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에 중국 친구와 함께 내가 살고 있는 무한에서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징저우(荊州)라는 곳에 다녀 왔다.
징저우는 삼국지(三國志)에 등장하는 유명한 곳이고
더군다나 징저우성(城)을 관우(關羽) 장군이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인들에게도 꽤나 많이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가는 當日부터 다음 날까지 비가 많이 오는 통에
안타깝게도 가보고 싶었던 고성(古城)은 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더구나 아는 중국 조선족 친구가 그곳에서 한국 음식점을 개업해서
그 행사에 참석하느라 시간이 촉박하기도 했다.
징저우는 생각보다 작은 도시로 도심 인구가 약 55만 정도이고,
예로부터 중부 내륙지방 면화(綿花)의 주 생산단지이다.
그래서인지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아주 많은 면화밭이 있었다.
중국 친구의 사전 연락으로 징저우에 사는 다른 친구들이 마중을 나오고
식당을 미리 예약해 놓는 등, 여러 정겨운 중국친구들의 배려와 따듯한 안내 덕분에
나는 이틀 밤을 아주 즐겁게 보낼 수가 있었다.
내 중국 친구는 돈이 비교적 많은 친구인데도 차를 모는 것을 싫어하는 친구다.
차를 운전하다 보면 걷기가 싫어지고
그러다 보면 체중이 계속 늘어나서 건강이 안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중국인은 겉모습만으로는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아주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돈이 많다고 겉모습이 화려하거나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지방 도시일수록 돈 많은 사람들의 자기 관리는 철저하다는 뜻이다.
절대로 있는 체를 하지 않는다.
현금을 집 안에 수 억씩 쌓아 놓은 사람도 아주 평범한 복장으로 다닌다.
건강을 위해서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닌다.
조금 심하게 표현 하자면 “무서운 사람들”이다.
중국인들의 일명 '관시(關係)'는 매우 중요 하다.
어떤 식의 '관시'인지는 나도 아직은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이번 여행 길에서 느껴 본 것은 인상이 깊다.
중국인들은 친구가 멀리서 오면 식사부터 잠자리 그리고 안마 등의 모든 편의를
현지의 친구들이 베푼다.
이런 것이 일종의 관례인 듯하다. 단 돈 10원을 쓸 일이 없다.
단지 고속버스 차비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물론 서로가 상호 그럴만한 신세를 지기도 하고 받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손님 접대는 아주 유별나고 사려 깊고 친절하다.
친구의 체면을 생각해서 나에게 베푸는 친절과 배려는 감동을 줄 정도로 상당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친구가 찾아 오면 자기의 모든 시간과 물질을 동원하여 정성스럽게 대접을 한다.
이러면서 서로에게 신뢰를 주고, 깊은 의리를 쌓아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관계가 어느 날 정말 상대의 도움이 필요 할 때에는 유감없이 발휘되는 것이다.
발을 벗고 도와준다는 의미다.
그러니 없는 일반 백성은 아무리 좋은 '관시'를 맺으려 해도 안 된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그런 '관시'도 생기는 것이다.
물론 중국인들은 옛날에 같이 근무했던 동료를 결코 외면하지 않는 좋은 문화가 있다.
아무리 지위가 높다 하여도 옛날에 함께 고생한 동지가 비록 허름한 모습으로 찾아 오더라도
반갑게 맞이해 주며 도움을 준다.
다만, 그러한 행위는 찾아 온 동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의 인격이 이 정도라는 사실을
주변에 나타내는 성격에 가깝다.
아무튼 지역 원로와 옛 친구를 절대 무시하는 법이 없는 사회 문화가 중국에는 있다.
다만, 보통의 일반적인 '관시'에서는 자기가 상대하는 사람도 그럴만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
어느 날 상대가 아무런 효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그런 끈끈한 유대와 관계는 사라지는 것이다.
철저하게 주고 받는 방식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특별히 공무원의 경우 아무리 힘이 좋던 사람도 일단 현직에서 옷을 벗으면
바로 그 가치는 끝나는 것이다. 중국 말로 하자면 '완(完)러!' 끝났다는 뜻이다.
이런 중국인들의 인간 관계를 형성하는 주 요인 중 하나는 중국의 넓은 땅덩어리가 한 몫을 한다.
중국은 아주 큰 나라이고 사람도 엄청 많은 나라다.
제 아무리 난다 긴다 해도, 이 넓은 땅을 모두 잘 알 수는 없고,
자기 지역을 벗어난 곳의 사정과 여러 상황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이유로 여러 지역에 아는 사람들이나 친구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자산이고 힘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 지역에 한번 다니러 오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해서 잘 해 준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이 사람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치밀한 계산에 의하여 그 사람에 대한 대접의 수위도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첫 날에는 호텔을 잡아 주던 친구가 이튿날에는 자기 집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나야 당연히 호텔이 편하지만 하는 수 없이 따라가야 했다. 이것이 예의이다.
중국인은 웬만한 사이가 아니면 자기 집에 손님을 재우지 않는다.
내 친구와 그 중국인 사이의 '관시'가 보통이 넘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밤새 나를 한번 관찰해 보는 것이다.
이 사람이 과연 어떤 사람인지를 눈 여겨 본다는 뜻이다.
서서히 파악을 하며 나에 대한 앞으로의 상대(관시) 수위를 평가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런 그들만의 방법을 동원하여 사람을 1차 평가한다.
그리고 이 사람이 과연 장래에 나에게 얼마만큼의 효용 가치가 있을 것인가를 저울질하며
장고(長考)를 한다.
이런 과정이 지나고, 다시 확인이 되는 과정을 거쳐야
중국인은 비로소 자기 마음과 사업에 관해 구체적인 제시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본격적인 것은 아니다.
다시 시작해야 하는 관문이 아직도 많이 있다.
이런 문화와 인간 관계의 특성이 존재하는 것이 중국이고 중국인이다.
중국에 달려와서 바로 사업계획서 제출하고 계약하여 진행하는 계획은 애당초 잘못된 방식이다.
백번이면 백번 다 망가질 수 있는 방식이 바로 중국과 중국인을 모르고 덤비는 일이다.
'천천히' 라는 뜻의 '만만디'는 단순히 느리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철저하다는 의미에 가깝다.
먼저 중국을 제대로 아는 자세와 중국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다.
이런 중국인들의 방식과 문화가 각 지방마다 모두 조금씩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의 전문가가 필요하고 연구가 필요하다.
넓은 중국 대륙을 향한 열정이 우리를 늘 들뜨게 만든다.
그러나 성공의 문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준비와 점검이라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중국 대륙에서 희망과 열정으로 고생하고 애쓰는 모든 분들의 건투를 빌어 본다.
이병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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