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공략 성공사례 vs. 실패사례
2000년 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었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생산 공장을 만들고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해외로 제품을 수출했다. 그런데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13억의 노동자가 엄청난 구매력을 갖춘 소비 집단으로 변모한 것이다. 실제로 중국이 2009년 8.7%의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2010년 1/4분기에도 11.8%의 성장률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13억 인구가 가진 소비력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 ‘나 홀로 고성장’을 이룰 수 있게 만든 중국 내수시장. 이렇듯 내수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중국을 더욱 매력적이고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로라 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이 군침 도는 시장을 가만 내버려둘 리 없다. 실제로 미국 포춘(Fortune)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95%인 480개 기업이 이미 중국 내수 시장에 진출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2008년 이후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 중 현지에 생산 공장을 만들어 수출할 목표로 진출한 기업은 고작 4%뿐이지만, 중국 소비자를 타깃으로 진출한 기업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이제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아닌 ‘세계의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럼 13억 소비 대국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모두 성공했을까? 아쉽게도 아니다. 중소기업청의 조사에 의하면 실제로 중국 내수 시장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50% 이상이 업종을 불문하고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13억 인구가 양말 한 켤레만 사도 대박(?)인 나라에서 이 같이 고전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중국 진출 실패 이유는 중국의 특수성을 간과했기 때문 그 이유는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다음의 표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도이경심(掉以輕心), 즉 상대방을 가볍게 보면 결코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이라는 나라를 너무 쉽게 보고 가볍게 접근했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나라 시장과는 다른 중국 시장의 특수성을 간과했던 것은 아닐까? 이제 중국 시장은 무엇이 그렇게 특수한지 알아보는 한편 이 특수성을 어떻게 하면 잘 극복할 수 있는지 해결책도 함께 살펴보자. 특수성1: 광활한 대륙, 그러나 부족한 인프라 중국의 물류비용은 GDP의 20% 정도로, 미국(5%) 이나 한국(10% 대)에 비해 훨씬 많이 든다. 또한 선진국에서는 제품이 재고 창고에 머무는 기간이 보통 10일에 불과하지만, 중국에서는 이의 3배에 달하는 30-45일이 소요된다. 게다가 상품추적시스템도 30년 전의 바코드 시스템을 아직도 사용할 정도로 낙후되어 있다. 대부분 유통채널 별로 관행이 다르고 표준화도 안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지 기업들이 품목별로 카르텔을 형성해 유통업체를 꽉 잡고 있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제품을 판매하려면 현지의 유통업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때 중국 유통업체에게 휘둘릴 때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인프라를 많이 개선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물류 인프라가 부족할 뿐 아니라 유통망 자체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아무리 제품이 좋고 광고를 많이 해도 정작 소비자들에게 가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을 간과하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가전 전문 업체 월풀의 사례를 살펴보자. 월풀은 1994년 비교적 일찍 중국에 진출했다. 그런데 문제는 유통망 구축이었다. 처음에는 중국의 현실을 알지 못하고 유통 부문을 중국의 대리점에게 모두 맡긴 것이다. 그러나 대리점의 권한이 워낙 강해 월풀의 제품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유통되기 어려웠다. 이후 월풀은 직영점 형태로 유통 전략을 수정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직영점을 관리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 것이다. 다시 대리점 전략으로 돌아간 월풀. 이렇게 갈팡질팡 네 번이나 유통 전략을 수정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현재 월풀의 중국 가전 시장 점유율은 고작 0.33%에 불과하다. 15년 동안 수십억 원을 투자한 것치고 너무 초라한 수치다. 