어치의 유물 7점이 사라졌다"는 게시글이 떠돌기 시작했다.

사실의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자 구궁박물관측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사실을 대부분 시인했다. 구궁 펑나이(冯乃) 대변인은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내용 중 도난당한 유물의 전시품들의 가치 총액이 수천만위안(1위안=170원) 정도라는 점만 제외하고는 사실이다"고 밝혔다.

펑나이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구궁박물관에는 지난 4월 28일부터 홍콩 량이창(两依藏)박물관에서 건너온 130점의 유물이 전시되고 있었으며, 전시품들은 서양식 화장함, 가방, 가구 등 현대 작품들이 주를 이룬 가운데 금은과 각종 보석으로 장식된 화장함 7점이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량이창박물관 왕샤훙(王夏虹) 관장은 "구궁에서 설마 전시품이 도난당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치 못해 보험액도 고작 31만위안(5천121만원)의 보험을 들어놨다"며 "소중한 국가 유물을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인을 잡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 사건 발생 이후 공안국측에서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사건 발생 이후 공안국측에서는 관광객들의 사건 지역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현재 베이징공안국측은 사건 현장 주위를 봉쇄한 채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으며, 자이궁(斋宫)•옌시궁(延禧宫)•징런궁(景仁宫)•청간궁(承乾宫) 등 구궁 동쪽 지역의 출입도 통제하고 있다. 또한 CCTV 화면 등의 단서를 바탕으로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생김새를 추정해 추적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용의자는 관람 시간에 구궁에 들어와 숨어있다가 밤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며, 당시 구궁박물관 뒤편에는 사람이 들어갈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 언론은 구궁측의 안전관리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징바오(新京报)는 "구궁박물관 지하문물창고에는 60만점이 넘는 진귀한 문물이 보관돼 있는데 이런 식의 경비태세로는 재차 도난사건이 발생할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구궁박물관 안전통제부 정신먀오(郑欣淼) 부장은 "지난해 10월부터 구궁박물관 내부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확장•개선 작업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용의자가 CCTV와 경보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었다"며 "올해 10월에 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인 가운데 차후 이런 일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구궁박물관에서 발생한 도난사건은 1959년, 1962년, 1980년(2건), 1987년 등 모두 5건이다. 또한 구궁박물관 내 경비요원은 240명에 달하며, 도난경보기 1천6백여대, 화재경보장치 3천7백여대, 무인카메라 4백대가 가동돼 중국 내에서 철통 보안경비로 이름 높았다. [온바오 박장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