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간 위화감… 체제 위협할라" 中 지도부 물가잡기 총력전
[세계일보]
올 들어 중국 지도자들이 민생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이달 초 춘제(春節·2월3일)를 맞아 극심한 가뭄에 시달려온 안후이(安徽)와 산둥(山東)성을 방문해 올해 물가 안정에 최대한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때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도 허베이(河北)성 바오딩(保定)시 농촌 지역에 머물면서 노인과 고아 등 소외층을 위로하며 의료 등 사회복지를 증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정부와 중앙은행도 올 들어 고강도의 부동산 및 물가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반증이다. 잠시 주춤했던 물가 오름세는 새해 들어 다시 고공비행을 시작했다. 겨울 가뭄부터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 이집트 사태까지 대내외에서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탓이다. 물가 불안이 사회혼란으로 비화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 가뜩이나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인플레가 경제·사회 혼란의 불씨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자들의 분주한 민생 행보에는 자칫 물가가 사회체제도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배어 있는 듯하다.
◆인플레의 습격
잘 나가던 중국 경제에 인플레 공포가 엄습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밀 곡창지인 산둥성 허베이 등 중국 동북부지역이 2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는가 하면 남부지역도 이상한파와 폭설 탓에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최근 동북부지역에는 중국 당국의 인공강우로 비와 눈이 내렸지만 오랜 가뭄을 해갈하기는 아직 역부족이다. 여기에다 수입의존도가 큰 옥수수와 대두, 설탕 등 국제곡물 가격까지 급등했다. 이 때문에 곡물 등 농산물가격이 가파르게 올랐고 마늘과 생강 등 일부 품목에서는 사재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심각한 것은 물가 오름세가 농산물뿐 아니라 임금과 부동산, 서비스 등 사회 전반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31개 성·시·자치주의 최저임금이 지난해 24% 오른 데 이어 올 들어서도 이미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시와 광둥(廣東), 장쑤(江蘇)성 4곳이 평균 19% 추가로 인상했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인플레 기대심리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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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걸린 물가전선
각종 물가 및 소득분배 지표에서도 이미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작년 11월 이후 4∼5%대로 치솟은 데 이어 올 1월에도 5.3%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표적인 소득분배 지표인 중국의 지니계수도 2009년 0.47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0.5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수치가 0.5를 웃돌면 극심한 빈부격차로 폭등 등 사회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임호열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장은 "통상 개발도상국가에서 물가 4%, 지니계수 0.5는 사회체제 안정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면서 "현재 중국 경제가 중대한 고비를 맞이한 듯하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최근 이집트 사태와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평화상 수상 등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은 물가 잡기와 민생안정에 안간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당장 중국 당국은 부동산 보유세 등 고강도대책에 이어 은행지급준비율 인상과 금리 인상을 한 차례씩 단행하며 통화긴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가뭄이 극심한 산둥 등 8개성에 51억 위안(8580억원)의 긴급자금을 투입하며 가뭄대책 및 쌀수매가 인상 등 곡물생산 증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
관영 신화통신 산하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올해 물가가 상반기에 오르다 하반기에 내리는 '전고후저(前高後低)'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금리 인상과 지준율 인상, 위안화 절상 대책이 뒤따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중앙은행은 올 상반기 2차례, 하반기 1차례 등 모두 3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지준율도 현재 19%에서 20%까지 상향조정할 것으로 예측됐다.
루정웨이(魯政委) 흥업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6%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돼 연내 3∼4차례 추가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물가급등세가 진정될지는 미지수다. 이집트 사태 여파로 원유 등 국제원자재와 곡물 값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내 물가 불안심리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사회과학원과 JP모건 등 주요 8개 기관이 내놓은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평균 4.4%로 중국 정부의 목표치 4%를 웃돌고 있다.
중국 정부가 그동안 지속해 온 8% 이상의 고성장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물가대책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경제전문가인 마준 도이체방크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 기고한 '인플레와의 전쟁이 우선이다'라는 칼럼에서 "인플레 차단과 고성장 추구가 양립하기 힘들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인플레가 악화할 경우 경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학에 나오는 '경제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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