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왕빠단(王八蛋)은 심한 욕입니다.
왕빠는 거북이고 단은 알이니 왕빠단은 거북이 알입니다.
알이라면 뱀 알도 있고 다른 알도 있을 터인데
하필 거북이 알이 욕이 되었을까?
이는 중국인들이 동물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漢나라의 학자 허신(許愼)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거북을 이르기를
'겉은 뼈로 이루어져 있고 머리는 뱀을 닮았다.
암컷이 뱀과 교합한다.'라고 적었답니다.
거북의 외관으로 보아 거북끼리의 교합은 상상할 수 없고
머리가 뱀과 비슷한 데 착안하여 암컷 거북과 수컷 뱀이 교합하여
거북 알을 낳는다고 보았고
이후 이러한 이론이 민간에 퍼져 부인이 외간남자와 사통하여 낳은 자식을
가리켜 왕빠단이라 하게 된 것입니다.
이 욕은 상대방을 욕할 뿐 아니라 그 부모까지 욕하는 이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 효용성이 높겠죠? ㅎㅎ.
우리나라에도 호로자식(胡虜子息)이란 욕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오랑캐 포로의 자식인 것인데.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끌려간 십 수만 명의 조선 포로들은
중국 각지로 노예로 팔려가기도 하고
일부는 돈을 지불하고 되 사오기도 했습니다.
돌아온 포로 중 여자들은 환냥녀(還鄕女)라 불리면서 손가락질 받았고
혹 임신한 부녀의 자식은 호로자식이라 하여 천대를 받았습니다.
이게 여자들의 잘못인가요?
지배층이 정치를 그르쳐 무고한 양민이 중국 땅에서 온갖 고생을 하다
돌아왔는데 이들에게 죄스러운 감정을 갖기는 커녕
환향년, 호로 자식이라 욕하다니 뻔뻔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일본에는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욕이 별로 습니없다.
우리가 영화에서 보던 '빠가야로'와 칙쇼가 전부이지요.
칙쇼는 문자 그대로 (畜生) 동물이고
빠가(馬鹿)야로는 말과 사슴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란 뜻이랍니다.
한마디로 짐승 같은 놈과 바보 같은 놈이란 뜻이지요.
빠가야로는 우리가 잘 아는 중국 고사 지록위마(指鹿爲馬)에서 나온 것이라는데
진시황의 환관 조고(趙高)가 진시황이 지방 순행 중 죽자
유언을 위조해 첫아들 부소를 죽이고 멍청한 둘째 아들 호해를 왕으로 세우고
권력을 독점하게 됩니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 왕이 될 생각을 굳힌 조고는
반대파를 색출하기 위해 궁정에 사슴 한 마리를 가져와 명마라고 하면서
호해에게 바쳤습니다.
호해가 말이라고 하자 조고는 대신들에게 물었습니다.
이게 말이냐 사슴이냐?
사슴이라고 한 소수는 다음날 바로 주살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빠가야로란 욕은 죽음의 위협 앞에서 바른 말을 하지 못하는
보통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은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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