월풀 사례는 아무리 제품의 질이 좋고 마케팅을 잘해도 중국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유통망을 구축하지 않으면 중국에서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인프라 한계를 뛰어넘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은 어떻게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바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유통망 구축에 있다. 우선 다른 경쟁사들의 유통망 구축을 보자. 경쟁사들은 월풀과 마찬가지로 대리점 체제로 유통망을 구축했다. 본사는 제품의 공급만 담당할 뿐 유통 및 영업은 대리점이 담당했다. 그러다 보니 대리점들은 돈이 되는 국책 사업 등 대규모 수주 중심으로 영업했고 영세한 고객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시장 변화에도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A/S였다. 건설 중장비 제품은 황무지를 개발하는 데 사용되는 만큼 부품이 쉽게 마모되거나 고장 나기 쉽다. 그러나 대리점 체제로는 A/S가 원활히 이루어질 리가 없다. 대리점에서는 당연히 나 몰라라 하고, 본사가 그 넓은 대륙에 판매된 제품의 A/S를 도맡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가 잘 이뤄지기 만무했고, 고객들의 불만은 커졌다. 두산은 바로 이러한 고객의 불만 사항을 개선하는 유통망 구축을 자사의 전략으로 내세웠다. 우선 중국 전역에 7개의 지사를 세웠고 그 지사 밑에 직영 대리점 28개를 구축했다. 그리고는 직영 대리점 아래에 A/S를 전담하는 사무소 290개를 만들었다. 즉, 7개의 사가 소속된 직영 대리점과 사무소를 밀착 관리하며 결과적으로 290개의 사무소에 현지 법인의 전략이 통일적으로 추진될 유통망을 구축한 것이다. 그렇다면 밀착 관리란 과연 어떤 것일까? 두산은 직영 대리점 모집 기준부터 정했다. 우선 건설 기계 판매에 열정이 있고 이 사업이 성공할 것을 확신하는 사람, 그리고 두산에 대한 로열티가 강한 사람을 엄선했다. 또한 등급제를 도입해 대리점을 영업력에 따라 A, B, C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제품 공급 가격을 차별화했다. 등급제의 효과는 놀라웠다. 대리점의 동기 부여도 높일 뿐 아니라 제품 공급의 투명성까지 확보해 본사의 영업력을 높였고, 대리점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밀착 관리는 영업뿐 아니라 A/S까지 효율화시켰다. 두산은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280개의 사무소에 A/S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A/S를 의무화 시켰다. 이러한 두산의 조치로 고객은 가장 가까운 사무소를 통해 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A/S 역시 간편하게 맡길 수 있게 된 것이다 . 이 뿐만이 아니다. 두산은 1-2-1 운동(1시간 내에 고객 질문에 응답 - 2시간 내에 현장 도착 - 1일 이내에 A/S 완료) 등 고객을 최우선 하는 가치도 대리점과 공유하고 실천했다. 이 같은 고객 밀착형 유통망이 경쟁사의 A/S에 불만을 갖고 있던 많은 고객의 발걸음을 돌리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이러한 특수성을 간과하고 중국인 전체를 하나의 무차별한 고객 집단으로 생각하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이렇게 했다 실패한 기업이 있다. 바로 고품질의 저가 의류로 유명한 일본의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2001년 ‘싼 가격, 고 품질’을 모토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즉 일본에서와 똑같은 전략으로 중국 시장에 도전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일본에서는 싸게 인식되던 가격이 중국의 서민층에게는 결코 싼 가격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결국 저가이미지를 싫어하는 부유층의 니즈나 저렴한 의류를 원하던 서민층의 니즈 모두 놓쳤던 유니클로는 매출 부진으로 2006년 중국에서 철수한다. 그러나 유니클로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 후 2008년 중국에 재진출했다. 이번에는 중국인 전체가 대상이 아니라 어느 정도 소득이 있는 중국 중산층으로 철저한 타겟팅을 했고, 그 결과 현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고객 세분화로 성공을 거둔 시세이도 그리고 Pure&Mild만을 판매하는 전문 매장을 만들었다. 화장품에 대해 잘 모르는 농촌 여성에게 교육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서다. 이러한 시세이도의 틈새 공략은 대 성공을 거뒀다. 소득 수준은 낮아도 여성이라면 미용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시세이도는 매년 중국 내에서 30%씩 성장할 수 있었고 현재 로레알, 에스티로더에 이어 중국 시장에서 업계 3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의 4가지 비밀 중 2가지 비밀을 알아보았다. 바로 ‘광활한 대륙, 그러나 부족한 인프라’와 ‘하나의 국가에 너무 많은 중국’ 이 그것이다. 얼핏 보면 전혀 새롭지 않고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을 경영에 적용할 수 있느냐다. 앞에서 본 성공 사례인 두산인프라코어와 시세이도, 그리고 실패 사례인 월풀과 유니클로의 차이는 바로 여기서 비롯됐다. 바로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얼마나 연구하고 알고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 것이다. 아직도 중국 인구가 13억이라고 중국 진출을 쉽게 생각하고 있는가? 다시 한번 도이경심(掉以輕心)이라는 말을 떠올려 보자. 중국을 가볍게 보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그들을 철저히 연구하는 것이 오히려 중국 진출 성공의 지름길이다.
