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을 준비하며/중국무역·사업 경험기

中 진출 한국기업, 금호타이어 반면교사로 삼아야

주님의 착한 종 2011. 3. 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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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CCTV 경제채널 프로그램 '소비주장'에 출연한 금호타이어 중국 본사 이한섭 총재가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더 적극적인 대책 세우시길

금호타이어 생산 과정의 문제가 지난 3월 15일 중국 중앙방송 CCTV의 방송파를 통해서 전해진 후, 금호타이어 이한섭 중국법인장(부사장)이 21일 저녁 CCTV의 '소비주장'에 직접 출연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사과했다. 또한 톈진공장의 생산과정 문제를 인정하고 해당 타이어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중국 자동차 타이어시장 점유율 1위인 금호타이어의 품질 문제가 지적됐기 때문에 그만큼 파장은 컸던 것 같다. 특히, 타이어는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품질의 문제로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품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전해진 이상, 타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금호타이어는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불안한 제품으로 부각된 셈이다. 금호타이어 중국 최고 책임자가 텔레비전 방송에서 머리를 숙이고 사과를 할만큼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오늘 베이징의 도로를 차를 타고 달리며 중국 운전자, 승객을 보면서 금호타이어가 닥친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책임자가 방송에서 사과를 하고 리콜을 한다고 해서 고객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CCTV를 통해서 공식 사과를 했지만 인터넷의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기업의 최고 책임자가 공영방송에서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머리 숙여 사과한 것은 중국 역사상 처음일 것 같다. 금호타이어 생산 과정의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잘못을 인정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훌륭한 일이다. 중국 현지 외국계 기업이기 때문에, 한국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한섭 중국법인장의 사과를 시작으로 금호타이어 전 직원이 금호타이어 유니폼을 입고 도로로 나가서 도로의 운전사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 것을 약속하는 것은 어떨까? 현재의 여론이라면 금호타이어를 사용하는 운전사는 운전을 하면서 불안감을 느낄 것이고 타이어를 교체할 때에는 다른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자동차 회사에서 금호타이어를 기피할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출퇴근 시간에 직접 운전사를 대상으로 머리를 숙이는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 사회의 권력이동 주목해야

올들어 중국 현지에 진출한 대형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문제 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까르푸는 가격 조작으로, 월마트는 유통기한 지난 고기를 판매해 문제가 됐다. 중국 진출 우리 기업들은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놓치고 있는 것을 점검하고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놓치고 있는 것 중 첫째가 중국사회의 변화이다. 우리는 국가 공권력이 중국사회를 움직인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한국인은 중국 공산당이 독재 정치를 펴고 일반 시민들은 기본적 권리도 없다고 생각하거나 중국의 모든 언론은 통제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개혁개방 후 중국 사회의 최고 권력은 중국 공산당 혹은 정부기관에 있지 않고 정치에서는 '인민'에게, 경제에서는 '소비자'에게 이전됐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의 잔재가 남아있던 과거에는 정부 고위층과의 관계만 좋으면 왠만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13억 중국인은 인터넷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 지방 소도시의 공무원 비리도 인터넷을 통해서 공론화 되고 하루 아침에 옷을 벗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13억 인민이 인터넷을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을 가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인민의 권리가 신장됐다. 중국 공산당의 당원이 7천만이지만 인터넷 메신저인 QQ에 동시 접속한 네티즌의 수가 1억명이 넘는다.

중국은 정치 대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이 우리와 다를 뿐이지 사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와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 중국은 개혁개방 후, 경제적 발전 뿐 아니라 정치적 발전, 대중 의식의 발전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중국 시장에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제 기업 책임자가 고위층을 만나는 시간보다 소비자를 만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국내에서 성공한 기업, 중국에서 실패하는 이유

같은 기업도 지역적 환경에 따라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국내에서 잘 관리되던 기업이 중국에서도 국내 수준으로 관리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실 베이징에 있는 중국 본부가 광저우에 있는 공장을 관리한다는 것은 서울 본사가 광저우에 있는 공장을 관리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

이 같은 거리의 문제 뿐 아니라 직원의 문제도 있다. 한국 직원들을 채용해서 성공한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순간 현지 직원을 기업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기업의 지휘부와 일선 직원대오의 커뮤니케이션, 장악력 등에서 국내에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현지인의 문화적 습관과 정신세계에 이해가 깊지 못해서 규모가 커질수록 문제가 커진다.

중국 진출 한국 대형마트에서 현지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40대 여성고객이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현지 채용 직원에게 따지며 "한국 마트라면서 다른 것이 뭐가 있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 고객의 의견은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듣기에도 호소력이 있었다. 현지 생활문화에 대한 이해정도가 현지 업체에 비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고 직원 또한 현지 채용을 한 것이기 때문에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는 기업조차도 현지 업체에 비해서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진출 우리 기업들은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분명한 대책도 없이, 근년들어 비용 절감 차원에서 '현지화' 전략을 세우고 현지 채용에만 목을 메고 있다. 고객의 짜증스런 목소리를 들으며 현지 직원의 교육 차원에서라도 훈련 받은 한국인 직원을 현장에 배치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성공하려면 "Beautiful China!"를 노래하라

우리는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중국 고객을 상대로 상품을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우리의 중국 진출 목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의 이것 저것을 지적하면서 불만만 터뜨리며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이 단점만 지적하면 우리의 기분은 어떨까? 중국 생활이 불평으로 가득찬 직원들이 중국 시장에서 얼마나 실적을 올릴 수 있을까?

중국은 우리나라 못지 않은 나라이고 중국인 역시 우리 못지 않은 사람들이다. 소인배는 남의 허물만 들추고 성인군자는 남을 칭찬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보다 몇십배나 큰 중국에서 사업적으로 성공하려면 나라는 작아도 사람은 커야 한다.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서 '13억의 계산법'을 거론했었다. 아무리 큰 것도 13억으로 나누면 보잘 것 없이 작은 것이 되고, 아무리 작은 문제도 13억으로 곱하면 큰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중국 곳곳에서 만나는 중국 일반 주민들이 보기에는 우습게 보일지라도 13억의 인민은 결코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니라고 역해석할 수 있다.

우리가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일당백의 인재를 키워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나라는 작지만 사람은 커야 큰 나라를 상대할 수 있는 법이다. 머리 숙인 금호타이어, 역시 대한민국 큰 기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