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을 준비하며/중국무역·사업 경험기

주목해야 할 중국의 글로벌 신흥기업

주님의 착한 종 2010. 12. 9. 12:01

2010년 2분기 중국 경제는 GDP 규모가 1조 3400억 달러에 달해 1조2900억 달러를 기록한 일본을 제치면서 미국과 함께 명실상부한 G2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급부상과 함께 글로벌 무대에서 중국 기업도 약진하고 있다. 2009년 중국 상위 100대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17.1%에 달했으며, 글로벌 500대 기업 수는 2006년 20개에서 2010년 46개로 증가했다.
하송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지금까지 중국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페트로차이나, 바오스틸, 차이나모바일 등 에너지, 자원, 전력 및 통신 분야의 국유기업이 있었다. 그러나 향후 중국 경제의 성장은 글로벌화된 신흥기업(중견 민영기업)이 함께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신흥기업은 국유기업과 달리 사업 초기부터 기술력과 품질, 브랜드 역량을 강화하여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손색없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신흥기업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기업의 구조조정을 M&A 기회로 활용해서 기업규모와 브랜드, 기술력을 제고하고 있다.
 
  태양에너지기업 LDK는 2009년 7월 이탈리아 태양에너지 전문 토털 솔루션 기업인 SGT의 지분 70%를 매입했으며, 가전유통기업 쑤닝은 2009년 일본의 라옥스, 홍콩의 시티콜을 각각 인수하여 해외 유통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1992년 중국 증권감독위원회가 중국 기업의 해외상장을 허용한 후 첨단산업에 속한 민영기업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증시에 상장을 시도하고 있다. 2009년 말 기준 뉴욕 증시에 상장된 51개 중국 기업 중 민영기업은 37개(한국 기업 8개)로 약 73%를 차지했다.
 
  중국 신흥기업은 자동차, 중공업, 전자 등 한국의 주력산업 및 그린, 바이오 등 한국의 신성장산업에 주로 포진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이들과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신흥기업의 급부상 배경으로는 첫째, 창업 CEO의 도전적인 리더십을 들 수 있다. 기업가 정신이 충만하고 도전적이며 열정적인 창업 CEO가 전문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현장 일선에서 기업을 이끌고 있다. 둘째, 기술력과 품질로 승부하고 있다. 자체 기술력의 중요성을 인식해 폐쇄적인 R&D 구조에서 탈피하여 제휴와 협력을 통한 개방형 R&D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셋째, M&A를 통한 스피드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풍부한 자금력,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M&A를 실시해 핵심 기술, 브랜드, 유통망을 일거에 구축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과 경쟁이 예상되는 기업을 살펴보자.
 
  인민해방군 통신장교 출신인 런정페이 회장이 1988년 선전에서 자본금 2만 위안으로 설립한 화웨이는 중국 이동통신시장의 고속성장에 힘입어 급부상했다. 2010년 2분기 글로벌 통신장비시장에서 20.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에릭슨(33%), 노키아-지멘스(20.8%)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화웨이 성장의 핵심요인은 상대적으로 저비용인 고급 R&D 인력을 활용한 기술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R&D 인력 비용은 1인당 4만5000달러로 에릭슨, 노키아 등 선진기업의 약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가 하면 창업 후 불과 4년 만에 글로벌 조선업계 5위가 된 기업이 있다. ‘롱성 속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건조 기간을 단축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롱성중공업이다. 2005년 최초로 건조한 선박은 납기 시한보다 4개월 전에 완성했고, 창업 후 불과 2년 만에 85척의 배를 수주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부가 LNG 선박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10년 이상 선두지위를 고수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2010년 글로벌 브랜드 볼보를 인수하면서 자동차산업의 신성으로 떠오른 지리자동차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6년 냉장고부품기업으로 출범했지만 오토바이 제조를 거쳐 자동차 메이커로 변신한 기업이다. 지리자동차는 M&A를 통해 창업과 성장 과정의 난관을 돌파하며 중국시장에 안착했다. 1997년 당시 34세였던 CEO 리수푸는 스스로를 ‘중국의 헨리 포드’라 칭하며 자동차산업에 도전했다. 그러나 정부 규제로 생산허가 획득에 실패하자 허가증을 보유한 폐업직전의 쓰촨 형무소 트럭 공장을 인수하면서 비로소 자동차산업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후 자체 기술 없이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런던택시 제조기업과 호주의 변속기제조기업 등을 인수하면서 기술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이번 볼보자동차 인수로 브랜드, 원천 기술, 해외 판매망 등을 동시에 획득함으로써 한국 기업과 실질적인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성장산업에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중국 신흥기업
 