“13억 인구가 양말 한 켤레씩만 사도 대박이지!” 중국 진출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말 중 하나다. 인구가 많기 때문에 중국 시장 공략은 ‘식은 죽 먹기’라는 의미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 진출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무엇일까? IGM(세계경영연구원)에서는 그 결정적 요인을 알아내기 위해 중국 진출 성공기업과 실패기업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중국 진출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 4가지 요인을 도출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총 2회에 걸쳐 그 비밀을 공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중국 다국적기업연구소에서 매년 발표하는 ‘다국적기업보고서’에는 중국 진출 성공 기업 리스트(연간 20여 개)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이 리스트에 오른 120여 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2번 이상 꾸준히 이 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30개사. 한번 오르고 그 다음부터는 리스트에서 사라진 기업은 48개사였다. 이 48개사를 분석해 보니 중국 시장 진출 이후 크게 성공하지 못했거나 심지어 철수한 기업들도 상당수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48개 기업 대부분이 세계에서 아주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것. 그 중에는 세계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건설 중장비 업체 캐터필라나 글로벌 가전업체 월풀, 도시바 등도 포함돼 있었다. 따라서 이 기업들의 제품이나 기술력, 품질 등에서 어떤 문제를 찾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중국에서 철수 혹은 적자투성이의 길을 걷고 있을까?
중국 대륙이 넓다는 것은 모두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얼마나 넓을까? 면적만으로는 남한의 97배, 작은 섬만 5400여 개, 해안선이 1만 8000km에 달한다. 그런데 단순히 땅이 넓은 것으로만 보면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왜 유독 중국만 땅이 넓다는 것이 기업들에게 특수한 문제가 될까? 그 답은 땅이 넓은 것이 아니라 그 넓은 땅을 이어주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월풀과 달리, 중국의 이러한 물류 사정을 깨닫고 처음부터 유통망 구축에 전력을 다한 기업이 있다. 바로 굴삭기 등 건설 중장비 제조 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경쟁사보다 한발 늦게 1995년 중국에 진출했다. 당시의 중국 건설 중장비 시장은 고마츠나 히타치 등 일본 기업들이 장악한 상황이었고, 그 틈에서 두산이 우위를 점하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그렇다면 현재 중국 시장에서 두산의 위치는 어떨까? 놀랍게도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7년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중국의 특수성2: 하나의 국가에 너무 많은 중국
중국에 몇 개의 민족이 살고 있는지 아는가? 정답은 56개 민족. 이들은 각각 언어가 다를 뿐 아니라 문화도 전혀 다르다. 아침식사를 예를 들어 보자. 베이징을 비롯한 북쪽지역에서는 튀김 요리와 두유를, 상하이 등 중부지역은 흰 죽을, 광둥 등 남쪽 지역은 국수를 주로 먹는다. 문화뿐 아니라 소득의 격차도 매우 크다. 북경, 상해 등 대도시 주민의 평균소득은 농촌의 6배나 된다. 중국의 22개의 성, 5개의 자치구, 4개의 직할시, 2개의 행정특별구는 서로 다른 법, 제도, 규정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는 정말이지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치밀하게 중국 시장을 세분화하고 타겟팅 해 성공한 기업이 있다. 바로 일본의 화장품 전문 기업 시세이도다. 시세이도는 우선 중국 시장을 소득 별로 세분화했다. 소득 수준이 높은 도시 지역에는 ‘오프레’라는 중고가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해 직장 여성을 대상으로 마케팅했다. 그리고는 중국 중서부 내륙의 농촌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2000년 당시 대부분의 경쟁사들은 소득 수준이 높은 도시 지역 소비자에만 집중하고 소득 수준이 낮은 농촌지역 소비자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세이도는 경쟁사들이 간과하던 틈새를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농촌 여성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구매할 수 있는 ‘Pure&Mild’라는 저가 브랜드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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