  신성장산업에서는 175년 뉴욕 증시 역사상 가장 높은 성장세를 나타낸 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잉리솔라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1987년 먀오롄성 사장은 화장품 판매 기업으로 잉리를 창업했으나, 1990년대 초 일본을 방문했을 때 태양에너지에 대한 자료를 접한 후 잠재성을 인식하고 이 분야에 과감히 도전했다. 1998년 태양전지산업에 뛰어들어 2009년 전 세계 태양전지 셀 생산은 5위, 모듈 생산은 4위에 올라 있다. 잉리솔라는 CEO 먀오롄성의 군대식 리더십이 급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인민해방군 간부 출신 먀오롄성은 군대와 같이 엄격하고, 도전적인 기업문화를 구축했다. 군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추진력이 강한 조직은 군대라는 인식 하에 군대식 관리기법을 적용한 것이다. 실제로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직접 정문에서 직원을 맞이하며, 전 직원이 간단한 운동과 영어학습을 한 후 근무를 시작한다. 또한 직원들에게 수시로 추진력과 도전 정신을 강조하며, 혁신에 성공한 종업원은 직급에 관계없이 파격적으로 승진시키는 기업문화를 조성했다. 마지막으로 미국 기업 애플보다 높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화제가 되고 있는 기업도 있다. 2010년 미국 시사 전문지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세계 100대 IT 기업’ 순위에서 애플을 제치고 1위에 등극한 BYD이다. 베이징유색금속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왕촨푸가 1995년 선전에서 충전용 휴대전화 배터리업체로 창업한 BYD는 휴대전화 배터리에서 LED 조명, 자동차용 배터리, 일반 자동차 및 전기차 등을 제조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미래 가능성에 매료된 워렌 버핏이 2008년 회사 지분 10%를 2억3000만 달러에 인수할 정도로 높은 잠재성을 평가받기도 했다. BYD는 선진 기술 및 제품을 신속하게 모방하는 Catch-up 전략과 적극적인 R&D를 결합하여 시너지를 창출했다. 빠르게 자동차시장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신차 개발 기간을 일본 자동차업계와 유사한 24개월로 운영하고 있다. 2003년 인수한 시안친촨자동차의 ‘알토’ 모델을 기본으로 한국과 일본의 기술을 도입한 신차종 ‘F2’ ‘F3’를 선보였다. 한편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린 결과, 2008년에는 세계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F3DM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가격은 경쟁기업 GM, 토요타 등이 개발 중인 전기차 예상가격 4만 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한 번 충전으로 330Km까지 달릴 수 있는 전기 자동차 ‘e6’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F3DM’ 등으로 2011년 미국 및 유럽 시장 공략을 계획하고 있다.
 
  이제는 중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선진기업과 동등한 수준의 경쟁상대로 인식해야 한다. 중국 신흥기업은 한국이 조선, 자동차, IT 등 주력산업에서 일본의 기업을 벤치마킹했던 것처럼 중국 글로벌 신흥기업이 한국 기업을 모방하여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또한 신성장산업 분야에 한국 기업보다 먼저 진출하여 선진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중에 있다. 한국 기업은 디지털, IT 분야에서의 성공 경험을 신속히 신성장산업으로 이식하여 아직 미성숙 시장인 신성장산업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 신흥기업의 부상을 계기로 삼아 과거 한국 창업세대의 기업가 정신을 되새길 필요도 있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사업영역에 도전하도록 한국 특유의 기업가 정신을 재활성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